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에 그친 간담회, 제주영상위 갈등 평행선 달리나
반쪽에 그친 간담회, 제주영상위 갈등 평행선 달리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MG_7141.JPG
▲ 제주도는 27일 영상위원회 회의실에서 영상위, 콘텐츠진흥원 관련 영화·영상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영상위 해산·콘텐츠진흥원 설립 간담회, “들러리 싫다” 일부 불참...道 “조언 반영하며 진행”

제주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 해산과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이하 콘텐츠진흥원) 설립을 논의하기 위한 영화·영상인 간담회가 반쪽짜리로 그쳤다. 콘텐츠진흥원 설립 조건인 영상위 해산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은 간담회 참석을 아예 거부하고, 현장에서도 제주도의 일방적인 행보를 지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제주도는 콘텐츠진흥원 출범 이후 영상위 조직의 독립·다양성을 위한 조언을 최대한 청취·반영하지만, 콘텐츠진흥원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는 27일 오후 5시 영상위 회의실에서 영상위, 콘텐츠진흥원 관련 영화·영상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자리는 지난 10일 열린 영상위 임시이사회서, 영상위 해체에 앞서 도내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지며 마련됐다.

제주도는 간담회에 앞서 영화·영상인 10명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는 김종원 영화평론가, 서태수 감독, 양정환 감독, 임형묵 대표(깅이와 바다), 조은진 대표(아쿠아픽쳐스)까지 절반만 참석했다.

고혁진 회장(제주독립영화협회), 문숙희 감독, 변성진 감독, 서장석 감독, 오주연 사무국장(씨네아일랜드)은 불참했다. 주로 독립영화계 인사들이다. 미리 섭외하지 않은 인원은 개인 영상제작자 현종은 씨 밖에 불과해 사실상 ‘충분한 공감대’라는 행사 취지가 무색해졌다.

고혁진 회장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간담회는 많은 영화·영상인들이 함께하는 방식도 아니거니와, 콘텐츠진흥원 설립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절차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참여하지 않았다”며 “12월 중순 전에 영상위 해산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제주영상위원회 해산 반대 대책위원회’ 이름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을 찾은 인원 대다수도 영상위 해산, 콘텐츠진흥원 설립을 둘러싼 제주도의 행보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촘촘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도가 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제시한 ‘저지리 예술인 마을 실내영상스튜디오 100억원 투자’ 계획 역시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임형묵 대표는 “간담회가 콘텐츠진흥원 찬성하는 입장만 이야기한다면 여기 온 사람들 모두 절차를 위한 구석 맞추기에 불과하다. 오늘 영화인들이 불참한 건 제주도와 영상위가 지역 영화인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정환 감독은 “저지리까지 스튜디오를 만든다면 과연 누가 오겠나. 나부터도 사용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다. 제주테크노파크 스튜디오도 망했다”고 꼬집었다.

조은진 대표는 “나는 평소 콘텐츠진흥원 설립을 적극 지지하고 필요성을 설파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계획에는 문제점이 있다. 2003년 영상위 생긴 뒤 2011년에 제주도가 사무처장을 없애고 그 자리는 다년간 공석이었다. 오랫동안 영상위는 조직 불안이 커다란 문제였는데 콘텐츠진흥원 정관을 보니 ‘영상위를 둘 수 있다’고 한다. 이건 안 둘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798억원을 투입한 실내스튜디오가 대전에 생긴다. 저지리 스튜디오가 경쟁력이 있겠냐. 콘텐츠진흥원장이 영상위원장을 겸임하는 것도 콘텐츠진흥원 입맛에 따라 영상위가 움직일 수 있다. 그걸 영화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현종은 씨는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도지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영상위가 피거나 지거나 해왔다. 정치적 영향에 따라 영상위 운영이 달라지는 건 이제는 안된다”며 “그리고 콘텐츠진흥원 예산을 크게 늘린다고 하는데, 반대로 보면 그동안 영상위 예산이나 인건비를 열악하게 줬다는 의미다. 자체 이사회도 있고, 그동안 시간이 있었는데 제주도는 영상위를 왜 방치해왔냐”고 행정의 책임을 물었다.

서태수 감독도 “영상위는 지금까지 제주 지역 독립영화인들의 작은 창구였다. 지원이 크진 않았지만 간섭은 하지 않았다. 이런 영상위가 콘텐츠진흥원이 생기면서 해산·합병된다는 사실에, 의견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독립영화인들은 사실상 감정적으로 삐진 것이다. 영상위가 이렇게 되기까지 공동위원장인 도지사는 책임은 없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콘텐츠진흥원 이사 비중 공무원 대폭 줄이고 외부 개방 ▲콘텐츠진흥원장 공모 조건에 영화·영상 전문성 여부 항목 명기 ▲해산 후 영상위 운영 전담할 콘텐츠진흥원 부원장직 신설 ▲해산 후 영상위 조직에 관련 분야 전문가 인력 확충 ▲다양성 영화·영상 지원 확대 등 새로운 영상위에 독립성과 다양성을 충분히 보장하라는 제안이 이어졌다. 

제주도는 더 이상의 간담회는 신중하게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대로 영상위 해산을 추진하면 영화인들의 더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은 자명하다. 영상위 역사를 마지막으로 장식할 이사회 역시 오명을 감수할 리 만무하다는 건 지난 임시이사회에서 확인된 바 있다. 그럼에도 계획한 행정 절차를 지켜야 하는 부담 역시 가지고 있다. 이대로는 영상위와 콘텐트진흥원을 둘러싼 갈등이 평행선을 가게될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홍원석 제주도 문화정책과 문화산업담당은 “콘텐츠진흥원 설립을 위한 로드맵이 정해진 이상, 절차는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영상위의 독립성, 다양성을 최대한 지키기 위한 영화·영상인들의 제안은 콘텐츠진흥원에 적극 반영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