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을 만나다-스크린쿼터 축소, 관객의 힘으로 이겨내야

영화 전에 월드컵 얘기부터 꺼내겠습니다.

올해 월드컵을 보면서 화가 난 것은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실패만이 아닙니다.

축구 강대국이라 불리우는 유럽과 남미만의 잔치가 되버렸다는 것이죠. 객관적으로 실력의 차등이 있긴 합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력에 앞서 축구 강대국들의 엄청난 자본의 잔치가 되버렸습니다.

더 기막히고 슬픈건 ‘대한민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한들 국내리그인 'K-리그’는 더욱 인기가 시들어질 것이란 적중률 80% 이상의 추측.

월드컵에서 강대국에 대항해 16강에도 오르고 8강도 오르고 결승도 가고 우승도 해서 ‘꿈이 이루어진다’는 명제를 성립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빨간 옷만 입고 머리에 빨간 뿔을 쓰고 응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말씀.

월드컵이 끝나더라도 우리 시선은 그대로 박지성과 이영표가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로 직행할 것은 분명하고, ‘K-리그’는 프리미어 리그 수준과 비교가 돼 하위리그로 폄하가 되겠죠.

어쩌면 월드컵에 향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열망과 응원은 자본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을 향한 응원과 열망이라고 인식해도 옳을 듯 싶습니다.

월드컵은 ‘우리편’인 ‘대한민국’이라는 민족적인 감정과 ‘상대편’인 축구 강대국 대자본이 결합된 한편의 영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축구경기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일컫는가 봅니다. 월드컵 한 게임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 닮았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이어지다보니 대한민국이 스위스에 패한 후 결심을 했습니다. ‘K-리그’가 열리는 구장을 많이 찾아야 겠다고.

‘국내 리그’를 지지하며 진심어린 비판을 내놓는 것이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칠 수 있는 정당성을 취득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저뿐만의 생각일까요.

7월1일. ‘스크린쿼터’가 축소…관객의 ‘힘’ 절실

다시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2006년 7월1일은 제주에서 ‘특별자치도’가 화려하게 출범하지만, 공식적으로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답답한 기분에 영화법에 근거하고 있는 스크린쿼터제의 목적을 다시 곱씹게 됩니다.

‘스크린쿼터제는 외국영화의 국내 영화시장 잠식을 방지하고 한국영화의 기업화와 활성화를 법적, 제도적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한국영화진흥을 위한 실천적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법에 나온 대로 외국영화의 국내 영화시장 잠식을 방지할 장치가 풀렸습니다. 7월1일을 기해 한국영화는 외국영화와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헐리우드의 막강한 자본력 앞에 한국영화를 지켰던 스크린쿼터제라는 ‘최소한의 방패막’이 반쪽으로 잘라져 나가 버린 것입니다.

‘한미 FTA 협상 체결’이라는 명목으로 협상 테이블 조차 오르지 못한 ‘스크린쿼터제’가 다시 원상태로 회복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는 상황을 인식하는 영화인들은 1일 광화문에서 대대적인 집회와 문화공연을 펼쳐 정부를 향해 비탄을 쏟을 예정입니다. 항의의 뜻으로 1일부터 3일간 모든 영화의 제작이 중단됩니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된 지금 유수 국제영화제에 대한민국 영화가 진출했다고 축구처럼 응원할 여유는 지났습니다. 대자본이 녹아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마냥 시선을 뺏겨서도 안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영화’라는 본 모습을 평가해야 할 ‘관객들의 시각’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헐리우드의 자본이 아닌, 시스템에 생산된 무색무취, 무개성의 스타에 휘둘리는게 아닌, 관객들의 발길이 ‘영화’의 본질을 향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한국영화가 적게 상영돼 이를 기점으로 한국영화 시스템이 와르르 무너질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도 이를 지켜내고 복원할 힘은 ‘관객’에서 비롯합니다.

극장들이 한국영화를 비롯, 독립영화, 수준높은 작품성을 가진 영화상영을 줄이고, 헐리우드 자본에 매혹되더라도 관객은 영화 그 자체로 본질을 평가할 수 있는 의지를 지녀야 합니다.

이제, 다시 영화를 봐야 합니다. 영화는 영화 그 자체로 대접받고 평가받아야 합니다.

나라와 개인의 정신을 담는다는 문화가 외국의 막강한 대자본 쓰나미에 무참히 쓸려나가기에는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관객이 영화를 그 자체로 보고 판단하는 것. 한국영화에 대한 객관적인 지지와 비판이 가능합니다. 이는 한국영화를 키우는 ‘힘’으로 이어집니다.

이제 관객들이 중심이 될 때가 왔습니다.

[제주씨네아일랜드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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