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대란 해소를 위한 제주하수처리장 단계별 현대화 사업계획이 제주도의 공식 발표 후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전면 백지화 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5일 오후 8시10분 제주시 도두1동 도두하수처리장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방문해 주민들에게 사업계획 수정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에서 기존 단계별 추진 계획을 언급하자 마을주민들이 즉각 반발하면서 원 지사가 전면 백지화 계획을 주민들에게 재차 약속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초 상하수도본부는 9월29일 도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제주하수처리장 1단계 우선 증설과 2단계 대규모 증설 내용이 담긴 총 3956억원 규모의 현대화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1단계 사업은 2020년까지 956억원을 투입해 하루 4만t 규모의 시설을 우선 증설하는 내용이다. 2단계는 3000억원을 들여 기존 13만t에 5만t을 더해 18만t을 전면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주민들은 이에 임기응변식 1단계 사업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시설을 모두 지하화하는 현대화 사업 계획을 이행하라며 반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9월29일 도청 브리핑이 기폭제가 됐다.
제주도가 기존 사업계획 추진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도두동 주민들은 13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상여를 매고 제주도청으로 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주민들은 16일 오전 9시 대책위원회가 꾸려진 도두1동마을회관에 상여를 배치하고 발인 준비까지 마쳤다. 마을 어르신들은 두건에 상복까지 입고 현장을 찾았다.
전날(1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마을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지만 상하수도본부가 1단계 사업계획을 발표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주민들은 도지사의 전면 백지화 발표를 재차 촉구했다. 이에 원 지사는 16일 오전 10시10분 김대출 도두1동마을회장에 전화를 걸어 전면 백지화 입장을 발표했다.
원 지사는 마을주민과의 통화에서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이는 자동화 시설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걱정하는데 행정이 강행하기 보다는 일단은 전면 보류하겠다”며 “향후 도지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정식으로 문서화해서 추진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원 지사는 또 “행정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떤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지 의논하겠다”며 “이 사업은 앞으로 도지사가 직접 진두지휘하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출 도두1동마을회장은 “지사의 발언에 따라 오늘 장례식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며 “도정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언제든 행동에 나서겠다. 집회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향후 현대화사업을 위한 추진위원회 구성에 주민들이 60%이상 참여해야 한다”며 “전문가도 마을에서 추천할 수 있도록 제주도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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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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