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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제주시청서 故이민호 군 추모 두번째 촛불집회...“돈보다 생명의 가치가 존중받길…”

“우리가 학생들의 현장실습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민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민호야 너의 잘못이 아니야. 정말 미안하구나”

제주대에서 사회복지를 공부중인 한 대학생의 목소리가 떨렸다. 故 이민호 군의 사망 소식을 들은 후 이 학생은 고교생들의 노동 환경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촛불을 들었습니다. 민호는 노동을 하면서 돈보다 생명의 가치가 더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바랐을 겁니다. 민호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9살의 꽃다운 나이에 현장실습을 하다 목숨을 잃은 故 이민호 군을 추모하기 위한 두 번째 촛불이 제주시청에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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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는 2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 조형물에서 사망재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촛불집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추위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부터 학생,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주말을 맞아 대학로를 찾은 젊은층도 발길을 멈추고 행사장에 시선을 돌렸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촛불집회는 故이민호 군의 생일인 11월23일 추모문화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1일에는 서귀포시 1호 광장에서도 산남지역 첫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더 이상 죽지마라’를 주제로 발인조차 하지 못한 故이민호 군 유족을 위로하고 사고가 발생한 업체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가 시작되자 김경훈 시인이 ‘왜 이 꽃다운 청년들을 데려가는 것이냐’ 제목의 추모시를 낭독했다. 순간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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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생인들 왜 꿈이 없겠는가
청춘은 미래 자체가 벅찬 꿈이 아니던가
그 꿈을 목 조르른 건
청춘을 공짜 인력으로만 환산하는
자본이라는 거대한 압박의 프레스 기계

왜 그 늙고 추한 것들을
왜 이 꽃다운 청춘들을 데려가는 것이냐
왜 먼저 가야할 것들이
왜 먼 길 가야할 꿈들을 말살하는 것이냐

먼길 먼저 온 나
그 꿈을 키워주지 못해 죄스럽고
아직 욕된 사회 바꿔놓지 못해 부끄럽지만
미래를 옥죄는 이 중압의 현실

이제는 개꿈같이 함께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청춘의 빛나는 공화국
미래가 보장된 찬란한 꿈이 되지 않겠는가
실습생인들 왜 꿈이 없겠는가
청춘은 미래 자체가 벅찬 꿈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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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 김지수씨는 민호 군이 일했던 업체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과 업체 관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촉구했다.

김씨는 “제2, 제3의 민호가 나오지 않도록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살인기업에 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엽 전교조 기획관리실장은 1일 교육부가 후속 대책으로 발표한 현장실습 개선 방안을 비판하며 전면적인 현장실습 폐지를 주문했다.

김 실장은 “교육부는 학습중심 현장실습 3개월을 취업준비기간으로 미화시켰다”며 “겨울 방학 2개월을 취업기간으로 운영하면 결국 5개월의 현장실습을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에 의무였던 현장실습을 선택으로 변경한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단”이라며 “제도 폐지만이 현장실습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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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과 함께 오현고 래퍼팀 넌차일드의 공연과 업체 규탄 소원지 달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故이민호군 태크(#) 올리기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열렸다.

故 이민호군은 11월9일 오후 1시48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용암해수단지 내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의 상하작동설비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이 군은 현장에서 4분가량 방치되다 함께 실습을 나온 친구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이군은 열흘만인 11월19일 끝내 숨을 거뒀다.

이 군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인들이 연이어 공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정부가 직접 나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후속 조치로 고교생의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고 정해진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실습지도와 안전관리 등을 하는 ‘학습중심 현장실습’은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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