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 두 얼굴]관광객 사이버민원 북새통…"동남아 등지로 발길 돌리겠다"
친절관광엔 '웃음꽃'…"꼭 다시 찾고 싶어요"

"언제부터 상황버섯이 감귤을 대신하는 특산품이 됐어요?"
"몇년 전엔 '동충하초'가 제주특산품이라고 하던데 바뀐 건가요?"
"성읍 민속마을은 도대체 누가 관리하는 겁니까? 부르는게 값인가요?"
"공항에서 조심하세요! 렌터카 회사의 횡포가 너무 심해요!!"

▲ 제주국제공항.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대기한 택시행렬.
"제주도 여행은 내가 적극 말리겠다"...친절 제주관광 '총체적 부실'

국제자유도시를 꿈꾸는 제주관광이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주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는 상당수 관광객들이 바가지 상혼에 멍들고, 불쾌했던 기억들을 제주도 관광문화정보 사이버 게시판(http://cyber.jeju.go.kr)에 불만으로 가득 쏟아놓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관리되지 않아 관광객의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 등 '친절 관광'에 대한 대수술이 요구되고 있다.

'상황버섯'이 제주대표 특산품?...각종 불만 끊이지 않아

지난주 부모님과 함께 효도차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정 모씨(44.서울). 가는 곳 마다 쇼핑을 권유하는 관광가이드와 비싼 음식땜에 기분을 망쳤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 제주도"라는 정 씨는 "음식점들마다 바가지가 비일비재하고, 맛도 형편 없었다"며 "주변에서 제주도를 여행한다면 적극 나서서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광객은 "심지어 렌트카를 탄다고 택시 기사에게 욕까지 실컷 들은 적이 있다"며 "가는 곳 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불쾌해 했다.

제주를 다녀간 관광객들이 쏟아내는 불만은 렌터카, 음식점, 관광지, 숙박업소, 제주공항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제주에서 머무는 동안에 겪는 모든 관광시설과 서비스 종사자들이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부실'이라고 지적받을 만하다. 이들은 대부분 "동남아 관광으로 발길을 돌리겠다"며 제주관광에 대한 불쾌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한 관광객은 "제주도에서 쓴돈만 백만원이 넘었다"며 "이렇게 해서 제주도가 국제 관광도시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성읍민속마을...제주특산품 '동충하초'에서 '상황버섯'시대로?

▲ 관광객 울리는 상황버섯
아버지가 편찮아서 '상황버섯'을 샀다는 관광객 엄세련씨는 "성읍 민속마을에 도착하니 안내원이 쇼핑과 판매를 강요하더라"며 "특히 상황버섯이 제주도에서만 판매하는 특산품이라고 소개해 40만원어치를 샀는데 알고보니 인터넷 쇼핑몰에서 더 싸고 편리에게 구입할 수 있었다"며 분개해 했다.

또 다른 관광객 역시 "관광농원에서 상황버섯에 대한 설명듣고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을 위해 자그만치 8통이나 샀다"며 "제주에서만 판다고 해서 믿고 샀는데 같은 가격에 인터넷에서 무료택배로 팔고 있더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지난 5월 수학여행을 다녀간 박진태군은 "성읍민속마을에 갔더니 인터넷쇼핑몰에는 없다면서 오미자차를 강요해 2만원에 주고 샀는데 공항에서는 똑 같은 제품을 만원에 팔고 있었다"며 "학생들 돈까지 등쳐먹는 상술에 놀랐다. 친척및 나와 관계된 모든 분들에게 제주에 가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또 다른 수학여행객 박상균군은 "한라봉과 오렌지, 한라봉과 파인애플을 한데 묶어 파는 것을 부모님께 드릴려고 각각 10000원에 샀다"며 "집에 와서 보니 말라비틀어져서 먹어볼게 없었다"며 문제의 한라봉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탑승 앞두고 공항 앞 렌터카 민원 '부쩍'...여행심리 이용한 상술 개선돼야

▲ 공항주차장에 대기중인 렌터차량.
렌터카 관광객은 "렌터카를 반납하는데 앞범퍼에 살짝 상처가 났다며 50만원을 요구해 티격태격한 끝에 결국 20만원을 주고 비행기에 올랐다"며 "타고 오면서 집사람이랑 두번 다시 제주도 오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광객은 "오죽하면 제주여행을 가느니 동남아로 여행가는것이 경비가 훨씬 저렴하며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대접받는다는 이웃분들의 얘기를 들었다"며 "제주를 다녀왔다는 관광의 기쁨보다 바가지썼다는 생각에 아직까지도 씁쓸한 기분 버릴수가 없다"고 썼다.

결혼 10주년을 맞아 5박 6일동안 마음먹고 제주도를 관광했다는 박남철씨는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칠 뻔한 사연을 늘어놨다.

박 씨는 "00렌트카 직원 몇명이 돈을 못주면 비행기를 못탄다는 식으로 몰아부치며 렌터가 위약금을 요구했다"며 "1시간 동안 싸우다가 잘못하면 비행기도 놓치겠다는 생각에다 불안해하며 기다리고 있는 처자식 생각에 그냥 돈을 주고 돌아섰다"고 씁쓸한 기억을 털어놨다.

관광객 박 씨 "제주도 쓰레기통에 마음까지 버리고 왔다"

▲ '속박이' 상품으로 민원을 산 문제의 한라봉
"가다가 쓰레기통이 보였다"는 박씨는 "차안을 정리하며 모은 쓰레기를 버리며 제주도의 아름다운 추억과 잠시나마 이 땅이 우리땅임을 자랑스러워 했던 생각도 같이 버렸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렌터카의 횡포는 대부분 관광객이 항공기 탑승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차량 흠집을 문제삼아 변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방식의 관광객 민원이 수년 째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 '자정 결의대회'도 반짝에 그친다.

한 관광객은 "몇년 전에 한 관광안내원은 제주감귤 보다 '동충하초'가 제주의 특산품이자 명물이라고 소개하며 구입을 요구한 적이 있다"며 "최근 제주에 와보니 이제는 '상황버섯'이 제주의 특산품이 된 것을 보고 아연 실색했다"며 제주관광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았다.

ID지중해라는 한 관광객은 "제주도 정보를 얻으러 왔다가 깜짝 놀랐다"며 "제주도가 정책적으로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다른 관광객은 "제주도, 관광회사, 가이드, 토착민 모두 다 한통속으로 보인다"며 "제발 정신 차리십시오. 휴가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각성을 촉구했다.

조철희씨는 '환상의섬 제주도..그 이면의 제주도'라는 글을 통해 "7월에 제주도로 여행갈려고 준비중인데 여행후기를 보고선 동남아 관광으로 돌아서야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친절을 겪은 관광객...미담 사례도 적지 않아

▲ 관광객에게 칭찬받은 토속음식점 하르방 대표 김정남씨.
사실 다녀간 관광객 가운데에는 제주관광에 대한 불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친철함을 받았던 관광객들은 칭찬에도 인색하지 않다.

가족과 제주를 찾았던 최수연씨는 한 토속음식점 '돌하르방'의 친절기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올려놓았다.

최씨는 "음식점 주인 아저씨(김정남씨)가 직접 마트에 데려다주고는 직접 뛰어다니며 물건 안내도 해주시더라"며 "그 곳에서 먹은 김장김치가 맛있어 조금 사가겠다고 했더니 그냥 주시더라"고 감동을 전했다.

최 씨는 "이 각박한 세상에 아무리 서비스 업계지만 너무 친절하더라"며 "기회가 된다면 또 찾아뵙고 싶은 분"이라며 다시 찾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박 2일로 짧아 무리한 여행을 우려했다는 김해은씨는 제주관광콜택시의 홍성길(www.hongsungil.com)씨의 안내로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며 고마움의 글을 남겼다.

김 씨는 "다행이도 너무나 친절한 이완식 기사 아저씨를 만나서 불편함 없이 좋은 곳 많이 구경하고 왔다"며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홍씨를 다시 뵙고 싶다"고 말했다.

이래 저래 제주관광의 숨겨진 두 얼굴. 제주가 어느 얼굴을 지녀야 할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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