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직 칼럼] 땀흘리며 기쁘게 일하는 그들을 보고싶다

길었던 두 사람의 결투는 끝이 났다.
상대방의 칼을 맞은 두 사람이 같이 쓰러진 것이다.
막은 내려졌다.
이제 무대에서 사라져야 할 시간이다.

4월 27일 우근민 신구범 두 현 전직 지사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공판에서 상고가 모두 기각되었다.
이로서 우근민 지사의 지사직이 상실되었고
두 사람 공히 향후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됨으로서
사실상 이들의 정치적 생명은 끝이 난 것으로 보여 진다.

어찌 보면 우근민 지사가 받은 허위사실유포 혐의나
신구범 전지사가 받은 사전선거운동 혐의나
예전 같았으면 선거법 위반죄의 범주에 들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선거판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설령 선거법 위반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현직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고 임기를 마치는데
지장이 없게

선거법 위반에 대한 법정의 느긋한 판정과
관행이라는 것이 뒷받침을 해 주었을 것이다.

이만한 혐의로 현직지사가 지사직을 내놓아야 하는 것을 보면
세상이 좀 바뀌긴 바뀐 모양이다.

그래도 아마 두 사람이 서로가 서로에게 겨눈 감정의 비수가 없었다면
이런 비극적 결론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자신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싸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눈에 진리와 정의를 위한 싸움으로 비쳐 지지도 않았고
제주인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싸움으로도 여겨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되려
제주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싸움이었고
제주의 오늘을 제자리에 붙들어 매는 싸움이었고
제주 인을 두 편으로 나누는 싸움이었고
그나마 있는 제주의 인재를 서로 죽이는 싸움이었고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싸움이었고
오기와 자존심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자기의 들보는 인정하지 않고 남의 티를 들추는
조금은 치졸한 싸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중앙무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12년 가까이 제주 지사를 번갈아 역임하면서
그동안 제주 땅의 미래를 위해서 굵직한 많은 일들을 추진해 왔으며

제주의 발전을 위해서
아직도 지도자로서의 힘과 기량이 남아 있음에도
정치 무대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무대 위에 등판을 해야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그들이 행정 지도자로서의 인생 역정을 통해 얻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후학들을 가르치고,
제주가 풀어야 할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자문하며
자신들의 몸으로 몸소 실천하고 보여주는 일도

무대를 내려온 그들이 할 수 있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우근민 전 지사는 퇴임 소감으로
제주의 환경과 노인문제 그리고 남북화합과 평화문제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신구범 전 지사는 소외계층과 제주 땅을 살리는 유기농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지면을 통해서 우근민 전 지사께는 제주환경운동연합 회원가입과 아울러 직접 몸으로 하는
환경운동 참여를 권해드리고 싶고

신구범 전 지사께는 매일 차밭에서 땀 흘리며 기쁘게 일하고 있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다.

아무튼 두 사람의 건강과
제주 땅을 위한 그들의 사랑이 계속되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홍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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