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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병수 탑동365의원 원장이 7일 오후 제주도청 앞 제2공항 반대 농성 천막을 찾아 29일째 단식중인 김경배씨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도청 앞 천막서 10월10일부터 단식 농성 “남의 생명 빼앗는 행위 정당화될 수 없어”

고병수 탑동365의원 원장이 의료 장비가 든 가방을 들고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볼 살이 쏙 빠진 앙상한 얼굴의 김경배씨(제2공항 반대 성산읍대책위원회 부위원장)가 고 원장을 맞았다.

의료기기를 꺼낸 고 원장은 곧바로 김씨의 혈압부터 확인했다. 이어 혈당을 체크했다. 손가락으로 팔목의 살을 여러번 짚었지만 탄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식사를 하면 포도당으로 에너지를 얻는데 지금은 지방까지 태우고 근육이 녹고 있어요. 뇌에 영양공급이 안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쓰러질 수 있어요. 말 그대로 죽음의 단식입니다”

8일이면 30일째다. 고 원장의 만류에 김씨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출신인 김씨는 제주 제2공항 반대를 외치며 10월10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고향 땅을 일구며 살아왔지만 2년 전인 2015년 11월10일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후보지로 성산읍 일대를 지목하면서 평화롭던 삶이 완전히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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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병수 탑동365의원 원장이 7일 오후 제주도청 앞 제2공항 반대 농성 천막을 찾아 29일째 단식중인 김경배씨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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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출신인 김경배씨는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외치며 10월10일부터 29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2공항 반대 현수막을 만들어 주민설명회 장소를 찾아 다녔다. 폭설을 맞으면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장대비에도 1인 시위를 하며 제2공항 반대를 외쳤다.

기자회견을 열어 제2공항 부지 선정과정의 의혹을 제기하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현재는 제주도청 앞 농성천막에서 한달 가까이 단식을 이어오고 있다.

원 지사와 오영훈 국회의원, 문대림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 구본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등 여러 인사들이 줄줄이 천막을 찾아 단식 중단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촛불로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변화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달라진 것이 없어요. 국토교통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말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구본환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지난 5일 제주를 찾아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재조사’와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동시 진행을 반대측에 제안했다.

국토부는 올해 배정된 기본계획 수립 사업비 집행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반대측은 기본계획 수립 용역 발주를 사실상 공사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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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병수 탑동365의원 원장이 단식 중단을 요구하자 김경배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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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째 단식 농성중인 김경배씨가 7일 오후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면담을 요구하고 제주도청 앞에서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반대측은 국토부와 제주도가 2015년 11월 발표한 타당성 검토 용역의 부실 의혹 해소를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재검증을 위한 민‧관 합동협의체를 구성도 요구하고 있다.

“타당성 용역 재조사를 내걸어 기본계획 수립을 강행하면 재조사는 사실상 의미가 없죠. 기본계획 수립 전에 타당성 용역 재검증을 해서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제주도는 이 과정에서 9월29일 국토부에 제2공항 조기건설을 공식 요청했다. 10월30일에는 원 지사가 서귀포시 포럼에서 '11월 기본계획 수립 용역 발주'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사님은 새벽에 예고도 없이 천막을 찾아 오시더니 대화 과정에 오해가 있었다며 사과는 SNS로 하더군요. 반대측 주민들도 도민인데 우리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길 바랍니다”

대화가 끝난 후 김씨는 원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천막을 나와 맞은편 제주도청으로 향했다. 청원경찰이 이를 막아서면서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고향은 삶의 터전이고 생명입니다. 남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어요. 우리도 도민이고 고향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제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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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제2공항에 반대하며 29일째 단속 농성중인 김경배씨가 7일 오후 원희룡 제주도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제주도청 앞 아스팔트에 앉아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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