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읍민속촌에서 만난 견공의 눈빛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노라니 풍다우주(風茶雨酒)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바람이 불면 차 한 잔을 마시고, 비가 내리면 술 한 잔을 마시라’는 말인데 출처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애주가들이 각각의 한자를 조합해놓은 고사성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송현우
아무튼 비 내리는 어제.
성읍민속촌에서 비를 벗 삼아 막걸리를 한잔 마시는데, 문 입구에서 개 한 마리가 얼씬 거렸습니다.
혀를 낼름거리는 게 배가 고픈 듯 보였습니다.

▲ 워낙 빠르게 먹어치우는 통에 먹는 '입 다시는'모습만 포착했습니다.ⓒ송현우
그래서 ‘자, 너도 먹어라’며 ‘쑥빈대떡’조각을 나눠줬습니다.
▲ ⓒ송현우
▲ 말 그대로 '게 눈 감추듯'먹습니다.ⓒ송현우
그런데 이 놈이 말 그대로 ‘게 눈 감추듯’먹어치우더군요. 씹지도 않고 ‘꿀꺼덕’ 삼키는 통에 먹는 장면을(사진으로)제대로 포착할 수도 없겠더군요.

▲ ⓒ송현우
▲ 그래서 이번엔 '쑥빈대떡'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셔터를 눌렀습니다.ⓒ송현우
▲ 시치미 뚝!ⓒ송현우
술안주를 거의 다 먹어치우고도 술상(안주)에 계속 미련을 보이기에 막걸리를 한 잔 줬습니다.
그런데 '시큰둥' 합니다.

▲ 마지막 남은 먹이. 정작 이놈은 저를 쳐다봅니다.ⓒ송현우
▲ '이별주'를 줬습니다.ⓒ송현우
▲ '이게 뭐지?'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마시지는 않더군요.ⓒ송현우
식당을 나오면서 주인아주머니에게 당부를 하고 왔습니다.
‘먹다 남은 음식이 생기면 좀 나눠주시라’고 말입니다.
미물이지만 아주머니께서 베푼 덕이 언젠간 아주머니에게 복으로 되돌아올 거라고 말입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 화사한 웃음과 함께 ‘그러겠다’고 하시더군요.

▲ 왠지 슬퍼보이는 눈. '나를 위해 울지 말라는 눈빛'(?).ⓒ송현우
그런데 차를 타서 떠나려는데 개를 지켜보던 옆동료가 이러더군요.
‘엇, 저 아주머니 개를 차버리네’

▲ 송현우 화백.
'개 팔자'가 원래 그렇긴 해도 아직도 가물거립니다. 개의 눈빛이 말입니다.
어쩌면 '나를 위해 울지 말라던 눈빛'이라는 생각을 하며 위안을 찾아봅니다.

PS) 다시는 그 식당에 가지 않겠습니다.

※ 이 기사는 도깨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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