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봉사단(단장 강상철)이 지난 달 ‘2017 국제개발협력사업’ 일환으로 아프리카의 진주 우간다(Uganda)에서 ‘평화의 씨앗 나누기’ 봉사활동을 벌였다. 지난 8월 20일부터 8월 30일까지 10박 11일에 걸쳐 쿠미(Kumi) 은예로(Nyero) 지역에서 12명 단원이 ‘쿠미와 제주, 하나 되는 평화 캠프’라는 주제로 활동했다. 제주특별자치도 평화대외협력과 주최, 제주평화봉사단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번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t, ODA) 사업의 일환으로 전쟁과 재난․재해 발생국가,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제주 평화의 섬 이미지를 제고하고 지구촌 평화 증진을 위한 실천사업이다. 우간다 쿠미에 ODA 사업을 통해 새 희망을 심고 평화 증진 활동에 함께 참여한 양영길 시인의 글을 10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우간다5-1-1.jpg
▲ 2박3일 묵었던 옹고디아네 초가집 에또고이니야. 집 하나 하나가 단칸방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제일 왼쪽집이 우리가 묵었던 게스트 룸이고 가운데 집이 안방, 오른쪽이 샤워실이다. 뾰족한 초가 지붕이 인상적이다.  /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양영길 시인의 우간다 이야기](5) 멀구슬나무로 만든 에또고이니야 초가에서의 이틀 밤

은혜로 마담 아동고 크리스틴 집에서 이지한 단원과 나는 이틀을 묵게 되었다. 이지한은 선물로 캐치볼을 준비했고, 캠프에서는 칫솔세트, 제주도 지도 퍼즐, 캔디, 풍선 등을, 나는 학용품 몇 점과 숫자 매직카드를 준비했다. 놀이로는 ‘머리 어깨 무릎 발’을 로컬 언어, 한국어, 영어로 함께할 준비를 했다. 

아동고네 집으로의 출발은 25일 저녁 9시가 넘어서였다. 아포루오콜 학교에 갔던 단원들이 거의 저물녘에야 도착하고, 돌아온 다음에도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홈스테이로 갈 수 있었다. 우리는 현지 스텝 길벗이 오토바이로 데려다 주었다. 

큰 도로에서 골목으로 들어서자 골목길은 빗물로 깎이고 깊이 패여 큰 거북등 모양을 하고 있었다. 징검다리 건너듯 건너뛰어야 다닐 수 있는 길을 오토바이가 아슬아슬 곡예 하듯 넘어갔다. 
우간다5-6.jpg
▲ 옹고디아네 가족들과 이지한 단원(사진 왼쪽) /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우간다5-2.JPG
▲ 식기 건조대, 해피홈스쿨에서 모델홈 프로젝트의 하나로 식기 건조대 제작과 부엌 정원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옹고디아네 가족들이 식기건조대 앞에서 카메라를 향해 엄지 손가락과 환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  /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홈스테이 첫날부터 밤늦은 시간에 갔음에도, 가족들 모두 나와 맞아 주었다. 솔라로 충전한 플래시 몇 개를 들고 있었다. 밤 10시가 가까운 시간이라 우리가 잠잘 곳으로 바로 안내되었다. 신을 신은 채 들어갔는데, 정작 주인 가족들은 문 밖에 신을 벗고 맨발로 들어왔다. 무안하여 얼른 신을 벗어 문밖으로 내 놓았더니 다시 안으로 들여놓고, 그들이 신는 ‘조리’라는 신발을 문 앞에 놓으면서 나올 때는 그 신을 신으라고 했다. 

집은 단칸방이 여러 채 있는 구조였다. 플래시 하나로 불을 밝힌 우리가 묵을 방은 양쪽으로 작은 침대가 하나씩 있었고 가운데 식탁용 탁자, 침대의 양족 끝에 플라스틱 의자 두 개, 침대 위로 하얀 모기장이 정리되어 있었다. 우리가 양쪽 침대에 걸터앉자, 남편 옹고디아 조지(Ongodia George), 부인 아동고 크리스틴(Adong Christine), 스텝 길벗과 가족들이 들어와서 앉고 서고 좁은 방이 가득했다. 어린 아이들 말고 어른들은 모두 소위 ‘롱 다리’였다. 

가족 소개가 끝나자 어린아이들을 비롯하여 몇 명이 나가자 차를 가지고 왔다. 뒤이어 젊은 여자가 물과 대야를 가지고 와서 무릎을 꿇고 손을 씻으라는 시늉을 했다. 무릎을 꿇는 바람에 나는 매우 어색하여 서지도 앉지도 못한 어정쩡한 자세로 손을 씻었다. 우리가 다 씻은 다음 아빠, 엄마도 씻고 차를 권했다. 저녁도 못 먹었는데, 차를 마시는 게 그랬지만 나도 준비해간 한국의 봉지커피를 꺼내서 권했다. 우리는 그들이 준비한 차를 마시고 그들은 한국의 믹스커피를 마셨다. 차를 마시자 식사가 들어왔다. 쌀밥 한 양푼, 감자조림, 이름 모를 채소 무침, 접시와 숟가락. 

나는 쌀밥을 세 번이나 떴다. 생각보다 차지고 밥맛도 좋았다. 채소 묻힘은 어렸을 때 먹어본 참비름을 데쳐서 묻힌 맛이었다. 잘 먹어 줘야 그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옹고디아와 아동고도 함께 먹었는데, 우리는 숟가락으로 먹었는데 그들은 숟가락으로 떠다가 손으로 먹었다. 먹는 사이 옹고디아는 ‘장가를 갔느냐?’라고 물어왔다. 그냥 간단하게 대답하면서 나이를 물어봤다. 62세라고 한다. 나는 그보다 한 살 위라고 얘기해 줬다. 장가를 언제 갔냐고 물었더니 37살에 갔다고 했다. ‘자와리’(신부 데리고 올 때 내는 비용)를 준비하느라 그렇게 늦었다고 했다. 자와리는 소 10마리, 양 10마리, 그리고 다소의 현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옹고디아 조지(Ongodia George)도 소 10마리, 양 10마리. 그리고 얼마간의 현금을 준비하느라 37살이 돼서야 결혼했다고 했다. 나를 옹고디아네 집과 베이스캠프 사이를 태워주던 길벗도 오토바이로 태워 오가면서 길가의 큰 소를 보면서 저 소만큼 큰 소 10마리가 있어야 장가를 갈 수 있다고 투덜거렸다. 

내게도 결혼을 언제 했냐? 어떻게 했느냐? 등을 물어 와서, 아내는 대학 후배였는데 나중에 직장에서 만나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자와리는 없었다고 했더니 얼른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았다. 

아들을 결혼 시키려면 소와 양이 있어야 하는데 얼마나 있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대학 다니면서 학비로 써서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위로 둘은 농업계 대학을 나와서 직장에 다닌다고도 했다. 

우간다5-4.jpg
▲ 옹고디아네 아이들이 카메라를 향해 해맑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우간다5-3.jpg
▲ 다림질 하는 모습_ 마당에서 숯불을 넣은 다리미로 다림질을 하고 있다. /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베개가 없는 잠을 청하면서 이들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한 밤중이 되어 가족들이 나가고 침대와 침대 사이에 있던 탁자가 나가고 바닥에 매트리트가 깔렸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바브라가 우리들을 케어하기 위해 매트리스에 잘 거라고 했다. 좀 당황했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하여 셋이서 한 방에서 자게 되었다. 바브라는 우리들에게 ‘솔라’ 사용법을 설명해 주었다. 그것으로 플래시 충전, 라디오 충전, 모바일 충전 등 각종 기기를 충전한다고 했다.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기로 하고 잠을 청하려는데 베게가 없었다. 물어볼 수도 없고, 침대도 170cm가 될까 말까하여 이들의 키에 비하면 작은 편이었다. ‘베개 없는 잠’은 내게 얼른 상상이 안 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작은 베개를 시작으로 60년 넘게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베개를 베고 잤던, 당연히 생각했던 베개. 베개 없는 잠을 청하면서 이들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조이가 들려줬던 말이 생각났다. 이곳 아이들은 가축들과 함께 자기도 한다는. 그렇다면 침대도 없이 맨 땅에 자기도 한다는 것일까. 베개 없는 잠은 에또고이니야 지붕의 뾰족한 것처럼 생각의 끝을 겨누고 있었다. 

아동고는 홈스테이가 처음이라고 했다.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함께하고 있었다. 홈스테이를 위해 집도 새로 단장하고 식기건조대, 화장실 정비, 화장실 앞 손 씻는 도구 등을 새로 한 것이 눈에 확 띄었다. 

시(詩)
베개가 없는 잠  / 양영길


사마귀가 몸에 앉으면 복이 찾아온다던 옹고디아네
초가집 에또고이니야 침대에는 베개가 없었다.

‘베개 없는 잠’은 내게 얼른 상상이 안 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작은 베개를 시작으로 
60년 넘게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베개를 베고 
수없이 많은 생각과 회상 속에 스치고 지나갔을 얼굴들
젊은 꿈이 많이 깃든
눈물로 얼룩진 베개 

당연히 생각했던 베개
베개 없는 잠을 청하면서 이들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조이가 들려줬던 이야기
이곳 아이들은 가축들과 함께 자기도 한다는
그렇다면 침대도 없이 맨 땅에 자기도 한다는 것일까. 
베개 없는 잠은 
에또고이니야 지붕의 뽀족한 것처럼 
생각의 끝을 겨누고 있었다. 
역사 터널을 달리고 있었다.

이웃나라 이디오피에서 발견된 
호모사피엔스 화석
현대인의 조상이 시작된 동아프리카의 밤을 
베개 없이 
잠을 청한다. 

* 양영길 시인은 199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 『바람의 땅에 서서』, 『가랑이 사이로 굽어보는 세상』 등의 시집을 냈으며, 최근 청소년 시집 『궁금 바이러스』가 출판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