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흉상 건립사업'에 조병옥 포함...4.3 70주년 기념위 "철회 안하면 강력 대응"

서울시 강북구가 제주4.3 당시 민간인 학살 책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병옥 미중앙군정청 경무부장의 흉상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지역 99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서울 강북구청은 4.3학살 책임자 조병옥 흉상 건립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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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 부지에 설치된 애국지사 흉상. 김구 선생의 흉상이 세워진 가운데, 강북구는 추가적으로 15인의 흉상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주의소리
강북구가 추진중인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16위 흉상 건립사업'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명예를 선양하고 역사의 교육장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로 사업비 2억2000만원을 들여 15인의 흉상을 설계·제작하는 내용이다. 국내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 절차가 진행중인 가운데, 선정이 완료되면 내년 8월께 강북구 내 근현대사기념관 부지에 작품을 전시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문제는 흉상 건립 인물 중 여운형, 신익희, 손병희, 이준 등과 함께 제주4.3 민간인 대량 학살의 주요 책임자로 거론되는 조병옥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조병옥은 제주4.3 당시 미군정청 경무부장으로 4.3이 발발하자 강경진압을 주장해 수 많은 양민 학살을 야기한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온 섬(제주)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태워버려야 한다'는 발언을 해 도민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최근 '반헌법 행위자 열전' 수록 명단 검토 대상에 제주4.3 사건 관련 가해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4.3기념사업위는 "정치적·역사적·국민적 평가에 있어 논란이 되는 인물의 흉상을 만들어 그 뜻을 기린다면 사업의 취지는 심각하게 퇴색될 뿐만 아니라 이에 공감하지 않는 많은 국민들의 반발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조병옥은 도민 3만명의 희생을 낳은 4.3학살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다. 4.3의 책임이 있는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의 부역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북구청이 추진 중인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흉상 건립 대상에 조병옥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접하고 경악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며 "조병옥 흉상 건립은 아직까지도 4.3의 아픈 상처를 간직한 채 한 평생 고통 속에 살고 계신 4.3 희생자와 유족들에게는 큰 충격이자 다시 한번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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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북구가 발표한 흉상 건립 계획 지침서 중 일부 발췌. 흉상 건립 대상에 조병옥이 포함돼 있다. ⓒ제주의소리
특히 이들 단체는 "내년 4.3 70주년을 맞아 4.3의 올바른 진상규명과 진정한 명예회복을 통해 역사에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도민적, 국민적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사업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4.3기념사업위는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강북구와 서울시에 조병옥 흉상 건립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20일이 지나도록 공식적인 답변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4.3기념사업위는 "강북구청이 추진하는 흉상 건립 대상에 4.3 학살의 책임자인 조병옥을 반드시 제외시켜 줄 것을 거듭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만약 우리의 간절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범국민적 뜻을 모아 조병옥 흉상 건립 철회를 위한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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