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담, 디자인으로 제주를 담다] (4) 망가지는 제주를 되살리는 소품 '재주도좋아' 

제주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제주 밭담’은 국가중요농어업유산, 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제주미래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주목받으며 다양한 사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제주연구원 제주밭담 6차산업화사업 기반구축사업단(단장 강승진)이 지난 9월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을 활용한 기념품 디자인 공모전으로 제주 밭담과 관광기념품과의 접목을 시도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참신성과 예술성으로 이번 디자인 공모전에서 선정된 8개 작품과 참여 작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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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치코밍으로 제주 바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재주도좋아'
‘재주도좋아’는 비치코밍(beachcombing, ‘해변에서 이것저것을 줍는다’는 뜻)을 통해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끊임없이 밀려와 쌓여가는 대책 없는 바다 쓰레기 문제를 예술로 함께 해결하는 활동을 벌이는 그룹이다.

이들은 유리나 유목,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바다에서 온 재료들을 이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제품을 만든다. 버려진 것들 속에서 가능성을 찾는 작업이다. 

이들이 비치코밍에 주목한 것은 제주의 바다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지만 당국에만 해결을 떠넘기기는 힘들고, 개인이 그 문제에 접근하거나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문제를 인식하면서다. 비치코밍 캠페인으로 개인이 그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재주도좋아는 비치코밍을 재미있게, 함께 하고 싶은 것으로 인식되길 바라면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일반인들이 협업하는 다양한 접근법을 찾고 있다. 해변에서 모여 소리, 문장, 동작 등을 수집해 악기나 노래, 연극을 만들기도 하고 해변에서 취향에 따라 주운 재료들로 보석을 만들기도 한다. 

이들의 활동은 예술 작품이나 상품을 만드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회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까지 지향점이 뚜렷하다. 여러 재주를 가진 예술가들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건강한 제주바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바다 쓰레기 문제가 개인과 결코 분리되지 않음을 인식시키고, 그 문제 해결에 참여할 다양한 접근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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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주도좋아가 '머들장'에 선보인 작품은 제주 밭담 샌딩브로치와 마그네틱, 밭담 액자 등이다.

“비치코밍 활동이 확산돼 거대한 무브먼트(movement)를 이루면 언젠가 바다에서 고래와만 함께 수영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삶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을 거둬내고 단순하게,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며 예쁘고 건강한 제주에서 오래 살고 싶다”는 것이 이들이 비치코밍과 바다와 관련한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이유다.

이들은 <머들장>에 참여하면서 제주 밭담이 지닌 제주도의 독특한 농업적 가치와 더불어 미학적 가치에 주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주도를 관광지로만 인식하는데 반해 사실 제주도는 국내에서도 농업이 경제 기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만큼 밭담이 가지는 중요성과 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개발로 점차 사라지는 밭담을 보면서 ‘이러다가 밭담을 박물관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려가 들었다. 물려받은 자연과 유산을 잘 가지고 있다가 후대에 물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대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요즘 들어 밭담은 물론이고 산담, 잣담, 올렛담, 울담, 원담 등 돌담들이 많이 없어지고 개발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예쁘고 건강한 제주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주도좋아는 줄곧 버려진 것들 속에서 가능성을 찾는 작업을 해왔다. 하찮은 것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더하면 보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번 공모전 작품을 만들었다. 제주 밭담 액자, 제주 밭담 샌딩 브로치와 마그네틱이다.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바다에서 떠내려 온 재료를 이용해 제주 밭담을 나타내는 작품을 제작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제주의 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늘 그렇듯 제주를 찾는 모든 사람이 제주를 소비의 대상이 아닌 아끼고 지켜야 할 대상으로 인지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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