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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신 수필가 이용언 씨가 세 번째 수필집 《나도 풍란》(정은출판)을 발간했다. 

그는 제주도 공직사회에 오래 몸담은 뒤, 60세가 돼서야 수필가로 등단한 늦깎이 작가이다. 신간은 공직자 출신으로 자신이 현장을 누빈 곳곳을 둘러보며 느낀 생각, 피할 수 없는 나이듦과 마주하는 소감, 소소하지만 행복한 가족사 등을 풀어낸 50여편이 실려있다.

저자의 스승이면서 작품 해설을 쓴 동보(東甫) 김길웅 작가는 《나도 풍란》에 대해 “인간사를 사람 얘기로 풀어낸 진솔한 글쓰기”라고 소개했다. 

무성한 한라생태숲을 거닐며 숲 조성 당시 담당자로서 돌아보는 기억, 초보 농사꾼으로 도전하는 텃밭 농사, 영화 <국제시장>을 보며 부산 국제시장에서 발품을 팔았던 어린 시절 등 일상 속의 사연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특히 손녀의 공개수업에 참가한 일이나 병원에 입원한 손자를 걱정하면서 각별한 가족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뒤늦게 글의 길에 뛰어든 만큼, 저자는 스스로 부족함을 잘 알면서 동시에 글 욕심이 높다. 등단 10년 동안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내 안에 한 그루 나무가 자란다》와 이번 책까지 의욕적으로 집필에 힘썼다. 가족 가보로 남길 만큼 좋은 수필을 쓰고 싶다는 포부는 책 곳곳에 담겨있다. 동시에 조급함을 버려야겠다는 마음가짐까지 더하면서 글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새삼 짐작케 한다.

“조급함을 버리고 과거를 곰삭혀 숙성시키는 여유를 가지고 수필을 읽고 쓰기를 즐겨야겠다. 어느 여류 수필가의 작품집 《천천히 그러나 항상 앞으로》라는 표제처럼 그렇게. 좋은 수필이 아니면 어떠랴. … 이 나이에 아무런 취미도 갖지 못한 내가 여생을 수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이고 축복인가. 수필가로서 당당하려면 자신에게 혹독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부족한 인격을 수련하며 품성을 다듬는 게 우선이다. 사그라지는 감성의 불씨를 되살리면서, 창작에 필요한 지적 소양을 쌓는 데 정진하리라” - <늦깍이> 증에서

저자는 예술이란 것이 생활 속에서 호흡하며 즐기는 행복한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이번 책을 통해서 보여준다. “수필은 힐링이다. 수필 한 편 쓰고 나면 마음이 편하고 세상이 달라 보였다. 세속에 절은 때를 씻어 내고, 삶의 질곡과 절망으로 마음 속 깊이 팬 상처도 치유할 수 있었다”는 작가의 말은 예술이 왜 사람들에게 필요한지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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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용언 씨. ⓒ제주의소리
제주시 외도동 월대마을에서 태어난 저자는 평생을 공직에 몸담으면서 제주도 지방부이사관으로 퇴임했고,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대한문학작가회, 제주문인협회, 동인脈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정은출판, 258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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