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음동인은 여섯 번째 동인지 《주운 돌》(한그루)을 최근 펴냈다.

이번 동인지에는 허유미, 김나영, 김애리샤, 정현석, 송두영, 고희화, 김솔, 정지은, 안은주, 서재섭, 이민화, 문경수, 김정희, 윤혜정, 현택훈, 고나영 회원들의 시 80여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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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
허유미

숨과 숨이 마주치는 시간을 파도라 하자

너에게로 달려가면 나에게로 도착하는 곳

우리는 지도에 나오지 않는 섬처럼

서로 바라보아야만 말을 들을 수 있고

서로의 연두가 보이고

서로 등을 만져보고 싶어하고

서로 울음을 안고 저녁을 만들고

돌아갈 방향을 잃으면 가슴은 더 두근거리는

바람과 동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별은 반짝이고


김애리샤
해삼

물질 다녀오신 시어머니
누가 들을세라 살짝이 오라오라 하시네
커다란 접시 위에 먹음직스럽게 썰어 놓은 해삼
동지 바닷속 깊은 데서 건져 올린 보약

“이거 성들 헌티 골지마랑 느만 먹으라이”
활짝 웃으시는 시어머니 얼굴에 
잘게 부서져 박힌 골편(骨片)들 떠오르네
차마 뼈대 이루지 못하고
온몸 구석구석 연륜으로 박히는 골편들
일흔여덟 줄 고운 파도로 철썩이네

모든 것 서툴기만 한 육지 며느리 막내 며느리
“어머니 같이 드세요”
해삼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허기진 배만 채워지는 게 아니라
고단한 마음까지 어루만져지네


라음동인은 음계 중에서 가장 경쾌한 ‘라’와 그늘을 뜻하는 ‘음(陰)’을 합쳐서 이름 지었다. 즐거움 속에서 슬픔을, 밝은 빛 속에서도 어둠을 찾자는 뜻이 담겨 있다.

이들은 책머리에서 “시의 밀원지를 찾고 싶었다. 제주도 밀원지를 찾아 헤매고 돌아온 날 호주머니 속에 돌 하나가 있었다. 그날 밤 시가 단단하고 부드러웠다”는 여름 동안 가진 동인지 작업 소감을 밝혔다.

한그루, 174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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