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이선화(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문학이란 무엇일까?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찾는 것이다. 학창시절 문학에 대한 나의 궁금증에 은사님께서 주신 귀한 가르침이었다. 제주에도 문학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문학관의 주요 테마는 무엇으로 할지, 적당한 부지는 어디일지를 찾고 행정절차 이행을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시대에 문학관을 왜 지어야 하는가? 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빠져있는 듯하다.

제주문학관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한다. 인생의 길을 찾는 것은 과거 문학사를 나열한 전시관에서가 아니라, 향기로운 글귀가 담겨진 한 권의 책에서 인생의 또 다른 길이 펼쳐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문학의 역사를 한 장소에 담는 공간으로서의 문학 박물관으로만 존재한다면 박제된 지성의 장소로만 남을까 염려된다.

문학으로부터 우리가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듯이 문학관은 그러한 길을 안내하고 선물해 줄 문학적 정서가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기를 바란다.

지난해 제정된 문학진흥법을 계기로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학적 붐을 조성하고 문학 진흥을 위한 정책추진에 정부는 물론 지자체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문학관 건립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에는 많은 문학관들이 있다. 박경리, 황순원, 윤동주 문학관에서부터 서울, 경기, 부산, 인천 등 지자체마다 들어서있다. 국립 한국문학관 건립에 전국 지자체의 과열경쟁이 나타나더니 최근엔 생존 작가의 이름을 빌린 문학관 건립 논란이 일면서 상업적 이용에 대한 문학계의 비판까지 나온 상황이다.

문학이라는 콘텐츠에 인프라까지 조성할 수 있어서 문학관 건립은 정책추진에 매력적인 아이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문학관을 왜 조성해야 하는지, 시민들이 왜 문학을 사랑하고 이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정서적 상상력을 행정에 연결하는 지혜는 더 필요해 보인다.

얼마 전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을 다녀왔다. 서울 강남의 대형 쇼핑몰 한복판에 수익이 나지 않는 별마당 도서관이 자리하면서 도서관 문을 열 당시부터 파격적인 시도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일본의 츠타야서점, 다케오시립도서관 등 최근 리딩엔터테인먼트 시대를 벤치마킹해 대기업이 전략적으로 투자한 것이긴 하지만 놀라웠던 점은 다른데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책들이 주인공인 공간이라는 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서기증도 함께 전개됏다는 점이다. 내가 방문한 시점에 기증도서만 2만2000권에 달했다. 월별로 기증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진 안내판도 보였다.

제주문학관 역시 그래야 한다. 제주문학의 역사를 되새길 기념비적 공간은 문학관의 상층부로 올려 명예의 전당으로 살리고 시민들이 들어서게 될 문학관의 입구에서부터 책들이 주인공이 되고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주인공인 공간으로 조성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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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화. ⓒ제주의소리
문학관 건립을 위한 예산확보에 대한 고민만이 아니라 건립과정에서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문화운동으로 전개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기념비적인 문학관이 아니라 왜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 물음을 품고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도서기부운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늦기 전에 제주문학관 조성이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문화운동으로 전개되길 바란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이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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