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제주 밑들이

  제주 밑들이 촬영 일기


  사진을 찍다보면 생각지도 않는 우연한 기회에 특종(?)을 잡을 때도 있지만,이와는 반대로 ‘가슴 쓰라리게’놓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상시 가동’상태로 놔두는 게 필요하다는 걸 매번 느낍니다.


  또한영화에 등장하는 킬러가 그러하듯이 사진가는 ‘단 한 발’의 필름은 ‘만일을 위해서’ 늘 남겨둬야 한다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일전에 한라산 자락에 마치 핵폭탄 터지는 듯한 구름을 목격했는데 차를 급정거하고 꽉 찬 메모리의 사진을 부랴부랴 지우는 사이 헝클어져버리더군요.


이 때의 아쉬움은 정말 ‘천추의 한’으로 남았습니다.아직도 가끔 ‘핵폭탄 구름’이 꿈결에 아른거릴 정도입니다.이때마다 ‘피사체는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곱씹곤 합니다.


각설하고 이 곤충 사진을 찍은 건 작년 여름의 끝자락인 8월 말 경이었습니다.


지금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어느 계곡에서(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곳인데 아쉽습니다) 친한 지인과 막걸리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가 우연히 이 곤충을 보게 됐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바위 위에서 막 비상하려는 곤충. 그러나 마냥‘기다려주지 않을’ 피사체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숨 막히는 정적을 가르는 소리 ‘찰칵’

 마침내 촬영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포커스를 새로 맞추는 사이 이 곤충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딱 한 장만 찍게 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곤충은 '제주밑들이'이라는 불리는,'우리나라에선 제주도에만 서식한다는' 진귀한 곤충이더군요.

 

 제가 보유한 ‘똑딱이 디카’로는 이런 사진을 찍기가 좀처럼 어려운데 말 그대로 ‘소 뒷걸음질에 쥐를 잡은’ 격입니다.


 얼마전 수목원에 소재한 '자연생태 체험학습관'에 가보니

 제가 찍은 곤충과 같은 사진(아래)이 부착돼 있고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더군요.

 


 *제주밑들이

 학명:Panorpa approximate

 과명: 밑드리과

 분포: 우리나라 제주도


 우리나라 중 제주도에만 살며 어른벌레는 5~8월에 나타나며

 햇빛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숲에서 볼 수 있고 제주도 특산 곤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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