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70주년 D-1년] (12) 5.18기념재단과 상반, '관료화 심각' 비판...초심으로 돌아가야

내년이면 제주4.3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된다. 1948년 미군정 하의 제주도에서 일어난 4.3참극은 3만 명에 가까운 인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세계사에서 전쟁 지역이 아닌 좁은 공간에서 이처럼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은 없었다. 2003년 10월15일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되고, 대통령이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를 하면서 4.3문제는 전기를 맞게 된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제주의소리>가 △진상규명 △명예회복 △미국 책임 규명 △배·보상 △정신계승 등 4.3문제의 완전 해결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들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4.3 70주년 D-1년> 연중기획을 진행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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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단체 회원들이 제주4.3평화기념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제주의소리 DB>
제주4.3평화재단의 롤 모델은 광주 5.18기념재단이다. 

5.18기념재단은 5.18 민주화운동의 위대한 민주정신과 숭고한 대동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4년 8월30일 뜻을 같이 하는 광주시민, 해외동포를 포함한 국민의 기금과 피해자들의 보상금 출연 등으로 설립됐다.

주요 사업은 기념사업과 교류연대사업, 교육사업, 문화사업 등이다. 

4.3평화재단은 이러한 5.18기념재단을 벤치마킹해 4.3평화상과 4.3문학상을 제정했고, 국제4.3평화포럼 등을 개최하고 있다.

두 재단이 국고 보조 사업과 함께 자치단체 위탁 사업을 수행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두 재단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왜곡과 폄훼'에 대한 대응 방식이다.

5.18 재단은 자체 연구소를 둬서 5.18 왜곡에 대해 성명과 보도자료, 명예훼손 고발, 수사 의뢰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5.18 민주항쟁을 지속적으로 왜곡해 온 보수인사 지만원씨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또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에서 부르지 못하게 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위해 줄기차게 노력했다.

최근에는 5.18 당시 군(軍) 관련 기록들을 꾸준하게 발굴·발표하면서 국내외 학계와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4.3평화재단은 5.18기념재단과 달리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9년 동안 4.3에 대한 왜곡과 폄훼 시도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4.3평화재단이 설립된 해인 2008년은 이명박 정부 집권 1년차였다. 그 때부터 보수단체들의 본격적인 '4.3 흔들기'가 시작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씨와 대표 보수인사 이선교 목사 등은 2008년부터 '4.3진상조사보고서는 가짜', '4.3평화공원은 친북·좌파양성소', '4.3희생자는 폭도, 빨갱이' 등의 망언으로 제주도민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특히 이들은 4.3특별법과 진상조사보고서, 국가 원수의 공식 사과 등에 대해서도 좌파 정권 10년 동안 이뤄진 것이라며 전면 부정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4.3위원회 희생자 결정 무효 등을 주장하며 행정소송 2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2건 등 2009년부터 2012년까지 6건의 국가소송,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을 제기했다. 

게다가 일부 극우 보수단체들은 4.3희생자 무효 확인 소송 이외에도 희생자 정보공개청구와 함께, 4.3평화기념관의 4.3 관련 전시를 금지해 달라는 상식 밖의 소송을  냈다. 

4.3유족들과 4.3단체가 도민들과 함께 4.3 왜곡을 힘겹게 막아내던 시기였다. 

재단은 보수세력의 4.3 왜곡과 준동에도 침묵했다. 심지어 대낮에 4.3평화공원 앞에서 4.3희생자에 대한 화형식이 진행될 때에도 나서지 않았다. 

평화재단 내에는 4.3연구소 출신 등 수십년 동안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앞장서 왔던 4.3운동가들이 포진해 있다.

그럼에도 4.3평화재단은 보수정부 9년 동안 보수단체들의 4.3 왜곡과 폄훼에 그 흔한 반박 성명조차 내지 않았다. 

4.3을 상징하는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가 있음에도 1억원을 들여 4.3 노래를 만들었다가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다.

공무원 보다 더 '관료화'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4.3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보다 의전과 형식에 더 신경쓴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4.3평화재단은 몇몇 명망가나 운동가의 자리를 보전하거나 명예를 위한 곳이 아니다. 4.3 해결을 위한 인권신장, 민주발전, 국민통합을 목표로 하는 곳이다.

5.18기념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입·지출현황, 기관장 업무추진비, 이사회 회의 결과, 감사 결과, 경영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반면 4.3평화재단은 기관장 업무추진비, 수입·지출현황, 이사회 회의 결과 등은 물론이고 감사나 경영평가 결과도 공개하지 않는다.

5.18기념재단은 창립선언문에 '5월은 명예가 아니고 멍에이며, 채권도 이권도 아닌 채무이고, 희생이고, 봉사입니다'라고 적시했다.

4.3평화재단이 새겨들어야 할 숭고한 대목이다. 

아직도 4.3은 미완이다. 추가 진상조사부터 유해발굴, 기념사업 등 완전한 해결을 위해 4.3평화재단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초심으로'라는 명제는 지금 4.3평화재단에 필요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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