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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기록 없는 재심청구 전국 첫 사례...법원, 5일 심문기일 지정 재심 수용여부 최대 관심
 
제주4.3 광풍 속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제주4.3수형 생존자들에 대한 법원의 재심 여부가 70년만에 판가름 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양근방(86) 할아버지 등 4.3수형인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 청구사건에 대한 심문을 진행한다.
 
법원은 이날 원고측 변호인으로부터 재심 청구 취지를 듣고 재심 공판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번 재심사건은 판결문이 없는 사건에 대한 사실상의 첫 재심 청구로 관심을 끌고 있다. 군법재판 사건을 일반 법원에 청구한 특이 사례여서 재심 개시결정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문제는 재심 청구의 근거가 되는 기소장과 공판조서, 판결문 등 입증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법회의 유일한 자료는 정부기록보존소가 소장한 수형인 명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새정치국민회의 제주 4.3사건진상조사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던 1999년 정부기록보존소의 보관창고를 뒤져서 군법회의 수형인명부를 처음 발견했다.
 
수형인명부는 4.3사건 군법회의의 내용과 경과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공식 문서다. 이 명부를 제외하면 재판과 관련한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당시 군법회의의 근거가 된 국방경비법 제81조, 83조에는 소송기록의 작성과 보존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공판조서와 예심조사서는 빠졌고 판결문 역시 작성되지 않았다.
 
재심 청구를 위해서는 청구 취지와 재심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한 재심청구서에 원심판결의 등본, 증거자료,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형사소송법 제422조(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에는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실을 증명해 재심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제420조(재심이유) 제7호에는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된 때’를 재심 사유로 명시했다.
 
법률 대리인들은 수형인 명부와 4.3진상조사를 통해 군법회의 사실이 확인됐고, 생존자 진술을 통해 당시 구속과 재판의 위법성이 인정돼 재심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5일 심문 기일에서도 재심 개시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변호인측은 증인신문을 활용해 군법재판의 부당성을 입증하게 된다.
 
검찰은 이에 맞서 당시 재판 기록을 찾아 대응해야 한다. 현재 검찰이 국방부와 행정자치부 등을 통해 4.3 군법재판에 대한 추가 자료를 확보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소송을 돕고 있는 제주4,3도민연대 관계자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가슴에 묻고 살아온 한을 풀기위해 재심 청구에 나선 것”이라며 “재심 개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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