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국책사업에 반대했다며 주민 등을 상대로 제기한 사상 초유의 구상권 청구 소송에 대해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2일 오전 10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상권 청구 소송과 관련한 법원의 강제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방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3월28일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등 개인 116명과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5개 단체를 상대로 34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구상권)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국방부는 피고들의 공사방해 행위로 공사가 지연된 날짜까지 분석하고, 2011년 1월1일부터 2012년 2월29일까지 발생한 손해를 일별로 산출해 금액을 정했다.
피고들이 단일한 조직에 소속돼 공사방해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공사 저지’의 공동 목표를 위해 공사를 방해한 만큼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연대책임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소송과정에서 항만 1공구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피해금과 함께 2공구 대림산업의 손실도 발생했다며 추가 소송 의사까지 밝혔다.
변호인 측은 해군측이 주장한 공사지연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이를 입증할 증거도 부족하다며 맞섰다. 형사처벌과 별도로 진행한 민사소송의 이중처벌 문제도 제기했다.
정부 측은 결국 10월25일 열린 변론기일에서 피고측과 합의를 시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재판부에 조정을 요청했다. 피고 측도 이에 동의하면서 사건은 조정절차로 넘어갔다.
11월16일 조정기일에서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재판부는 11월23일 구상권 청구를 취하하는 내용이 담긴 강제조정 결정조서를 원고와 피고 측에 송달했다.
민사조정법 제30조(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는 ‘조정담당판사는 당사자의 이익 등을 고려해 신청 취지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공평한 해결을 위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같은법 제34조(이의신청)는 당사자는 조서의 정본이 송달된 날로부터 2주 이내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신청이 없을 경우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하고 있다.
피고 측 변호인들은 내부 논의를 거쳐 이의신청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정부도 조서 송달 후 2주기한(12월14일)을 이틀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상호간에 화합과 상생,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도 명시했다. 소송과 조정에 따른 비용도 양측 모두 부담하도록 했다.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제주해군기지 갈등은 10년만에 새국면을 맞게 됐다. 정부는 구상권 철회를 시작으로 지역 지원사업 재개와 민·군 복합항 기능 보강 등 후속절차를 계획하고 있다.
정권이 바뀐 후 구상권 문제가 해결되면서 지역사회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특별사면에 강정주민들이 포함될 수 있다는 바람도 커지고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마을은 지리한 갈등의 출발점이 된 2007년 4월26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마을임시총회 개최 이후 찬성과 반대로 나눠져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반대측 주민들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내던지면서 지난 10년간 평화활동가를 포함해 연인원 70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개인과 마을회가 낸 벌금만 3억8000만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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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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