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㊺ 채소는 샐러드보다 수프로

건강 때문에 식탁에 채소 샐러드를 올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생채소를 그대로 먹으면 항산화 성분은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는 게 최근에 알려졌다. 항산화 성분은 식물 세포의 내부에 존재하며, 세포는 세포벽이라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 벽을 파쇄하지 않으면 내부의 항산화 성분이 외부로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소나 말 등의 동물과 달라서 세포벽 성분인 셀룰로스(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 세포벽을 파쇄할 수 없다. 생채소는 씹는 정도로는 세포벽이 파쇄되지 않는다. 실제로 샐러드를 먹은 후 대변을 조사해 보면 채소의 세포가 그대로 포함돼 있다. 말하자면 채소를 생으로 먹으면 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요즘 쥬스나 스무디를 많이 마시고 있지만, 건강을 위한다면 이보다는 채소를 손수 가열·조리해 수프로 섭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 여러 가지의 채소를 5분간 삶은 후, 채소가 나타내는 항산화작용을 삶기 전과 비교한 실험에서, 마늘과 양배추를 제외한 모든 채소에서 항산화작용이 크게 향상된 결과를 나타냈다.

따라서 가정에서 채소를 먹을 경우에는 항산화 성분이 많은 채소를 몇 가지를 선택해 10분 정도 삶아서 수프로 먹는 게 좋다. 10분 정도만 삶아도 채소에 포함된 항산화 성분의 80%가 추출된다. 더불어 출혈예방이나 골다공증의 개선에 관계하는 비타민K나 DNA합성에 필수적인 비타민B군의 하나인 엽산도 추출돼 나온다.

채소를 삶으면 비타민C가 파괴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우리들의 식생활을 보면 옛날부터 쌈을 제외하고는 거의 채소를 삶아서 먹었다. 서양에서도 채소를 생으로 먹게 된 것은 샐러드 문화가 생기면서 부터다. 옛날 러시아에서도 겨울에 생채소를 거의 먹지 않았고, 보르쉬치(borshch, 고기와 채소 등으로 만든 러시아식 수프)처럼 삶아서 먹었다고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채소는 주로 삶아서 먹었는데, 동양이나 서양에서도 비타민C가 부족해서 생기는 괴혈병이 문제가 되었던 곳은 없었다.

결정화(結晶化)시킨 비타민C는 물에 녹여서 가열하면 짧은 시간(5분)에 파괴돼 버리지만, 채소속에 항산화성분과 같이 존재하는 비타민C는 끓여도 반 이상이 파괴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채소를 삶아서 스프를 만들어 채소와 즙을 같이 먹으면 효과적으로 비타민C도 섭취할 수 있게 된다.

※ [참고] 항산화력이 강한 채소들
레터스, 당근, 미나리, 무, 유채나물잎, 버섯, 쑥갓, 가지, 무잎, 시금치, 셀러리, 파세리, 브로콜리, 양파, 콜리플라워, 부추, 토마토, 생강, 피망,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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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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