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하려는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지역경제 생태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제주형 사회혁신이 조금씩 기지개를 펴는 지금, 새로운 방식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실험에 나선 이들을 직접 만나봤다. <편집자 주>

[제주 바꾸는 혁신] (3) 행복한 마을공동체 꿈꾸는 인화로 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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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화로 사회적협동조합의 거점인 사람꽃 마을카페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꽃과 요리, 인문학과 건강을 함께 나누는 곳이다. 사진은 요가 프로그램이 진행중인 사람꽃 마을카페. /사진 제공=인화로 사회적협동조합 ⓒ 제주의소리

제주시 일도2동에 위치한 ‘사람꽃 마을카페’는 요새 부쩍 늘어나는 방문객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다. 다양한 생활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이 공간은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꿈꾸는 사회적협동조합 인화로의 거점인데,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조합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7명이 뜻을 모아 시작한 이 실험의 가치에 공감한 지역주민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출범 2달여만에 25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따로 광고를 내거나 홍보한 적도 없다.

‘자유롭게 만나서 함께 배우고 나누자’, ‘배우고 나누다 보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향점에 공감한 이들이 스스로 입소문을 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역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 곳은 누구나 와서 합리적인 가격에 관심있는 분야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요가, 코어운동, 필라테스, 마술, 요리, 명상, 연극, 인문학 등 영역을 넘나들며 전문가들과 가까이서 배우며 소통할 수 있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 주부들의 선호도가 높다. 그 동안 목말랐던 일상 속 성취, 자신의 재능에 대한 재발견을 통해 ‘함께사는 법’을 유쾌하게 터득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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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창윤 인화로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그는 앞서 아름다운가게,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등을 거쳤다. ⓒ 제주의소리

사회적경제의 시선으로 보면 흥미로운 모델이다. 도심 지역에서 시민사회 출신과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이 자생단체 등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 문화를 새로 만들어간다는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이 갖고 있는 갈증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송창윤 인화로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마을 내에 갈 만한 공간, 자기확신을 갖게 되는 경험, 삶의 만족도를 증가시키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었다”며 “건강하게 지속가능한 배움터가 되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송 이사장은 “자생단체와 시민사회, 영역을 넘어서 만나다보면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사람들이 모이다보면 좋은 방향성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도2동 주민 뿐 아니라 인근 마을 주민들까지 이 곳을 향하고 있다. 화북동에서 온 주부 서상희(37)씨는 “‘요가강좌를 저렴하게 들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향했다 이제는 밑반찬 만들기 교실도 수강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분위기와 사람들도 좋아 조합원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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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꽃 마을카페에서는 소규모 주민·지역 맞춤형 교육이 이어진다. 캘리그래피, 향수와 향초 만들기, 플라워 클래스, 브런치 클래스, 그림책 읽어주는 교실, 패밀리 마사지도 이어진다. 40대 이상 주부가 중심이지만 어린이들과 노년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사진 제공=인화로 사회적협동조합. ⓒ 제주의소리

인화로는 앞으로 이 마을카페를 아이들을 위한 돌봄공간, 하루 4~6시간 정도의 근무만 가능한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새로운 일터로도 꾸밀 계획이 있다.

특히 1994년 개발이 완료된 일도지구가 중심인 일도2동은 앞으로 지역공동체와 커뮤니티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인화로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인구유출 등 점점 ‘구도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도시문제를 대비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송 이사장은 “10년 뒤 지역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화로가 완충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며 “지역에서의 인간관계가 어떤 이익이나 이해관계가 아니라 ‘함께 배우는 일’을 통해 형성된다면 충돌할 가능성도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 바꿀 좋은 아이디어 있다면?]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9월말까지 1500만원 상당의 창업비를 지원하는 제주형 사회혁신 아이디어 공모전 ‘클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주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등록하면 심사를 거쳐 특허와 창업비용을 지원한다. 또 다른 ‘인화로’를 꿈꾸는 이들을 밀어주기 위한 새로운 형식의 소셜벤처 발굴 프로젝트다.

클낭 공식 플랫폼(www.keulnang.org)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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