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길 시인이 제주평화봉사단(단장 강상철)에 참가해 2017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의 진주 우간다(Uganda)에서 '평화의 씨앗 나누기' 활동을 벌였다. 이번 봉사활동은 지난 8월 20일부터 8월 30일까지 10박 11일에 걸쳐 쿠미(Kumi) 은예로(Nyero) 지역에서 12명 단원이 '쿠미와 제주, 하나 되는 평화 캠프'라는 주제로 활동했다. 제주특별자치도 평화대외협력과 주최, 제주평화봉사단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번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t) 사업의 일환으로 전쟁과 재난․재해 발생국가,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제주 평화의 섬 이미지를 제고하고 지구촌 평화 증진을 위한 실천사업이다. 우간다 쿠미에 ODA 사업을 통해 새 희망을 심고 평화 증진 활동을 함께 한 양영길 시인의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양영길 시인의 우간다 이야기] 7. 은게로초등학생과 봉사단 이어준 오카리나 선율

오카리나 교육은 은게로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8월 23일부터 4일 동안 오전 시간을 통해 이뤄졌다. 문지숙, 이지한, 강예솔 단원이 담당했는데, 운지법과 텅잉법을 익히게 하고 <작은 별 변주곡>과 <나비야> 등을 가르쳤다. 오카리나 40개를 제주에서부터 가지고 갔는데, 음악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데 다른 그 무엇보다 빨랐다. 오카리나 선율은 은게로초등학교 학생들과 우리 단원들을 아름답게 이어줬다. 

우리 봉사단은 은게로초등학교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감수성을 풍부하게 길러,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심성으로 행복하게 성장하는데 중점에 뒀다. 학생들은 오카리나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빠르게 익혔다. 우리 단원들은 학생들이 해맑은 얼굴로 연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삶을 아름답게 가꿔 나가고 우간다와 세계 평화를 도모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주기를 기대했다.

단원들도 학생 교육과 공연을 위해 사전에 오카리나 연주를 준비했었다. 문지숙 선생의 지도로 연습하는데, 필자는 ‘왕초보’라서 운지법과 텅잉법부터 배워야 했다. 악보를 읽으면서 손가락을 움직여야 하는 연주를 직접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보고 듣고만 하던 장면이었는데 직접 악기를 다룬다는 게 손가락부터 힘이 들어가고 굳어버렸다.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 삽입곡인 <더 라이언 슬립스 투나잇>과 <레드 리버 밸리>를 연습했는데, 필자는 다른 단원들을 따라 가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손가락은 한 박자 늦었고 소리는 ‘삑삑’거리며 낯을 붉혔다.

단원들이 배운 오카리나 연주는 제주도 ODA사업으로 은예로보건소 정문과 팬스 시설 증정식 자리에서 이뤄졌다. 정문 두 곳과 약 1km의 펜스 설치는 현지 지방정부에서 요청한 사업이었는데, 단원들은 거의 매일 현장에 들러 공사 진행을 확인하고 일손을 돕기도 했다. 미리 재료비가 현지에 보내져 한 달여 동안 공사가 진행됐고 봉사단이 참여한 가운데 작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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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ODA 사업으로 이루어진 은예로보건소 정문에서 오픈행사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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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예로보건소 펜스 시설에 대한 세리모니를 마치고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펜스는 가축과 짐승들의 잦은 출입으로 피해가 많아,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펜스 시설로 주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는데, 이곳 울타리 안에는 경찰서와 보건소, 축구장이 있어 주민들의 이용이 잦았다.

단원들이 처음 찾아갔을 때는 보건진료소에 길게 행렬을 이어졌다. 아픔에 힘들어 주저앉은 사람들 사이로 누워 있는 사람도 있었고, 방한복인 겨울용 파커를 입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특히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가 많았다. 나무그늘에는 아기들과 함께 놀거나 눕거나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 사이로 닭들이 함께 놀기도 했다.

단원들도 페인트칠을 하고 콘크리트 작업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마무리 공사는 단원들의 손을 모아 마쳤다. 정문 입구의 콘크리트 작업은 물론, 철문에 페인트를 칠하고 펜스 고정 작업을 돕는 등 손이 필요한 곳에 모두 투입됐다. 어린 학생 단원들도 비지땀을 흘리며 함께 했다. 

최종적으로 작업을 마무리하고 27일 기증식이 열렸다. 기증식에는 군수, 교육장, 보건소장 등 군 단위 현지 주요 인사들을 비롯해 700여 명의 주민들이 성황을 이뤘다. 정문 앞 양쪽에 서서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테이프 커팅을 하는 등 기본적인 세리머니를 하고 보건소 마당에 모여 각종 공연이 펼쳐졌다. 오크데미가 준비한 공연과 은게로초등학교 학생들의 오카리나 연주, 단원들이 합주한 오카리나 연주 등이 이어졌다. 오크데미와의 합동 공연에서 봉사단 여자 단원들이 우간다 전통복 고메즈를 입었는데 양쪽 어깨에 아이 손바닥만큼 한 뿔이 나 있었다. 

공연 중간마다 이번 ODA 사업과 쿠미 CDP에 대한 소개와 인사말들이 이어졌다. 공연은 생각보다 길었다. 3시간을 좀 넘길 정도였다. 실제로 사진 기록으로 확인해 보니 오후 4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차 한 잔의 먹을거리도 없는 행사였는데도 남녀노소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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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철 단장이 감사장과 함께 염소 한 마리를 선물로 받고 있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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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철 단장이 은예로보건소 펜스 시설에 대한 감사장을 받았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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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원들의 오카리나 연주 모습.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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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증식을 하고 있는 한쪽에서는 주빈들에 대한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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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예로 보건소 정문 양 옆으로 제주도 ODA 사업으로 팬스시설이 이루어졌다는 안내 현판.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이 지역 서민들에게는 대중문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것 같았다. 공연 장소에서는 전기로 마이크를 사용했지만 서민들에게는 전기가 없는 삶이었기 때문이다. 전기 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카리나 연주는 많은 위안이 되리라 믿어본다. 오카리나 선율을 따라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잠시 쉬는 사이 뒤뜰로 나갔다. 초승달이 초저녁인데도 중천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잠깐 사이 서쪽 하늘로 기울었다. 제주에서 달이 가는 속도보다 적도의 동경 32° 하늘에서는 달이 흐르는 속도도 달라지는 것일까. 궁금해 하는 사이 별들이 반짝였다. 별자리가 점점 또렷해졌고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해발고도 1200고지, 하늘에 가까이 와서 일까, 전기가 없는 쿠미의 밤이기 때문일까. 

별빛 샤워를 했다. 앞 단추를 다 풀고 두 팔을 벌렸다. 두 눈을 감았다. 별빛은 눈 감았을 때 더 찬란했다. 어제 내게 테소어를 가르쳐 주던 아이의 눈망울이 떠올랐고, 쇠똥구리 고코로지를 가지고 놀던 옹고디아네 조비아도 떠올랐다. 저녁놀 속을 흐르던 은게로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오카리나 선율이 별빛 속을 따라 흘렀다. 

* 양영길 시인은 199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 『바람의 땅에 서서』, 『가랑이 사이로 굽어보는 세상』 등의 시집을 냈으며, 최근 청소년 시집 『궁금 바이러스』가 출판되기도 했다. 

별빛 샤워를 했다 
/ 양영길

우간다 쿠미
적도 하늘의 초승달은 
초저녁인데도 중천에 떠 있었다.
그냥 잠깐이었다.
서둘러 서쪽 하늘로 금방 기울었다.

별들이 총총 반짝였다.
별자리가 확연하고 또렷했으며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열두 살 조비아가 가지고 놀던 
쇠똥구리 고코로지 같은 별자리도 있었지만
짐작되지 않는 
동경 32° 북위 00°의 하늘. 
하늘과 많이 많이 가까운 해발 고도 1200고지 
전기가 없는 쿠미의 밤하늘
은게로초등학교 아이들의 오카리나 선율을 따라
별빛은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별빛 샤워를 했다.

단추를 풀고 두 눈을 감았다.
별빛이 더 찬란하게 다가왔다.
두 팔을 벌렸다. 
심호흡을 했다. 
별들의 향기가 내 몸 안으로 들어왔다.
별빛 샤워가 나의 어른 냄새를 씻고 또 씻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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