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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국회의원, 의원입법 포기에 원희룡 도정도 정부입법 포기...29개 전면 재조정

제주도의회 의원 정수 조정과 관련해 도지사-도의장-국회의원 등 소위 '3자 합의'가 결국 폭탄 돌리기가 됐다. 다시 공은 선거구획정위원회로 떠넘겨져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여론으로부터 밀실 야합이라고 비판받은 도지사-도의장-국회의원 3자 합의는 이미 폐기됐지만, 그 누구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아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9개월 동안 선거구획정을 위한 논의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고, 29개 선거구를 전면 재획정하게 돼, 도민사회의 극심한 갈등과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역 출신 국회의원인 오영훈 의원은 7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자 합의를 파기, 비례대표 축소 입법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오 의원은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 7월24일 제가 대표발의하는 것으로 국회의원 20명이 참여하는 개정 발의안 회람을 돌렸지만 민주당의 정책입장과 배치되고, 국회 정개특위에서 향후 선거구제도와 관련된 논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당 소속 의원들이 비례대표 축소 개정안 발의에 부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오 의원은 또 "비례대표 축소 안건을 다룰 행정안전위 소속 의원들과 지속가능발전 제주특위에 공동 발의 요청을 했지만 참여하는 의원은 3명에 불과했다"며 "제가 판단했을 때 3자 회동에서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는 데 더 이상 진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의원입법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오 의원은 "의원 입법이 어렵다는 것을 도지사와 도의회에 의견을 전달했고,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특별법 개정안이 진척되지 못할 경우 도지사께서 판단해야 될 문제다. 특별법 개정이든, 현행 법률에서 선거구획정을 하든, 책임있게 판단하면 된다. 정부입법으로 도의회 동의를 얻어서 법률안을 제출하면 된다"며 도지사에게 공을 넘겼다.

제주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도정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듯 향후 일정을 선거구획정위로 넘겼다. 

유종성 특별자치행정국장은 8일 브리핑에서 "현재 시점에서 도의원 정수 2명 증원을 정부입법으로 할 경우 각종 행정절차 이행에 4~5개월 소요된다"며 "절차를 이행한 후에도 국회 입법절차에는 별도 기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올해 12월12일까지 선거구획정보고서가 제출돼야 하는 일정을 감안할 때 정부입법으로 도의원 정수 조정 관련 특별법 개정을 할 수 있는 시일이 충분치 않다"고 사실상 정부입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정부입법으로 특별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도의회 동의, 국무조정실 주관 관계부처 협의, 제주도지원위원회 심의.의결, 정부 입법절차(입법예고, 규제심사 등 각종 심사, 차관 및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후 국회제출)라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상적인 절차만 밟는데도 4~5개월이 걸려 12월12일 선거구획정보고서 작성은 어렵다.

유 국장은 "선거구획정위원회는 12차 회의를 개최하면서 도의원 2명을 증원하는 특별법 개정에 대비한 획정에 매진해 왔다"며 "더 이상 늦추게 되면 선거구획정 골든타임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제주도는 선거구획정위에 29개 선거구 재획정 필요 사항을 알리고 선거구 획정 시 도민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행정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 국장은 "2007년 헌재가 정한 인구기준인 '평균 인구수 대비 상하 60% 편차'와 공직선거법 제24조 3항에서 정한 '선거일 전 6개월까지 도지사에게 제출' 절차를 이행해 줄 것을 선거구획정위에 알리고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제주도는 일부 선거구만 재조정하는 게 아니라 29개 선거구 전체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과 제주도는 도의원 정수 관련 특별법 개정과 관련해 묘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오 의원은 비례대표 축소 특별법 개정이 어렵다는 것을 사전에 제주도와 도의회에 알렸다고 7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밝혔다.

하지만 제주도 유종성 국장은 "사전에 통보받거나 공식 문서로 받은 적이 없다. 오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 알았다"고 답변했다.

결국 국회의원과 제주도가 도의원 정수와 관련해 특별법 개정을 사실상 포기함에 따라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9개 선거구 전체 재획정이라는 '폭탄'을 떠안게 됐다.

선거구획정위는 지난해 12월 출범하면서 현행 법률안대로 29개 선거구를 전면 재조정하는 방법은 처음부터 '최악의 상황'으로 규정해 아예 논의에서 배제했었다.

스스로 배제한 안건을 오는 12월12일까지 4개월만에 재논의하고 결과를 도출해내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29개 선거구 평균 인구는 1만6000명이다. 평균에 미달하는 일부 읍면이나 서귀포시 일부 선거구는 통합이 불가피하게 된다. 

자칫 지역구 도의원이라는 대표성을 잃게 된 일부 읍면동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인위적인 선거구획정으로 인해 각각 자기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변경하는 것을 지칭하는 '개리맨더링'으로, 오히려 지역간 갈등과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9개월 동안 논의됐던 제주도의원 선거구획정은 원점에서 29개 선거구 전면 재획정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할 상황이다.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발휘될 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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