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민호군 아버지, 사고업체 방문...현장 참관 못해 발길 돌려


제주에서 현장실습 중 숨진 고(故) 이민호군의 아버지가 직접 사고업체를 찾았지만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고현장을 보지도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故 이 군의 아버지 이 모씨는 27일 오후 3시 고용노동부 광주지방노동청이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사고가 발생한 제주시 구좌읍 소재 음료 제조업체를 직접 방문했다.
▲ 故 이민호 군이 사고를 당한 음료 제조업체 내 기계설비. 이 군의 아버지는 현장을 참관하지도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제주의소리

이후 이씨와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광주노동청 감독관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유족측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유족측은 크게 네가지 사안을 요구했다. 

첫째 민호의 죽음에 관해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밝혀줄 것, 둘째 특별감독을 나왔으니 해당 사업장에서 만큼은 다시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당부했다. 세째 사망사고가 난 사업체의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수사를 검토하는 등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사망사고와 관련한 현장조사 시 유족의 참관을 요구했다. 이 사안에 있어서는 양 측이 이견을 보였다는 것이 유족 측의 전언이다.

감독관들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아직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어서 직접적인 참관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사 과정의 문제이므로 방법과 시기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후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정도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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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고용노동부 광주지방노동청이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사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가운데, 정윤진 광주노동청 산재지도과장과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가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제주의소리

이에 대해 이씨는 "사람보다 법이 먼저인 것 같다. 내 자식 죽은 현장을 아버지가 보겠다는데 무슨 법률이 필요한가"라며 탄식했다. 감독관들도 "한 생명이 숨진 문제이기 때문에, 법률적인 부분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 씨는 "중요한 것은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조사가 진행됐으면 한다는 점"이라며 철저한 감독을 거듭 요청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사고 업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특별근로감독은 상시 감독과 달리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는 사업이나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사업장에 대한 노동부의 자체조사다. 위반사항이 적발될 시 사법처리 사항은 사법처리 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사안은 행정 처분을 내리게 된다.

이번 감독은 광주노동청 산재지도과 8명이 참여해 일주일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정윤진 산재지도과 과장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겠다. 초과근로 등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고, 사업장에 대한 모든 근로감독과 산업안전 등의 과정을 모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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