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경선후보 보이지 않는 손 경계…당사자들 '없다"

김경택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전날 오재윤 기획관리실장에 이어 4일 공직을 사퇴하고 6.5 도지사 재선거 열린우리당 경선에 참여함으로써 지방정가의 관심이 우근민 전 지사의 '보이지 않는 손'의 유무에 모아지고 있다.

비록 그가 지사직을 상실했다고는 하나 지금까지 민선 8년여 동안 지사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강력한 사조직을 형성해 왔고, 또 자신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법원의 판결로 중도 하차한 만큼 그냥 야인으로 있지 않고 어떠한 형태로든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추측이 나돌고 있다.

또 지난달 30일 제주를 방문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우근민 전 지사를 위로차 만난 직후 오재윤 실장이 주변의 예상을 깨고 갑작스레 재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오 실장의 출마 배경에 우 전 지사의 '의중'이 실렸을 것이란 게 도내 정가에 파다했었다. 소위 말해서 '대리전'을 치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열린우리당내 경선 후보, 오재윤·김영택 경선 참여에 촉각 곤두

열린우리당 경선에 뛰어 든 진철훈 국장과 송재호 교수, 강승호 부위원장은 이 같은 '우심(禹心)'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열린우리당 역시 이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태환 제주시장이 당내 경선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며 입당을 주저하는 배경에도 역시 우 전 지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깔고 있다.

그러나 우 전 지사의 왼팔로 알려졌던 오재윤 전 기획관리실장에 이어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인 김경택 정무부지사가 경선에 참여하면서 '우심' 읽기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

이번 경선, 특히 오 전 실장과 김 부지사의 행보에 우 전 지사의 의중이 실려있는가 아닌가, 실려 있다면 무엇을 노리는 것인가 등등에 대해 경선 출마자들은 물론 지방정가가 진의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오 전 실장과 김 부지사는 자신의 결심에 우심은 없다고 한사코 부인하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은 '오 전 실장의 출마 배경에 열린우리당의 민심 달래기와 우심 확보를 위한 포석'이라고 표현한 모 언론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론보도를 요청할 정도로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당사자들 "우심은 중립"…우 전지사 측근 "본인 판단에 따라 출마"

그렇다면 오 전 실장과 김 부지사는 왜 '동시 출마'라는 이해할 수 없는 카드를 꺼냈을까.

두 인사를 잘 아는 측근들의 전언이다.

"우 지사 낙마 직후 원래 김경택 부지사가 출마를 하려했었다. 그런데 오 전 실장이 갑작스레 출마를 선언해 선수를 빼앗긴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오 전 실장이 당초 기자회견을 하루 뒤로 연기한 후 출마를 강행하자, 김 부지사도 고심 끝에 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오 전 실장은 공직사회에서는 사실 갈 때까지 다 간 것 아니냐. 또 지사가 교체되면 부지사로 승진할 가능성도 없어 스스로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겠느냐"면서 "되면 금상첨화이고 안 되도 2년 후를 다른 선거도 준비할 수 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사는 김경택 부지사에 대해 "김 부지사는 오 전 실장에 비해 자유스럽지 않느냐. 경선에 진다고 하더라도 돌아갈 학교(제주대학)가 있지 않느냐"면서 두 인사 모두 우심은 중립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인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오재윤·김경택의 출마는 자가발전이라는 이야기다.

열린우리당 "우 전 지사보다 더 많은 지지자를 입당시킨 후보도 있다"

열린우리당도 당내 경선에 우심이 작용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당 관계자는 "예전의 정당과 우리당의 시스템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당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 또 우 전 지사가 입당시 지지자 1200명을 이끌고 입당했다고 했지만 실제 입당한 사람은 별로 안되며 기간당원 자격(당비 납부)을 갖춘 인사는 4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번 경선에 참여한 몇몇 인사는 우 전 지사보다 더 많은 지지자를 입당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이들이 우 전 지사보다 영향력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되묻는 형식으로 당내 경선에서 우 전 지사의 영향력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시중에 나돌고 있는 우 전 지사가 오재윤 전 실장을 경선에서 밀기 위해 진철훈 전 국장과 동향(한경 고산)이자 동문(오현고)인 김경택 부지사를 내보내 표 분산을 시도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가정도 설득력이 낮아 보인다.

경선과정에서 막판에 특정후보 지지선언으로 '표 몰아주기' 가능성은 있어

당내경선(국민경선 또는 여론조사) 과정에서 진철훈·김경택의 표 겹침보다는 오재윤·김경택의 중복이 많아 경선과정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기될 수 있는 가능성은 경선 막판에 가능성 있는 후보로 밀어 줄 수 있는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5자 구도에서 진철훈 국장이나 송재호 교수가 선두로 나서거나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경우 어느 한 후보가 나머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표를 몰아주며 합종연횡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우심은 없는가.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우 전 지사는 정치적으로 생명을 다했다. 정치는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이 없으면 매정하게 등을 돌린다. 그 분에게서 이제 무슨 힘이 있겠느냐"면서 "우심이 있다면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려왔던 측근들이 기득권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정도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