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시인은 세 번째 시조집 《그래, 지금은 사랑이야》(도서출판 각)를 최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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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햇살 몇 올 당겨봐 ▲사랑이라 말하려거든 ▲그냥 그리 묻어두고 ▲그 가슴을 여시네 까지 4장에 걸쳐 총 시조 62편이 실렸다.

시인은 30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서귀포로 돌아왔다. 뒤늦은 귀농 생활을 담은 《그래, 지금은 사랑이야》는 이제는 한창 나이에서 한발 물러선 개인의 이야기가 담겼다. 

동시에 푸른 여름을 지나 단풍을 준비하는 가을을 노래하면서 농사를 짓는 삶, 가족, 점점 사라지는 고향 같은 소재에 보편적이고 친근한 어휘를 사용한다. 독자는 시조를 마주보며 시인이 펼쳐놓은 이야기에 스며들 것이다.

일년생 묘목들이 삐뚤빼뚤 줄 서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원뿌리 중심 잡고
살바람
투정 부려도 
버티고 선 뚝심이면

저 혼자 커가지만 아픔은 있는 거야
밤새 신열 앓은 마디 짧은 가지들의
이파리,
이파리에다
햇살 몇 올 당겨 봐

시작이 불안해도 의지 하나면 그만인 거
예측 못한 장애물에도 꽃피우면 그만인 거
팔 개월 
손자 녀석이 
혼자 우뚝 섰단다
- <첫발 딛는 너에게> 전문   

도서출판 각은 “시인 개인적으로 세 번째 시집이자 서귀포 귀농 이후 첫 번째 내놓는 이번 시집에서, 이제까지 쌓아놓은 시인의 문학적 결과를 추수하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한 인간의 지표로서 또렷한 징검돌”이라고 표현했다.

작품 해설을 맡은 고정국 시인도 “사람은 나이가 들어 세 가지 농사를 짓는다. 바로 자식농사, 밭농사, 자기농사이다. 여기, 한희정 시인이 귀농의 삶으로 전환하면서 하나 둘 캐내는 문학적 추수감이 정겹다”고 호평했다.

서귀포에서 태어난 한희저 시인은 2005년 <시조21>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굿모닝 강아지풀>(2009), <꽃을 줍는 13월>(2013)을 펴냈다. 올해 나온 《현대시조100인선》에 <도시의 가을 한 잎>을 실었다.

현재 제주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제주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 한국시조시인협회에 몸 담고 활동 중이다.

도서출판 각, 96쪽, 9000원.

문의: 도서출판 각 064-725-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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