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눈발 날리던 때 제주(건널 濟,고을 州)로 건너왔다. 새해가 만 13번 째 지났고, 이번 무술년은 그 유명한 1958년생 나의 개띠해다. 지난주에 제주도관광협회에서 임기제 회장을 새로 선출하기 위한 선관위를 구성했다고 한다. 

지난 2011년 2월 18일 홍명표 전 회장님의 사임으로 치러진 보궐선거 이후 김영진 현 협회장과 7년 동안 두 번의 결전(?)이 있었다. 2015년 두 번째 선거에서는 1000만 관광객이 찾을 때였는데, 나는 천만 명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가서 질적 관광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상대는 2000만 관광객까지 가야한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지나간 얘기지만, 현직에게 절대 유리한 대의원선거제도 하에서 초라한 성적표로 완패를 당하고 고민 끝에 ‘서귀포다움’이라도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현재 (사)서귀포시관광협의회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두 번의 도전을 통해 이북실향민이 뼈를 묻을 천혜의 보물섬에서 ‘제주인’으로 받아들여지고 단체장으로 봉사할 수 있는 영광을 받아서 후회가 전혀 없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제주가 세계적인 보물섬’으로 나아가는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5년 후에도 제주관광을 선택하는 여행객들은 제주시 빌딩숲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서귀포다움을 지켜가는 자연고을 서귀포를 찾을 것인가? 과연 어느 곳에서 진정한 제주관광을 만끽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대선 전 1시간가량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그 자리에서 ‘서귀포다움’은 꼭 지켜야겠으니 대통령이 되시면 ‘서귀포관광청’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는데, 현재까지 답이 없다. 서귀포 인구가 적어서 힘이 없나보다.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관광청과 별도로 발리관광청이 따로 있어서 발리다움을 지켜내고 전 세계 허니문들이 그곳을 찾는다. 

요즘 유럽을 중심으로 화두로 떠오른 오버투어리즘은 한마디로 관광산업을 뿌리요, 가지요, 잎이라는 잘못된 생각과 욕심에서 발생했다. 제주의 삶이 주체요, 제주관광은 접미사여야 한다. 예를 들면, 의료관광의 실체는 도민들이 훌륭하다 느끼는 의료가 우선이고, 그것이 인정될 때 의료관광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도민들은 아프면 서울로 가면서 제주의 의료관광을 정착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행복관광이 대세다. 도민들의 행복한 모습, 서로 배려하고 타협하며 갈등을 치유해나가는 모습이 행복관광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관광산업이 제주인의 삶의 주체를 잘 보좌하는 접미 산업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관광산업이 20세기 중반이후 제주를 이끈 성장 동력이며, 관광객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에 정책의 중심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제는 바다를 건너오는 고을 고향제주의 풋풋한 행복감을 지켜나가는데
▲ (사)서귀포시관광협의회장 장명선. ⓒ제주의소리
힘을 모으고, 이주민들과 더불어 진심어린 행복관광을 꽃피워야 할 때이다.

오버투어리즘의 대표적인 관광지 베네치아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가운데 ‘과거의 영광이 부끄러운 베네치아’ 라는 제하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11세기 유럽의 맹주였던 베네치아공화국과 견주던 아시아의 탐라해상왕국의 찬란한 힘을 업어 ‘과거의 영광이 부끄러운 제주’가 아니라 ‘탐라영광을 재현하는 제주관광’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지난 7년 간 오직 관광객 수로만 달려온 제주관광협회의 운영과 비전이 수장을 정하는 선거철을 맞아 제주관광사업체 모두의 기대를 담아 새롭게 거듭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 (사)서귀포시관광협의회장 장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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