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지역 최대 갈등현안 해결 '전기' 마련...대통령 공약 등 감안하면 물리치기 어려울 듯 

0573.jpg
▲ 제주도와 성산읍대책위가 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검증에 합의함에 따라 갈등 해결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왼쪽부터 원희룡 지사와 강원보 성산읍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 
2015년 11월10일 제주 제2공항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조사검토 용역) 결과 제2공항 예정부지로 성산읍 지역이 결정됐다.

하지만 제2공항 부지 문제는 지난 2년 동안 제주지역 최대 갈등 현안이었다. 

실제로 제2공항 예정부지가 들어있는 성산읍 5개 마을은 반대대책위를 구성, 절차적 타당성과 천연동굴 분포, 오름절취, 기상 문제 등 부실 용역 의혹을 제기하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해 왔다.

국토부는 제2공항 타당성 용역에 이어 지난해 12월1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결과를 발표했다. B/C(비용편익) 1.23, 종합평가(AHP) 0.664로 0.5를 넘어 사업타당성을 확보했다고 했다. 

국토부는 올해 기본계획 수립 예산으로 47억원을 확보했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8억원)만 실시할 뿐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 착수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 국회 예산통과 당시 부대조건은 '성산읍 피해 주민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갈등 해소 방안을 강구하라'는 것이었다.

성산읍반대대책위는 2년 동안 제2공항 예정지 일대 천연동굴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고, 대수산봉 등 오름 절취 문제, 안개 일수 등 기상조건 조작 등 사전타당성 용역의 부실 의혹을 끈질기게 제기했다. 용역진을 고발하기도 했다. 

급기야 제주도가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9월27일 국토부에 기본계획 용역을 실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자 성산읍대책위는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특히 김경배 성산읍대책위 부위원장이 35일 동안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이어가자 제2공항 문제는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동안 꼼짝도 않던 국토부가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 카드와 함께 기본계획 용역을 동시에 실시하자고 '전향적으로'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는 김경배 부위원장을 만나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강 주교는 원희룡 지사와도 간담회를 갖고 성산읍대책위와의 소통과 협의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 때도 상황은 꽉 막히다시피 했다. 

발표 (1).jpg
▲ 제주도와 성산읍대책위가 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검증에 합의함에 따라 갈등 해결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반전은 13일 극적으로 이뤄졌다. 

제주도와 성산읍대책위는 이날 오후 제주도의회 소통마루에서 1시간 동안 논의를 벌였다. 그 결과 제주도는 성산읍대책위가 요구해온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 카드를 받아들였다.

앞서 국토부의 제안과 다른 점은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과 기본계획 용역을 분리해서 추진하는 것이다. 

애초 성산읍대책위가 국토부 제안을 거부한 이유는 타당성 용역 검증과 기본계획 용역을 같은 기관에서 맡는게 오히려 '부실용역'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양쪽은 또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 결과 중대한 하자가 발생할 경우 기본계획 용역을 중단하는 '구속력'까지 부여하기로 했다. 경우에 따라선 제2공항 부지 원점 재검토 여지까지 남겨둔 셈이다.  

한마디로 제주도는 성산읍대책위가 요구해온 '부실용역 의혹 검증'을 사실상 수용했다.

이날 합의 뒤 안동우 정무부지사는 "부실용역 의혹 검증을 위해 기본계획 용역 발주기관을 분리해서 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검증 조사 결과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원점 재검토로 간다"고 '심각한 하자'를 전제로 제2공항 부지 원점 재검토까지 시사했다.

이에 성산읍대책위도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 결과 하자가 없으면 그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원보 집행위원장은 "검증 결과 구속력을 갖는다. 우리도 책임져야 한다. 검증을 해서 문제가 없으면, 우리 주장이 허구라면 당연히 합의에 책임을 지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타당성 용역 검증 결과 하자가 없을 경우)'입지 재선정과 관련해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강 위원장은 "(우리 주장이) 다 깨지거나 문제가 없다면 무슨 명분으로 반대하느냐"며 "절차적 타당성이 확보되면 우리 반대는 지역이기주의에 불과하다. 막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수용 의사를 천명했다.

제주도와 성산읍대책위가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이제 공은 국토부로 넘어가게 됐다.

전망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 

제2공항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지역주민과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새정부 들어 국토부도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 카드도 국토부가 먼저 꺼내 들었다. 제주도와 성산읍대책위 의 합의를 국토부가 물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가 제주도와 성산읍대책위의 합의를 수용하게 되면 대책위는 농성천막을 철거하고, 김경배 부위원장도 단식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양쪽의 합의를 끌어안게 되면 '국책사업 밀어부치기'라는 비판에서도 어느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제주 제2공항이 조금 더디 가더라도 주민과 자치단체, 정부가 합의해서 가는 새로운 전형을 창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