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재보선과 관련하여 현(玄)의원님께 드리는 글

이 글은 제주도당 대변인을 지낸 정경호 전 도의원이 '제주의 소리'에 보낸 기고임을 사전에 밝혀드립니다.[편집자 주]

  현(玄)의원님,
  지난 4월 15일 밤, 저는 총선 개표방송을 지켜보면서 실망감을 넘어 절망감에 사로잡혀야 했습니다. 제주지역 한나라당 공천의 세 분 후보 모두가 낙선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저를 아껴주셨고, 저 또한 존경해 마지않는 분이 낙선했다는 사사로운 감정만으로 그런 절망감에 빠진 것은 더욱 아니었습니다.

  그건, 제주를 움직이는 큰 에너지가 소멸해 버리고 마는구나 하는 절망감이었으며, 아직은 그 빛을 더 발(發)할 수 있는 제주인 자존의 실체가 제주역사(濟州歷史)의 장(章)으로 묻혀버리고 마는 구나 하는 절망감이었습니다.

  玄의원님은 제주발전에 있어서 그 어떤 과정에도 그 중심에 계셨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제주발전의 과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즉 玄의원님이 제주발전의 동력(動力, Energy)이었음을 그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玄의원님은 집권여당의 원내총무를 지내셨고, 한보비리청문회 위원장을 지내시면서 당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단죄하시기도 하셨고, 지금은 제1야당의 전당대회의장이십니다.

 유권자 분포비율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은 제주도의 섬사람으로써는 '현경대'라는 그 이름 자체가 자랑이었습니다. 즉, 제주인(濟州人)이라면 玄의원님이 제주자존의 상징이었음을 모두가 인정해 마지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날 밤, 저와 같은 그런 이유에서 절망감을 느꼈던 사람은 비단 저 뿐만은 물론 아닐 것입니다. 몇 일 전, 한나라당과 반대편에 섰던 어느 분마저도 저에게 그런 얘기를 할 정도이니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은 결코 소수는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玄의원님과 관련하여 절망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실망감을 토로하는 사람이 이곳 저곳에서 생겨나니 이게 어인 일입니까? 玄의원님이 도지사에 출마한다는 소문에서 비롯되는 실망여론의 생성과정인 것입니다.

  실망감을 토로하시는 분들은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가 제일 듣기 싫고 자극 받는 얘기는 玄의원더러 '궁색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분들의 그 싫고 짜증나는 얘기에 "무슨 소리냐!"며 대들 수가 없습니다. 그 분들의 소견이 전혀 황당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玄의원님의 도지사 출마 설은 측근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겨우 입막음을 해버리고 맙니다.

  만약, '도지사출마'설이 저가 그 분들에게 입막음하느라 얘기했던 측근들의 희망사항이 아니라 玄의원님의 의사라고 한다면 저 또한 그 분들의 소견에 동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玄의원님은, 4년 전 16대 총선을 치르시면서 이회창 총재(당시)로부터 '국무총리'감이라는 얘기를 들으셨고, 이번 총선에서는 탄핵정국이 조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국회의장'감이라는 얘기를 중앙정치권으로부터 들으셨습니다. 이럴 때마다 도민들은 그 자긍심에 마음 뿌듯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제주도지사를 하시겠습니까? 제주도민들의 자긍심이 여지없이 헤쳐지는 것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한마디로 말씀드려서, '濟州道知事 玄敬大'라는 명패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주도지사'라는 자리가 아니더라도 玄의원님이 제주도민을 위하여 해야 할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컨대, 제주와 제주인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정신운동을 주도하신다던 지, 제주도를 한반도 르네상스의 발상지로 조성하기 위한 문화예술진흥 운동을 전개하신다든 지 등등 玄의원님이 쏟아 부으실 역량의 그릇들은 얼마든지 있는 것입니다.

  '현경대 제주도지사출마'설이 진정 玄의원님의 의사라면,  그건 영락없이 '꿩 대신 닭'이라는 말에 비유될 수밖에 없습니다.

  玄의원님의 존함 끝 자가 클 대(大)이어서가 아니라, 玄의원님은 제주현세(現世)는 물론 제주역사(歷史)의 대인(大人)이십니다. 그리고 제주의 대인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대인이십니다.

  대인은, 결코 꿩을 놓쳤다고 닭을 잡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지사는 꿩을 대신하는 닭일 수 없습니다.

  대인은 사냥에서 꿩을 놓치면 호랑이를 잡으려해야 합니다. 4년 후 대권(大權)에 도전하십시오.     정 경 호(전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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