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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제주도청 앞에서 양용찬 열사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양용찬 열사 26주기 추모 문화제 "지금 제주는 개발 광풍...곳곳의 갈등 치유되길"

"나는 우리의 살과 뼈를 갉아먹으며 노리개로 만드는 세계적 관광지 제2의 하와이 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를 원하기에 특별법 저지, 2차 종합개발계획 폐기를 외치며, 또한 이를 추진하는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

1991년 11월 7일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투쟁을 하던 당시 25살 청년 양용찬이 서귀포시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 사무실 3층에서 온 몸에 불을 질러 투신했다. 26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양용찬 열사와 같은 외침이 제주 사회에 울려 퍼지고 있다.

양용찬 열사 추모사업회는 7일 오후 7시 제주도청 앞에서 ‘가자! 서귀포에서, 성산포에서, 제주에서’ 슬로건 아래 양용찬 열사 26주기 추모 문화 한마당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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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제주도청 앞에서 양용찬 열사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양 열사는 1966년 9월19일(음력)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서 태어났다. 추모문화제가 열린 이날이 바로 음력 9월19일로, 양 열사의 생일이다.

슬로건에 담긴 지역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는 곳이다. 서귀포는 강정 해군기지, 성산은 제주 제2공항, 제주(시)는 오라관광단지. 

추모사업회는 해군기지와 제2공항, 오라단지 사업을 생각할 때마다 양 열사가 떠올라 슬로건을 정했다고 했다. 

추모사업회 배기철 이사는 추도사를 통해 “지금 제주는 제2의 하와이를 꿈꾼다는 악령을 맞이했다. 도민들은 세계적 관광지 제주가 아니라 소박한 보금자리 제주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2공항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 '미사여구(美辭麗句)에 현혹되지 말고, 줏대를 갖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양 열사의 말이 떠오른다”고 회고했다.

이날 추모문화제에는 양 열사의 친형 양용호씨가 유족대표로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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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용찬 열사의 친형 양용호씨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그는 추모사를 통해 “오늘이 동생의 생일이다. 제주에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동생의 목소리가 잊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양씨는 “해군기지,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제2공항, 오라단지까지 도민들의 삶의 터가 무너지고 있다. 제주 곳곳의 갈등이 치유돼 회복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남원읍 신례리 양 열사 묘역에서는 신례리청년회 주관으로 묘제가 진행됐다. 추모사업회는 오는 11일 제주항과 옛 정뜨르비행장, 오라동, 열안지오름 등에서 양용찬 올레 걷기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3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난 양 열사는 신례초, 효돈중, 서귀포고를 졸업해 1985년 제주대 인문대학 사학과에 입학했다.

군대를 다녀 온 양 열사는 대학에 복학하지 않고 중퇴해 1989년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에 가입했다.

당시 양 열사는 낮에는 타일공으로 일하면서 밤에는 나라사랑청년회 내 소모임 농민사랑 대표로 활동했다.

그러다 서귀포지역 개발을 마주했고, 1991년 11월7일 오후 7시40분쯤 제주개발특별법 저지, 2차 종합개발계획 폐기, 민정당(노태우 대통령), 통일민주당(총재 김영삼), 신민주공화당(총재 김종필)의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 타도를 외치며 투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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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제주도청 앞에서 양용찬 열사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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