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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원중학교 백경미 교사, 미술치료 사례 모은 책 ‘마음풍경’ 발간

제주 남원중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백경미 씨가 최근 자신의 미술치료 사례를 모은 책 《마음풍경-존재론적 성찰을 통한 미술치료 임상사례》(창지사)를 펴냈다.

신간은 저자의 두 번째 책이다. 그는 미술치료사로서 현장에서 몸소 겪은 다양한 경험을 책 속에서 풀어낸다. ▲복도에서 부딪혔다는 이유만으로 친구의 목에 칼을 들이댄 봉철이 ▲거친 욕설만 일부러 골라 사용하는 사랑이 ▲학교폭력의 영향으로 핸드폰 게임에 빠진 영철이 ▲왕따를 당해서 힘들어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초등학생 해수 등 저자가 만난 학생들 모두 각자 마음이 아픈 이유를 지니고 있다.

학생들은 저자가 진행하는 미술치료를 통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결핍을 위로 받는다. 책 속에 등장하는 학생 상당수가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는 가정에서 자랐고, 누구와도 마음 놓고 편히 대화하지 못했으며, 저자와의 대화·교감을 통해 달라졌다.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수필과 시, 미술치료 방법을 함께 묶어 소개한다. 물고기 가족화, 인생그래프, 만다라, 채소를 이용한 푸드치료, 동화책 치료, 색 심리 체험, 낙서 그리기 등의 치료 프로그램과 실제 사례가 함께 실리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봉철이가 신나게 난화(亂畵, 어지러운 그림)를 하다가 우연히 종이가 찢어졌는데 그 종이를 더 신나게 찢었다. 찢는 활동을 하는 봉철이의 모습에서 ‘정말 어린아이구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찢고, 찢고 또 찢고 한참을 찢기만 하다가 주저앉아서는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린 듯 한참을 종이만 쳐다보다가 나와 얼굴이 마주쳤다.

“샘, 샘은 엄마가 좋아요? 엄마를 사랑해요?” 라고 물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나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당연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왜?”
“어릴 때를 생각해 봐도 엄마가 절 사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서요.”
“엄마, 아빠와 함께 행복했던 기억이 하나도 없어서요.”
“엄마가 밥 먹으라고 밥을 차려준 적이 한 번도 없어서요.”
“엄마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서요.”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계속 막 퍼붓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없이 땅만 쳐다보면서 손을 꼼지락 꼼지락 하고 있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본인은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혼자맛을 했다. ‘왜 눈물이 나지?’ 이런 장면이 하나의 영상처럼 내 눈 앞에서 지나간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봉철이를 있는 힘껏 안았다. 아마도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다. - 《마음풍경-존재론적 성찰을 통한 미술치료 임상사례》 중에서

추천사를 쓴 현외성 창신대 석좌교수는 “백경미 박사가 불혹을 넘어 50대인 지천명의 시기에 자신을 돌아보며 교사로서 미술치료전문가로서 활동했던 임상사례집을 집필하는 작업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나 전문가로서 자신을 재정의하며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며, 인간서비스 관계 전문직종에 있는 학자, 연구자, 전문실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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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미술치료 사례를 모아 책을 펴낸 백경미 씨. ⓒ제주의소리
치료자 등이 일독할 만한 책”이라고 추천했다.

저자는 책 말미에 “오늘도 나는 우리 아이들과 대화를 한다. 그 대화를 통해 비로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아이들! 저만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생님’하고 외치는 아이들! 그 아이들과 함께 오늘도 난 꿈을 꾼다”고 교사로서의 책임감을 피력했다.

창지사, 208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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