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서약' 받아놓고도 공개 꺼려…단죄 의지 의문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11일 치러지는 교육감 보궐선거와 관련, 불법선거운동을 한 후보자에게 5일 경고조치를 내리고도 후보자 공개를 극구 꺼려 빈축을 사고 있다.

선관위는 특히 전날인 4일, 7명의 후보로부터 '불법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공개 서약을 받아놓고도 후보가 누군지에 대해 끝내 입을 다물어 불법선거 단죄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또 유권자들이 어느 후보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고, 누가 깨끗한 후보인지를 알게 함으로써 후보 선택에 도움을 주려하기 보다는 후보를 감싸는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와함께 구속자 양산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 지난 1월 교육감선거와 같은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선 위법사례를 낱낱이 드러내 사전에 불법선거의 싹을 잘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무색해지고 있다.

제주도선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5월11일 실시되는 제주도 교육감 보궐선거와 관련, 모 후보자의 위법행위를 신고한 A씨에게 포상금 1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 후보자가 지난달 22일 오후 2시께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부탁했고, A씨는 이를 선관위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A씨 말고도 2~3명에게 지지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선거인단이 소수의 학운위원으로 구성되는 등의 사유로 선거인단에 대한 금품·향응제공 등 위법행위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며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신고·제보를 당부했다.

선관위는 그러나 이 후보자가 누구인지 끝내 밝히지 않았다. 제주도 선관위는 지난 4·15총선때 위법행위를 한 후보의 윤곽이라도 알 수 있도록 '이니셜' 정도는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이런 정도의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선관위는 특히 이 후보자에게 경고 조치를 내린 사실은 빼두고 포상금 지급 결정만 공개했다가 확인요청을 받고서야 이 사실을 공개했다.

선관위의 공개 기피 사례는 이 뿐만 아니다.

선관위는 지난달 초에도 모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교육감후보의 불법선거 제보를 추적, 평소 안면이 없는 선거인들을 만나고 다닌 모 후보에게 경고조치를 내렸으나 이 건은 아예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았다. 뒤늦게 이 후보가 A후보와 다른 인물이라고만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신원 공개 요청에 "불법선거운동 시점이 '공개서약'을 한 이후라면 괘씸죄를 적용해서라도 신원을 밝히겠지만 그 전의 일이라 공개할수 없다"고 애매한 논리를 폈다.

그러나 서약서에는 지난 총선때 처럼 '불법행위를 할 경우 신원을 공개해도 좋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서약서에는 ▲불법선거를 하지 않을 것과 ▲불법선거 감시를 위한 선관위 직원 또는 감시단원의 자택방문을 적극 수용한다 ▲상대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방이나 허위사실을 공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결국 선관위가 신원을 공개할수 없다며 내세운 이유가 앞뒤가 맞지않은 궁색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2건의 경고조치는 주변 인물이 아니라, 모두 후보 당사자에게 내려진 조치다.

또다른 관계자도 명확한 이유 제시 없이 "공개하기가 좀 그렇다"며 공개를 극구 꺼렸다.

반면 중앙선관위는 4·15 총선때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 뿐 아니라 가족, 선거운동원의 위법행위를 모두 해당 후보의 불법선거 범주에 넣어 처리 결과를 공개했다. 물론 그 당시 불법선거 조치 결과 공개도 법적 근거에 의해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공명선거를 당부하기 위해 교육부차관이 다녀가고, 교육당국이 침이 마를 정도로 불법엄단을 되뇌이고, 경찰이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 깨끗한 선거를 촉구한다 한들 선관위부터 강력한 단죄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른 지난 1월의 불법선거 악몽은 되살아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 제주지부 관계자는 "불법선거 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 필요한 마당에, 선관위가 스스로 경고까지 내린 사안을 두고 후보자 공개를 꺼리는 것은 것은 '몸사리기' 의도로 밖에 볼수 없다"며 "앞으로 선관위의 의지를 누가 믿을수 있겠는가"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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