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 오멸 작품, 박근혜 블랙리스트로 지원 배제에 개봉 시기 미뤄져...부산영화제 상영

제주출신 영화감독 오멸의 연출작 <인어전설>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계기로 공식 행사에서 처음 선보인다. ‘제주4.3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 2>(이하 지슬)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찍혀 1년 넘게 개봉하지 못한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12일 개막해 21일까지 열리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어전설>은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선정돼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제 기간 동안 총 6차례 상영될 예정이며, 13~14일 일정에는 감독·출연 배우가 관객과 만나는 GV(Guest Visit) 시간도 열린다.

제주출신 배우 문희경, 전혜빈 씨가 주연한 <인어전설>은 아쿠아리움에서 잦은 ‘취중 공연’으로 쫓겨난 전 국가대표 선수인 영주가 제주도로 내려가 해녀들에게 싱크로나이즈드를 가르친다는 유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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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어전설> 출연진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인어전설>은 오멸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로서 2015년 <눈꺼풀> 이후 2년만의 신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추천작으로 소개됐다. 부산국제영화제 ACF 장편 시나리오 개발 펀드 지원작이며 제주영상위원회 장편제작 지원작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정상적이라면 일찌감치 개봉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오멸 감독을 블랙리스트로 지정하면서 1년 넘게 극장을 찾지 못했다. 

애초 영화 촬영은 지난 2015년 9월에 마쳤으며 후반 작업을 거쳐 지난해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2015년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 지원 사업에 신청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배제됐다. 당시 영화 관계자들은 “오멸이 <지슬>을 만들었던 감독이라 사업에 선정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같은 의혹에 일각에서는 ‘말이 안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인해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사실로 입증됐다. 

올해 2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기소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특정 문화예술인, 단체를 지원 명단에서 제외시킨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 374건을 공소장에 명시했다. 여기에는 오멸 감독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박근혜 정부가 오멸 감독을 블랙리스트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 “제주4.3 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을 연출했고, 연출자가 진보성향”이라고 공소장에 밝혔다.

촛불 혁명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적폐 청산 작업이 이뤄지면서, 숨죽이던 작품 역시 빛을 보게 됐다. <인어전설> 제작사인 자파리필름 관계자는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해외 영화제와 연말 국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배급사는 확정됐고 국내 배급사는 찾아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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