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플러스] 백희성 KEAB 대표...도시살리기 방법? 역사 콘텐츠, 절제, 재료 통일 제시

지금과 같은 인구 감소 추세라면 머지않아 상당수 국내 지자체가 사라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아이와 청년이 살기 좋은 곳이 돼야 도시가 살아난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더불어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고유한 색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신개념 지식콘서트 ‘테크플러스(tech+) 제주 2017’이 23일 오후 2시 제주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4층 공연장에서 열렸다. 

▲ 백희성 KEAB 건축디자인 대표. ⓒ제주의소리

테크플러스(tech+)는 기술(Technology), 경제(Economy), 문화(Culture), 인간(Human)을 의미하는 영단어의 합성어로, 기술과 인문학이 결합한 신개념 융합 콘서트를 표방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제주특별자치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제주테크노파크, 제주의소리, 기술인문융합창작소가 주최·주관한다. 올해 주제는 ‘스마트 아일랜드, 연결의 미래’이다. 4차 산업혁명을 각 분야에서 직접 경험하는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섰다.

백희성 KEAB 건축디자인 대표는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 도시살리기 방법을 제시했다. 백 대표는 도시가 살아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삶의 연속(아이들이 있는 도시) ▲복제할 수 없는 역사 콘텐츠 활용 ▲절제와 집중의 도시 ▲스마트도시 ▲재료의 통일을 꼽았다.

삶의 연속은 아이와 청년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 여부다. 그는 세계적인 관광지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예시로 들었다. 베네치아는 수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겉보기와 달리 실제 거주민 상당수가 노인들에 불과한 기형적인 도시이다.

백 대표는 “젊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고 노인만 남아있는 베네치아는 이대로라면 건물만 남아있고 결국 호텔, 상점만 즐비하게 될 것이다. 결국 도시의 본래 모습은 사라진다. 이런 문제는 비단 베네치아만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수도권을 제외한 한국의 많은 지방 도시가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 백희성 KEAB 건축디자인 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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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바라본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모습. 이탈리아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정작 청년들이 마을을 떠나며 활력을 잃고 있다. /사진 제공=KEAB ⓒ 제주의소리

더불어 “우리나라 많은 청년들이 각 지방에서 협력하며 생존에 도전하고 있다. 도시가 아름다우려면 자연 환경도 좋지만 젊은 사람들이 살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그 방법은 청년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무엇이 필요한지 채워주면 정착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가 생긴다. 그리고 아이가 교육받을 공간이 생겨나고 삶이 순환되기 시작한다. 역사가 쌓이면서 도시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세계 어느 나라 도시마다 다른 지역이 벤치마킹할 수 없되 공짜로 쓸 수 있는 콘텐츠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바로 ‘역사 콘텐츠’다. 

그는 화산섬인 제주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검은 돌(현무암)의 섬'이라는 특징을 대표적인 지역 콘텐츠로 꼽았다. 관건은 역사 콘텐츠를 은유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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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위에 떠 있는 한강 기억 미술관은 과거 한강에 존재했던 대규모 백사장을 재현해놓았다. 사라져가는 기억들에 대한 소중함을 살펴보는 계기가 된다. /사진 제공=KEAB ⓒ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자신이 서울에서 진행했던 ‘한강 기억 미술관’을 사례로 들었다. 도시개발로 사라져버린 옛 한강 대규모 백사장을 배 위에 재현하면서, 사라지는 소중한 역사 콘텐츠의 소중함을 반문하고 기억하게 하는 프로젝트다. 

백 대표는 “역사 콘텐츠를 그대로 보여주는 건 교과서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3.1운동이라면 언제 어디서 열렸다는 정보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어떤 움직임과 이야기가 있었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확장하기 보다는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절제와 집중’, 최첨단 기술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도시’, 재료를 통일시켜 독특한 색과 개성을 뽐내는 ‘재료의 통일’을 도시살리기 방법으로 꼽았다.

이 같은 구상을 현재 전남 화순군 ‘화순식품문화예술단지’에서 실현 중인 백 대표는, 제주에서도 고유한 역사콘텐츠의 색깔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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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희성 KEAB 건축디자인 대표가 추진 중인 '화순식품문화예술단지' 조감도. 그가 도시살리기 기법 중 하나로 강조하는 '재료의 통일'을 현실화 한 공간이다. /사진 제공=KEAB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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