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11) 충남 천안 원도심, 청년으로 물들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론으로 도시재생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제주의소리>는 최근 전국 곳곳에서 지속적인 지역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을 만났다. 일본의 사례에 이어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는 서울 성수동, 천안, 대전 유성구를 찾아 건강한 제주지역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찾아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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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역 인근의 한 건물. 빈 공간과 청년들을 이어준 '청년복덕방' 덕분에 막 창업한 청년 자영업자들이 적절한 터전을 찾을 수 있게 됐다. ⓒ 제주의소리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최광운(34)씨는 소속 기업이 충남 천안에 지점을 내게되면서 터전을 옮기게 됐다. 그 때만 해도 또래가 부러워하는 억대 연봉자였다. 2014년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천안 원도심에 ‘오빠네게스트하우스’를 냈을 때 주변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최씨는 “천안이 중간통로로서 기점으로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경유지이지만 정작 관광에 대한 개념이 없어 아쉬웠다”며 “천안 원도심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천안과 관광의 접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의아함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10명 남짓만 수용가능한 이 게스트하우스에 첫 해 2500명이 방문했다. ‘스쳐지는 가는 교통 요지’ 혹은 ‘내세울 관광지 하나 없는 곳’으로만 여겨졌던 천안시 곳곳의 자원들을 이어준 덕이다.

빈 점포를 찾기 위해 공인중개사를 일일이 만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창업에 나선 청년들이 적절한 공간을 찾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깨닫고 빈 공간과 청년을 이어주는 ‘청년복덕방’을 운영했다. 각별한 과정은 조금씩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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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바라본 천안역 일대 원도심. 1990년대까지는 천안의 중심지였으나 2000년대 들어 활력을 잃었다. ⓒ 천안시도시재생지원센터

지역 청년들의 표현에 따르면 ‘중고생의 담배꽁초로 가득했던 골목’에서 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원도심에 하나 둘 창업을 시작했고, ‘천안청년들’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뭉치게 됐다. 각자 열심히 해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100분토론’을 직접 개최했다. 이 자리에 시장을 오게 만들고 청년 창업가들의 어려움과 소망을 전했다.

청년과 도시재생을 화두로 한 의정토론회가 만들어졌고, 도시재생 현장활동가라는 역할도 생겼다. 청년들이 마중물 산업이라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청년들을 위한 공간들이 조성됐다. 청년들이 사라졌다던 천안 원도심이 새로운 활력의 거점으로 부상했다.

옥상파티, 숨바꼭질축제, 천안 원도심 투어 등 청년들이 중심이 돼 진행한 이벤트들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7 천안 숨바꼭질 축제는 미션을 해결하며 원도심을 구석구석 알아가는 콘셉트인데 행사 기간 7000여명이 몰리면서 인근 상가는 준비된 식재료가 모두 소진됐을 정도였다. 지역 상인회와 청년들의 협업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카페를 운영중인 유병준(30) 엉클컴퍼니 대표는 “천안역 앞은 1980년대만 해도 번화가였지만, 2015년 천안역 앞 원도심에 왔을 때는 청년들이 없는 쇠락한 구시가지였다”며 “그런데 다양한 활동, 사업영역을 지닌 청년들이 함께 뭉치면서 눈 여겨볼만한 변화들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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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천안 숨바꼭질 축제의 모습. ⓒ 천안시도시재생지원센터

이제 천안지역 청년공동체들은 무시하지 못할 파워도 지니게 됐다. 동등한 정책파트너로 인정받게 되면서 천안시에서 추진하는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이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수백억원짜리 공공개발 사업을 다루는 자문위원회 20명 중 5명이 청년층으로 배정될 정도고, 청년 또는 도시재생과 관련된 조례 등 법 제도 개선에 있어서도 의견을 먼저 묻는 그룹이 됐다.

▲ 최광운 천안청년들 대표. ⓒ 제주의소리
천안시 관계자는 “천안의 도새재생은 청년들이 중심이 됐다. 핵심으로 잡은 키워드 자체가 ‘청년’이었다”며 “거의 아무도 찾지 않고 우범가처럼 여겨졌던 원도심에 청년들로 인해 이제는 하루 최소 800여명, 연간 수십만명이 방문하는 걸 보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지금 천안의 청년들이 꿈꾸는 게 단순히 일획천금이나 어마어마한 경제적 성공이 아니라는 데 있다.

최광운 천안청년들 대표는 “극적인 변화는 원치 않는다. 그러다가 극적으로 망할 수 있다”며 “다만 청년들이 이 곳에서 지속가능하게 먹고살수 있는 게, 오래갈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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