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70주년 D-1년] (11) 평화재단 역점사업 결과물은? "직무유기" 비판...조사단 사실상 해산 

내년이면 제주4.3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된다. 1948년 미군정 하의 제주도에서 일어난 4.3참극은 3만 명에 가까운 인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세계사에서 전쟁 지역이 아닌 좁은 공간에서 이처럼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은 없었다. 2003년 10월15일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되고, 대통령이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를 하면서 4.3문제는 전기를 맞게 된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제주의소리>가 △진상규명 △명예회복 △미국 책임 규명 △배·보상 △정신계승 등 4.3문제의 완전 해결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들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4.3 70주년 D-1년> 연중기획을 진행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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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제주4.3평화재단의 주요사업은 4.3평화기념관 및 평화공원 운영·관리와 제주4.3사건의 추가 진상조사, 추모·유족복지사업, 문화·학술사업, 국내외 평화교류사업 등이다.

평화기념관 및 평화공원의 운영·관리는 제주도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평화재단의 일상적인 업무다. 추모와 유족복지사업, 문화·학술사업, 국내외 평화교류사업도 꾸준하게 진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재단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제주4.3 추가 진상조사'는 15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재단은 지난 2011년부터 추가 진상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2001년 정부차원의 진상조사에 이어 10년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도민 손으로 만든 재단이 주체가 돼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재단은 추가 진상조사를 통해 4.3위원회 백서 '화해와 상생'에서 조사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형무소 행방불명 실태와 마을별 피해 실태, 연좌제 피해 등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군법회의와 일반재판에 의한 도외 형무소 행방불명 실태를 중심으로 재판 수감 현황, 집단희생 실태 등이다.

마을별 피해 조사는 당시 읍면 기준으로 170개 리가 대상이다. 연좌제 피해 실태 조사는 피해자 개별조사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추가 진상조사는 지난 2003년 정부 진상조사보고서가 발간된 이후 추가 확보된 문헌·증언 등을 바탕으로 1단계 자료수집과 증언조사·녹취록 작성, 2단계 문헌자료와 추가 증언자료 분석, 3단계 형무소 행방불명·연좌제피해·마을별 실태조사 보고서 작성·발간 등으로 추진한다는 단계별 계획도 세웠다.

이를위해 재단은 2012년 3월 추가진상조사단장에 국무총리실 4.3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한 박찬식 박사를 임명하고, 전문위원 3명, 조사원 3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했다.

또한 자문위원으로 이문교 현 재단 이사장, 고시홍 소설가, 강근형 제주대 교수, 조성윤 제주대 교수, 정용욱 서울대 교수 등을 위촉했다.

추가 진상조사는 4.3을 경험한 생존자들이 대부분 고령인 만큼 더 늦기 전에 채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시급성이 작용했다.

조사기간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년으로 잡았다. 궁극적으로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4.3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칠 계획이었다.

추가 진상조사는 재단 2대 이사장인 장정언 전 이사장 당시 시작됐고, 3대 김영훈 이사장을 거쳐 4~5대 이문교 이사장의 주요 역점 사업이었다.

특히 이문교 이사장은 5대 이사장에 연임하면서 취임 일성으로 임기 내에 4.3추가진상조사를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4.3추가진상조사에 투입된 예산은 2012년 1억5462만원, 2013년 2억2549만원, 2014년 5억4493만원, 2015년 2억9900만원, 2016년 2억8200만원 등 총 15억604만원이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2012년 이후 5년이 흐르는 동안 추가진상조사보고서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당초 계획은 2015년 추가진상조사를 마무리하고, 4.3중앙위에서 의결하는 것이었지만 2017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도 추가진상조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재단 안팎에선 추가 진상조사 사업은 언급해선 안될 금기어가 됐다는 얘기까지 있다.

추가진상조사단은 지난해 사실상 해산됐다. 조사단장은 이미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고, 올해는 아예 예산도 잡히지 않은데다, 조사도 없다. 

더구나 추가진상조사단은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에서 근무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근무상황부나 근무일지도 작성·관리하지 않은 채 보수를 지급하다 적발됐다.

또한 다른 직장에 근무하는 자가 조사원으로 활동하는 사실이 드러나 명확한 근거없이 보수를 지급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추가진상조사단이 운영됐고, 마을별 피해조사는 완료됐다"며 "다만 총론 형태의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그는 "올해 보고서를 집필하는 계획이 있었는데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추가 진상조사보고서는 집필위원과 조사위원을 별도로 구성, 내년에는 나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4.3 전문가는 "10억원 이상 투입된 추가진상조사가 5년 동안 마무리되지 못한 건 평화재단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만큼 도민과의 약속대로 추가진상조사에 대한 결과물을 내놓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 최소한 그 이유만이라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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