제주학연구센터 현혜경, 제주4.3 노래 정리한 논문 '...노래운동의 사회적 의미' 발표

제주4.3 관련 노래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첫 번째 논문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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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혜경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 ⓒ제주의소리
제주학연구센터 현혜경 전문연구위원이 13년 동안 공들여 모은 자료를 정리한 '제주4.3사건진상규명운동과 노래운동의 사회적 의미'이다.

전남대 5.18연구소는 자신들이 펴내는 학술지 ‘민주주의와 인권’ 올해 2분기에 총 7편을 수록하면서, 현 위원의 논문을 실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에 발간한 민주주의와 인권은 민주주의, 인권, 평화 분야에 있어서 국내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학술지다. 2008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로 등록됐다. 

200쪽 분량의 논문은 4.3진상규명운동이 시작된 1980년대부터 발표된 4.3노래들의 정보와 곡이 어떤 역사적·사회적 배경에서 발표됐는지 상세히 담았다. 

누구에 의해서 언제 발표됐는지도 모르는 <4.3민중봉기가>부터 <바람은>(1989, 김수열 시, 작곡 우리노래연구회), <불의 섬>(1989, 작사·작곡 장정훈), <결사대 출정가>(1992~3, 작사 미상, 작곡 최상돈>, <소년>(1998, 작사·작곡 강석훈) 등 지금은 서서히 잊히는 그때 그 노래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현 위원이 파악한 4.3진상규명운동 시기 4.3관련 창작곡은 68곡이다. 실제로는 100여 곡 이상의 노래가 만들어졌지만, 악보가 곳곳에 산재해 있거나 상당수가 유실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여곡의 악보는 확보했고, 악보 수집 여부를  본문에 표기하며 연구의 신뢰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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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논문은 노래 명단을 단순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살펴보려는 노력이 묻어난다. 누가 노래를 만들었는지(생산 주체), 누가 불렀는지(수행 주체), 어디서 불렀는지(수행 일시·공간), 노래가 단조인지 장조인지 민요풍인지(노래 형식)까지 세밀하게 들여다 봤다. 이를 바탕으로 4.3진상규명 운동과정에서 노래운동이 과연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지 의미를 부여했다.

현 위원은 논문에서 4.3노래운동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인적·물적 자원의 구성과 결합을 통한 민주시민공동체 형성 ▲원초적 사건의 역사적 재현과 담론화로 규정지었다. 

그러면서 “문학이나 미술과 달리 민중가요는 비전문적 영역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또한 문예운동 내·외부의 역학관계에서 젊은 문예운동가들에 대한 저평가로 인해 탈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노래운동이 집단감정과 코뮤니타스(communitas, 탈구조공동체)를 확대시키고, 담론유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점에서 노래운동은 재평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위원이 4.3노래를 연구한 계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남·광주지역과 제주 연구자들이 《기억 투쟁과 문화운동의 전개》란 책을 함께 만들면서, 우연치 않게 4.3노래를 만나게 됐고 그 뒤로도 꾸준히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지금까지 이르게 됐다.

▲ 현혜경 위원이 최근 발표한 '제주4.3사건진상규명운동과 노래운동의 사회적 의미'의 국문초록. ⓒ제주의소리

현 위원은 이번 논문이 끝이 아니라, 향후 노래에 다시 목소리가 입혀지고 전승하는 작업까지 나아가길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논문 심사를 맡은 전남대 5.18연구소 측은 “4.3과 관련된 민중·창작노래와 노래운동을 조사해 학술지에 실은 공식적인 첫 연구라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게 평가한다. 문화운동, 진상규명 운동과 이어지는 사회적 의미, 기존에 밖으로 나오지 않은 자료, 단순 자료 나열을 넘어 논문으로 옮기는 시도 등 연구자의 노력이 여실히 담겨있다”며 “앞으로 계속 연구할 필요성이 있는 사례”라고 호평했다.

현 위원의 4.3노래운동 논문은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도록 전남대 5.18연구소 홈페이지 ( http://cnu518.jnu.ac.kr )에 곧 등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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