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에 처한 집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리더십이다. 외부의 도전에 대해 당당하게 응전할 수 있도록 성원들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고취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발휘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리더십이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취임식에서 공언한 ‘1%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느냐 마느냐 하는 것도 리더십이 없으면 결과적으로는 그냥 해보는 립서비스일 뿐이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매우 특별한 도전에 처해있는 제주도의 리더십이 초장부터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수장이 결재한 사항을 아랫사람이 뒤집어 엎어버리고 있는 판국인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문화관광스포츠국 문화예술과의 경우다. 산남 산북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이모저모 심사숙고 끝에 도지사가 최종 결정하여 서귀포시로 이전시킨 문화관광스포츠국인데 그 주무과인 문화예술과가 이틀 만에 제주시에 있는 본청으로 귀환하고 말았다. 지역출신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일반시정인도 저간의 사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관광스포츠국의 서귀포 이전은, ‘문화예술행사의 70∼80%가 제주시에서 열리고 문화예술단체가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문화조직을 옮긴다고 서귀포시 문화 발전에 실질적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많았던’(한라일보 2006.7.4) 데서도 나타나듯이 적지 않은 사후반발은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하에 도지사가 결재한 게 아닌가? 그 결과에 대한 예측과 대비책이 없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이틀만에 뒤집어졌다. 참모들의 업무역량과 책임감, 그리고 도지사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도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대승적으로 이해해달라, 서귀포시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겠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언론(한라일보 2006. 7. 4)은 보도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아마도 이 문제를 서귀포시민들의 지역이기주의 정도로 받아들인 데서 말미암은 듯하다. 그런 점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히 지역출신 국회의원은 공개적으로 문화예술관련 기관의 산남 이전을 촉구했었고, 많은 시민들도 그런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자들이 엄밀한 검토 끝에 서귀포시의 여건을 감안하여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역적합성을 인정하고 난 후 최종 결정된 것이다. 그 지역적합성이 6월27일과 29일 사이에 사라졌단 말인가?

문화관광스포츠국의 산남이전은 지역이기주의를 명분으로 서귀포시민들이 집단적으로 목청을 높여 을러메어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실천전략의 차원에서 심도 깊은 검토 끝에 복잡한 행정적 내부절차를 거쳐 도지사의 재결을 받아 결정된 문제이다. 따라서 도지사가 대승적으로 이해를 구해야 할 대상은 서귀포시민들이 아니라 산남 이전을 실행에 옮긴 행정적 의사결정,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의 근본취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도지사의 의지를 뒤집어 놓은 “장막 뒤의 세력”이다.  

   
 
 
문화산업과가 종무과로 순식간에 바뀐다는 점(한라일보 2006. 7. 4) 역시 제주특별자치도의 리더십의 위기를 입증한다. 문화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이 시대, 고유한 문화컨텐츠야말로 제주도를 벌어 먹여 살릴만한 더 할 나위 없는 호재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마당에 문화산업과를 없애고 종무과를 그 자리에 대체해 넣다니, 이건 아니다. 위기에 처한 제주지역경제를 살린다고 별의 별 주장과 제안과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판국에 이건 아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