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9) 서울 성수동 ‘카우앤독’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론으로 도시재생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제주의소리>는 최근 전국 곳곳에서 지속적인 지역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을 만났다. 일본의 사례에 이어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는 서울 성수동, 천안, 대전 유성구를 찾아 건강한 제주지역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찾아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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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공유공간 '카우앤독'. 바로 맞은 편 자율방범순찰대 건물이 눈에 띈다. 우범지대였던 이 곳이 카우앤독이 들어선 이후 밝게 바뀌었다. ⓒ 제주의소리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넘어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들에게 서울 성수동은 매력적인 거점 중 하나다.

사회에 기여하는 벤처기업들이 밀집한 이 곳에서는 다양한 협업과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활기가 떨어졌던 성수역과 뚝섬 일대는 이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색깔있는 코워킹 플레이스(공유공간)들의 움직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옛 자동차공업사 자리에 들어선 카우앤독(COW&DOG)은 인기를 끌고 있는 공유공간 중 한 곳이다. ‘함께 일하고, 좋은 일을 하자(CoWork DO-Good)’의 줄임말로 ‘개나 소나(누구나)’ 자유롭게 올 수 있다는 뜻을 이름에 담았다.

소셜벤처를 육성하는 ‘소풍(Sopoong)’이 ‘소셜벤처들이 자유롭게 함께 모일 수 있는 거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조성한 곳이다.

자유롭고 세련된 분위기의 건물 1, 2층의 열린공간에서는 늘 대화와 교류가 이어진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혁신적인 수다’라는 토크콘서트, 지역주민들에게 소셜벤처의 제품을 소개하는 마켓과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투자자와 소셜벤처가 만나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 오피스 아워’가 매월 두 차례 열리고, 건강한 가치를 가진 제품을 알리기 위한 팝업스토어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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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우앤독' 내부. ⓒ 제주의소리

미션은 분명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초기 창업가의 비즈니스를 고도화 할 수 있는 ‘임팩트 부스팅 프로그램’, 10대와 젊은 작업자들의 협업 프로젝트인 ‘Camp C’라는 실험적인 협업도 진행된다.

사회적가치를 꿈꾸는 기업가들의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담당하는 소셜벤처 전문 투자기업 소풍이 머물고 있는 만큼, 이들의 다양한 지원 프로젝트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 곳은 소셜벤처를 넘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유의미한 도전을 하는 이들을 위한 실험실이기도 하다. 사회적 가치를 위한 프로젝트를 하는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거점이 목표다.

감각적인 공간 구성을 보고 ‘통으로’ 공간을 빌리려는 기업이나 기관도 있다. 하지만 카우앤독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이은진 카우앤독 대표는 “상업적 대관을 할 경우 매출에는 좋겠지만 ‘대관비를 많이 줄 수 있는 곳’과 우리가 끌어모으고 있는 주체가 너무나도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며 “공간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상업적 대관을 많이 차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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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우앤독' 내부. ⓒ 제주의소리

사회적 가치에 주목한 카우앤독의 행보는 지역에 작은 변화도 만들어내고 있다.

카우앤독이 위치한 골목은 자율방법순찰대 건물이 마련돼 있을 정도로 우범지대였다. 2015년 1월, 자동차공업사가 있던 자리에 카우앤독이 들어선 뒤 어두웠던 인근 골목이 서서히 밝아지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평이다. 작은 가게들도 여럿 들어섰다.

특히 ‘저 곳은 청년들이 왔다갔다하는 공간이구나’, ‘무언가 에너지 넘치고 창의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구나’하는 인상을 남기게 됐다. 성수동 일대가 ‘소셜벤처 밸리’로 불리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이제 카우앤독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새로운 커뮤니티의 구심점이 되길 꿈꾸고 있다. 이 대표는 “소셜벤처는 물론 아티스트, 창의적인 다양한 이들이 모여있는, 개인개인이 살아있는 유연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며 “사회를 맞닿는 실험을 하는 이들을 빛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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