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골목에 문 연, 제주의 자그마한 책방 이야기
한적한 골목에 문 연, 제주의 자그마한 책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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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38) 딜다 책방

제주비엔날레 2017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라순담’은 탐라 천년의 땅인 제주도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집담회·좌담회·잡담회·세미나·콜로키움·거리 발언 등 다종다양으로 제주의 현안과 의제에 대해 이야기(談)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자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립니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탐라순담[耽羅巡談] 서른아홉 번째 순서는 책방 딜다의 이야기다. 

지난 2016년 3월에 문을 연 딜다는 도심 한복판도 아니고, 유동 인구가 많지도 않은 삼성혈 인근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딜다'는 '들여다 본다'는 뜻의 부산 사투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책방 바깥에 써 붙인 ‘취향공동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여느 서점과는 다른 인상을 풍긴다. 베스트셀러 대신 그림책이 즐비한 이곳에는 때로는 전시가 열리기도 하고 때로는 그림책을 만드는 수업이 열리기도 한다. 윤상화 대표와 이승미 실장 둘이서 운영하는 책방이자 기획사이다. 

서울에서 마케팅 분야에서 일을 했던 윤상화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제주로 이주하게 됐다. 업무 특성상 사람들과 부딪치며 일을 해오다 딜다를 열면서 ‘하기 싫은 일은 하지 말자’를 모토로 내걸었다. 

문을 연 지 이제 일년하고도 반 남짓. 그 동안 딜다에서 해온 일도 대중성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아이들의 낙서를 그림책으로 만들어주는 '낙서 땀' 프로젝트나,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반려견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가는 프로젝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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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화 딜다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 제주의소리 기자 (진행)
: 오늘은 딜다 책방에 왔다. 진열돼 있는 책표지만 봐도 여느 책방과 다른 분위기다. 위치도 도심이나 상권이 아니라 삼성혈 앞이다. 딜다에 대해 소개 해 달라. 

윤상화 딜다 대표
: 원래 일하던 분야는 마케팅이다. 동화작가를 겸하면서 디자인하는 이승미 실장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림책이 많이 입고돼 있다. 그림책들도 보면 제주와 관련된 것도 있지만 아닌 것들도 많다. 책방 위치가 관광지 부근이 아니라 주거 지역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지역과 연계를 많이 하고자 한다. 이 주변에 어린이집이나 빌라에 많은 아이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트렌트 읽으려고 하고, 그러한 분야의 책을 보유하고자 한다. 관광객 중에서도 아이들과 같이 오는 가족단위 관광객이 방문할 때가 있다. 공항과 5분 거리여서 공항가기 전 마지막 스팟처럼 들린다. 주로 비행기내 혹은 자동차 내에서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을 찾는다. 젊은 사람들보다도 가족 단위로 많이 오시는 편이다. 지역 연계로 아이들의 사랑방 개념이지만 관광객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 

김태연 
: 이 인근이 주민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은 아닌데, 어떤 이유로 이곳을 선택했나?

윤상화 
: 공간을 찾을 당시엔 하귀, 애월쪽으로도 알아봤다. 근데 책방이라는 게 책방만 운영해서는 수익창출하기가 어렵다. 금전적인 이윤 때문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당시에 원도심 살리기 관련 프로젝트가 많았다. 우리가 갖고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원도심에 오면 뭔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다행히도 그림책을 주로 하려는데 바로 앞에 어린이집도 있어서 이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입소문만 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김태연 
: 작년 3월에 문을 열어서 거의 1년 반 되었다. 자리를 잡는데 오래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윤상화 
: 오픈 당시만 해도 제주도 책방이 조금씩 생겨나던 때였다. 처음 4군데 이후로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제주독서문화대전에서 만난 사람들이 책방 선배라고 부르더라. 2개월 된 사람, 3개월 된 사람도 만났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일찍 오픈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독립책방, 출판물, 그림책으로 타겟팅을 확실하게 해서 빨리 입소문이 퍼졌다.

김태연 
: 가게 밖에 써있는 ‘취향공동체’라는 말이 쏙쏙 와 닿는다. 딜다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과 감성을 이야기하지만 그러한 부분이 대중과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막상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잘 와 닿게 되었나?

윤상화 
: 일단 취향공유 프로젝트라는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해주고, 같은 공감대가 형성되면 다른 커뮤니티 프로젝트 등 뭔가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장사하기에는 나쁜 마인드다. 오는 모든 고객을 충족하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개인적인 취향을 담다보니 반응이 극과 극이다.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기 보다는 후자다. 하지만 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공간 좋다는 분들이 오시면서 오히려 추천해주는 경우도 있다. 서로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공간이 되었다. 우리는 꾸준히 우리의 개인적인 취향을 고집스럽게 가져가고자 한다. 

김태연 
: 이것이 바로 대중과 만나는 접점이 되겠다.

윤상화 
: 경쟁 업체라고 표현하는 게 그렇지만, 많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책방들이 많아지면서 특화된 포인트가 되었다. 

김태연 
: 그래서 더 중요한 질문이 되겠다.. 먹고 살만한지도 궁금하다. 딜다가 해온 일이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 지점과도 맥락이 된다. 딜다가 해온 일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윤상화 
: 책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주도 이주 전부터 해온 마케팅일도 같이 해오고 있다. 제주 정착하고 나서는 마이스 관련 일을 한다. 홍보 마케팅 대행으로도 지속하고 있다. 근래 진행한 프로젝트는 이니스프리와 비영리 재단과 함께 오름의 가치 발견하고자 하는 공모전을 진행했다. 책방으로는 많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

김태연 
: 어떻게 보면 덕질의 연장선상이다. 

윤상화 
: 이 책을 다 읽지 않아도 가지고 있기만 해도 좋은 느낌, 소유욕이라는 부분도 한 몫을 했다. 우리는 책 하나에 완성된 콘텐츠라고 보지 않고, 또 다른 콘텐츠 만드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콘텐츠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낙서 땀’이라는 프로젝트를 한다. 땀흘리다 ‘땀’이자, 자수의 ‘땀’이다. 아이와 엄마와 같이하는 것에서 말이 튼다. 우리처럼 육하원칙으로 말하기 전까지는 그림으로 의사소통 많이 한다. 때론 엄마들이 보았을 때, 낙서로 보여서 버리기도 한다. 3살, 6살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이 생각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스토리가 된다. 보통 사진으로 백일, 돌 등의 성장을 기록한다. 생각의 성장 일기 만들어보되. 그림이나 낙서가지고 만들어보자고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 모아서 책 만들게 되었다.. 엄마들이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림 그리는 상황을 글로 표현하거나 혹은 아이한테 “너의 3살 때 그림이야. 이런 생각을 하고 지금은 로봇라고 그렸지만” 등등의 내용을 편지형식으로 글쓰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모아서 책을 만든다. 그리고 아이의 그림 가지고 자수를 넣는다. 자수가 표지가 되기도 하고, 액자가 되기도 하는 프로젝트 진행한다. 홍보책자를 만들고 팸플릿도 만들어서 책방에 비치했더니 참꽃작은도서관에서 제안이 왔다. 저번 주까지 총 2기 10명 정도 대상으로 진행했다.  

김태연 
: 몇 달 정도 진행했는가? 

윤상화 
: 약 2달 동안 주말마다 진행했다. 다음 주면 책이 나오게 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엄마들이 주려고 한다. 앞서 개인적인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 나의 관심사에 있는 것들만 사업화 된다. 그 중에서도 동물을 좋아한다. 유기동물보호센터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현실을 알게 되었다. 그 현실을 보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제주시에서 문화도시 관련한 지원사업이 있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유기동물 입양가족 대상으로 입양사연을 기본으로 한 책을 만들었다. 마침 사업 연계해서 진행할 때, 관련 이슈가 터졌다. 어른들이야 미디어 통해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지만, 아이들은 직접적인 교육이 아니면 노출이 되었을 때,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애완동물 아닌 반려 동물이란. 동물이란 친해지는 법 등을 어린이집 연계해서 수업한다.

김태연 
: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가?  

윤상화 
: 어린이 뮤지컬 하는 선생님이 반려동물의 개념과 개를 보고 함부로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사하는 방법 등 가르쳐 줄 뿐만 아니라 직접 강아지가 보조 교사 역할로 와서 같이 교육 한다. 유기동물 관련 주제 책으로 동화구연도 하는 등 강아지와 친구 되는 법부터 책임 지지 못할 경우에 대해서 배운다. 사실 아이들이 떼를 써서 입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유기 동물 생기기도 한다.  이런 사업들이 직접적인 수익으로 되진 않지만, 좋아서하는 일은 하자 하고 결심하게 돼서 하게 되었다. 서울서 10년 넘게 일하고 제주 왔을 때, 생각한 지점이 있다. ‘하기 싫은 일은 덜 하자’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이 하자는 것이 아니다. 육지에서는 하루하루가 서바이벌이었다.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여유가 생기고 그런 기회들이 많이 생겼다. 책방, 반려동물, 아기들과 책 내는 것도 그렇고 그런 것들이 꾸준하게 이어져왔다. 

김태연 
: 1년 반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여기 가면 책도 있지만, 재밌는 일을 하는 곳이라고 인식이 된다. 제주도 오게 된 이야기를 묻고 싶다. 많은 분들이 제주에 오시지만, 똑같은 이유로 오지 않는다. 저마다의 맥락과 사연이 있다. 어떤 계기로 오게 되었나?

윤상화 
: 나에게 제주는 주말 여행지 밖에 안됐다. 10년 넘게 일하면서 하루도 쉬지 않고 일만 하게 되었다. 마케팅이라는 일을 하면서 프로젝트를 쳐내야 하니깐 오히려 휴식기 없이 빨리 입사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름휴가가 매우 귀했다. 그때는 절대 제주도로 오지 않았다. 2박 4일 등 해외를 나가곤 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몸이 안 좋아져서 남자친구와 여행하러 제주를 오게 되었다. 복잡한 본섬보다는 우도가 너무 조용하고 좋다. 그때는 식당도 별로 없고, 맛도 없는 것도 먹고 그랬지만, 지금은 너무 신세계가 되었다. 전부터 신랑과 ‘같이 제주에서 살자’가 아니라 ‘결혼하면 아무도 없는데서 살자’라고 이야기 나눴다. 우도가 너무 좋아서 주말마다 내려오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혼 이야기 나오는 와중에 신랑이 제주에서 6개월간 체류하게 되었다. 제주도에서 음악하고 작곡도 하고 프로듀싱 하는 과정을 거쳐야하 는 상황이 왔다. 휴직계를 내고 한두 달만이라도 쉬었다가 올라오자고 합의했다. 어른들에게 결혼도 안 했는데 그렇게 하냐는 말을 들어서 결혼을 서두르게 되었다. 신랑이 프로젝트를 하러 오기 전에 불도저처럼 밀어붙여서 해결했다. 어른들이 뭐하고 살 거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제주 내려오기 전 출근 확답 받았다. 잘 맞았던 점이 육지에 있을 때도 결혼식은 겉치레 하지말자고 했다. 양가 가족 모시고 식사하는 자리로 대신했다. 이제 최종적으로 걸림돌이 없어졌다. 신혼집도 한경면 한원리에 있다.

김태연 
: 내 아버지의 고향이기도 하다. 신창과 저지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마을이다. 정말 조용한 곳이다.

윤상화 
: 우리가 올 때만 해도 150가구였지만 지금은 200가구 정도 된다. 지금도 한원리에 살고 있다. 신랑이 음악하고 있어서 찾다보니 서쪽 끝으로 가게 되었다. 집을 구하는 것도 보통은 한 달 살이 하거나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우리는 2박3일 만에 집을 구하게 되었다. 퇴사한 상황이 아니어서 금요일에 연차를 내서 온 다음 생활정보지를 보면서 목록을 만들어 놓고 집만 보러 다녔다. 마음에 들면 금전적으로 부족하고, 남들이 고민한 과정을 2박3일정도 고민했다. 마지막 숙소에서 생활정보지를 보는데 한경면 한원리 단독주택 광고를 보게 되었다. 나름 잘 알려져 있는 고산까지도 집을 보러 갔는데, 여기에 못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비행기 타기 전에 연락했다. 부동산에서 직접 보라고 주소를 알려줬다. 그래서 리모델링에 돈 많이 투자해야 할 줄 알았다. 가보니 몇 개월 안 된 신축이었다. 알고 보니 이 건물주가 여러 채를 지으면서 본인이 살려고 했으나 내놔야 되는 상황에 왔다고 한다. 거실 굉장히 크고 방 하나가 있다. 가족단위에는 적절하지 않았지만, 신혼부부에게는 딱 이였다. 올라가서 어른들께 이야기 하니 손을 놓으시면서 잘 살라고 해주셨다. 오자마자 다음날 출근하고 1년 동안 일했다. 같이 일하는 분도 만나게 됐다. 내게 있어 책의 콘텐츠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활자를 읽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무언가를 읽고 손에 있어야 안심되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책을 접했다. 마케팅, 트렌드 관련 책들을 많이 읽지 않지만 보유해야 편안한 사람이다. 그림 그리는 동화작가를 동료로 만나면서 내가 책을 접하는 방법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러면 누군가는 나랑 같은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험 한 것으로, 내 취향으로 한번 전달 해보자해서 책방 오픈하게 되었다.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면서 사람들하고 너무 많이 부딪쳤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너무 많이 만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존감도 떨어지는 것 같았다. 휴식기라고 느낄만한 시점에  그게 휴식이 아니라 제주를 택했다.

김태연 
: 딜다의 뜻은 어떻게 되는가? 

윤상화 
:  고향이 부산이다. 서울에서 일하면서 혼자 살게 되었다. 부산의 사투리 중 ‘딜다 보다’라는 말이 있다. 누구를 들여다 보다는 뜻에서 따와서 들여다보는 책방이라고 하게 되었다 관심, 애정 등의 그런 느낌 담고자 했다. 딜다라고 했지만 ‘달다’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발음이 좀 어렵지만 이 이야기를 듣게 되면 안 까먹고 기억하게 된다.  

김태연 
: 이러한 맥락을 알고 나면 먼 곳의 외국어가 아니라 부산의 말라고 알게 될 것 같다. 나는 외국어인줄 알았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뜻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윤상화 
: 관광객들 중에서는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면 모른 척한다. 

김태연 
: 꼭 제주여서 그런 건 아니지만 터전 옮기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책방 운영이나 혹은 제주 살면서 힘든 점은 없나? 

윤상화 
: 운이 너무 좋았다. 우리 마을은 이주민이 많이 없다. 처음에 걱정도 많이 했다. 제주에 있다가 육지 가신분도 텃세가 많다고 하는 우려와 다르게 관심이 너무 많았다. 마을에서 제일 어려서 아직도  아가라고 부르는 할머니도 계신다. 저희가 급하게 이사하고 하다 보니 통유리에 커튼이 없어서 사생활 오픈되었다. 이후에 커튼을 다니깐 어르신들이 일 있냐고 하셨다. 커튼 젖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오며가며 잘 지내는지 봐야 되는데 그렇게 얘기한다. 하루 일과 중에서 커튼부터 여는 것은 “저희 잘 있어요”라는 일종의 안부인사가 되었다.

김태연 : 어떤 면에서 보면 간섭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상화 : 나는 그런 부분이 그리웠었다. 특히 어른들의 관심이 그리웠다. 서울에서 외롭지 않다하고 일만 했지만 마음 안에는 사람의 정이 그리운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할머님들의 그런 면모들이 너무 좋다. 퇴근하고 가면 마당에 무심하게 던져놓은 무, 감자들이 보인다. 정말 무심하게 던진다. 잔디위에 갈옷이 널려있다. 처음에는 저 옷도 나입으라고 한 것인가 싶었는데. 갈옷은 시멘트위에 말리면 안 되서 잔디위에 올려서 말리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 역시도 무심하게 거둬가셨다. 삶에 있어서 만족도가 높은 상황이다.

일은 육지에 있을 때도 기업에 다녔고, 100% 영리를 추구하는 곳에서 일했다. 같은 일 하더라도 기업의 대행을 받아서 많이 진행했다. 브랜드 인지도 아니면 매출만 생각하면 되었다. 그런데 제주에 왔더니 기업 행사보다도 도청이나 혹은 공공기관 사업을 할 때 시행착오가 많았다. 소위 물먹고 나니 내가 제주에서 일하려면 방법과 생각을 바꿔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주변에 조언도 얻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나름의 트레이닝이 되었다. 지금도 트레이닝 중이다. 올해 초엔 농업 기술원에서 귀농 귀촌 교육도 받았다. 1차 산업부터 6차 산업까지까지 어떤 콘텐츠를 사업화하는 지에 대해서 기본 교육을 배웠다. 서울에선 잘나가지 않아도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그게 아니었다. 정말 기본부터 다시 배웠다. 일을 처음 배우는 것처럼 진행하고 있다.

김태연 
: 딜다의 앞으로의 계획은?

윤상화 
: 계속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다. 짧은 미래는 하던 대로 꾸준히 하자는 것이고, 먼 미래는 제주에 1차 산업이나 관광 콘텐츠가 아니라 제주도민들의 생계와 연결돼 있는 것 중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그게 6차 산업으로 갈 수 있지만, 관광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서 고민하고 있다. 

김태연 
: 앞으로의 제주 딜다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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