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담, 디자인으로 제주를 담다] (7) 소리로 표현한 제주밭담, 루이지 '밭담의 소리' 

제주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제주 밭담’은 국가중요농어업유산, 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제주미래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주목받으며 다양한 사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제주연구원 제주밭담 6차산업화사업 기반구축사업단(단장 강승진)이 지난 9월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을 활용한 기념품 디자인 공모전으로 제주 밭담과 관광기념품과의 접목을 시도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참신성과 예술성으로 이번 디자인 공모전에서 선정된 8개 작품과 참여 작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1.jpg
▲ '루이지'가 제작해 제주밭담 활용 기념품 디자인 공모전에 선정된 작품 <밭담의 소리>. ⓒ제주의소리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 활용 기념품 디자인 공모전 최종 8개 작품에 선정된 팀 '루이지'의 <밭담의 소리(Sound of Batdam)>는 수 많은 출품작 중 유일하게 '소리'를 형상화 한 작품이다.

작가명 루니와 이지가 함께하는 팀 '루이지'. 루니의 주 작업은 수제악기 제작, 이지의 주 작업은 디자인이다. 디자인과 소리가 만나니 악기가 되기도, 가구가 되기도, 심지어 놀이터가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그 영역을 넓혀 왔다.

관광기념품이라고 하면 보통 한정적인 디자인의 조형물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루이지는 특유의 팀 컬러로 인해 '시각'을 뛰어넘어 '청각'으로 감성을 자극한다는 새로운 접근이 가능했다.

"악기를 만들고, 쇠를 만지는 사람으로서 밭담이 보내주는, 바람이 연주하는 악기를 만들어보고자 했어요. 알루미늄을 휘어 만든 동그란 밭담, 그 사이에 달린 맑은 철봉에 바람이 지나가면 소리를 내는데, 모빌처럼 벽에 걸어두고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주의 밭담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2.jpg
▲ 제주밭담 활용 기념품 디자인 공모전 8인에 선정된 '루이지'. ⓒ제주의소리
작품은 섬의 거센 바람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쌓인 돌 사이에 틈이 생겼기에 그 안으로 바람을 자연스레 흘려 보내는 제주밭담을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바람에 맞서기 보다는 바람을 끌어안는 모습이 작품 속에 표현되길 바랐다.

"밭담은 저희가 지내고 있는 환경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음에도 그 익숙함 때문에 오히려 집중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밭담에 대한 재인식, 가치에 대한 이해, 그리고 감성적 작업들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재미있게 구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밭담이 주제인데 작품에 왜 돌이 없느냐'는 주변의 타박도 있었다. 하지만 루이지는 1차원적인 의미 전달도 중요하지만, 밭담을 다양한 감성과 방식으로 표현된 작품으로 밭담의 의미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고, 최종 선정작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루이지는 더 다양한 악기와 작업물로 재미있는 만남을 만들어가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희가 만드는 악기와 여러 작업물들이 마을에서부터 함께 나눠지고, 그렇게 다양한 삶이 이어져가는 모습을 꿈꾸고 있습니다. 함께 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채워 넣을 것들은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가겠지요."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