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문화 주무부서까지 바꿔놓은 '이유'...도백 '정치력' 흔들

산남과 산북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야심차게 서귀포시로 옮긴 문화관광스포츠국의 주무부서인 문화예술과가 다시 본청으로 되돌아 왔다. 불과 이틀만이다.

그 것도 모자라 문화예술과내 문화산업계 대신에 종교업무를 전담하는 '종무계'가 갑자기 신설된 것에 대해서도 많은 도민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이쯤되면 이는 단지 문화예술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다. 대체 도청 안팎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문화산업계→종무계로 둔갑....특정 종교계 압력?...달래기?

알음알음 퍼졌듯이 문화예술과의 컴백 뒤에 특정 종교계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인들 사이에서는 파다한 사실이다.

문제는 특정 종교계가 정치적 고비때마다 일정 정도 영향력을 행사해 오면서 점점 '정치적 세'를 키워왔다는 점이다.

문화예술과가 산남에서 산북으로 다시 돌아오기 전, 김태환 지사는 모 종교계 인사를 직접 찾았다. 하지만 소득(?)은 시원치 않았다. 김 지사는 "문화예술과라도 다시 되돌려놓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 인사는 이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전체를 돌려놔라"고 요구했다.

결국 주무부서내 문화산업계까지 없애고 종무계까지 신설했지만 '여기서 멈추진 않을 것'이란 위기감 또한 도청 내에서는 팽배하다. 애초 요구가 단지 문화예술과 이전에만 그치지 않았을 것이란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현재 이 종교계는 '문화관광스포츠국' 산북 이전을 꾸준히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도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지난 29일 이틀만에 산남에서 산북으로 돌아온 문화예술과.

특정 종교계, 문화예술계 전체 숙원사업과 맞바꾸다..."논공행상' 차원이냐?

문화재, 문화예술, 문화정책 3개의 계로 운영되던 문화예술과는 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문화재계가 별도의 부서로 확대 개편됐고, 수년째 제기된 '문화산업계' 신설 문제를 끝내 기구개편에 포함한 것은 문화예술인의 오랜 숙원사업에 따른 것이다. 

이는 여태껏 미뤄왔던 '더 늦기 전에 문화를 상품으로 팔아야 한다'는 절박감과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만큼 기존의 문화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그러한 문화산업계를 순식간에 종무계로 둔갑시킨 것에 대해 문화예술인 사이에서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바꿀 것을 바꿔야지...."라는 입장이다.

도내 문화예술인들은 "어떤 이유였든 종교계를 달래려고 문화산업 부서를 없애는 것은 누가봐도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만약 필요에 의해 종무계가 만들어졌다면 특별자치도 준비과정에서 신설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도정의 원칙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한 문화예술인은 "한마디로 도지사가 특정 종교계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사실밖에는 더 되느냐"며 "결국 이는 지난 5.31선거에서 특정 종교에 대한 논공행상 차원에서 해 준  '눈치 행정'의 한 증거일 수 밖에 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심지어 "도정이 일부 종교계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문화관련 부서 이전 요청...왜그랬을까?

그러면 특정 종교계가  왜 그토록 문화 관련 부서 이전에 매달렸을까?

먼저 수년째 진행되고 있는 수백억대의 사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도지사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한 입장이라는 점이다. 업무 절차상 행정과 접촉할 일이 많은데 산남 이전은 아무래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순수한 의도도 전혀 무시할 순 없다.

모든 관련 인프라와 시설이 제주시에 집중됐는데 산남으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그 것이다. 실제 모 종교단체장은 주요 부서가 산남으로 가는 것은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눈치(?)보는 도지사....뭐가 두려운가?

하지만 사태의 문제는 정작 원칙없는 도지사에 있다.
도민과의 약속을 뒤집을 만큼 특정 종교계의 '입김'에 의해 이미 옮겨간 부서가 다시 돌아오고 심지어 이를 달래기(?) 위한 '특별부서'가 생긴다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도백이 특정 종교계에 '쩔쩔매는' 모양으로 비춰지는 것도 문제지만, 여전히 '표심'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보이는 것도  볼썽사납다.

종교계의 한 인사가 "스스로도 부끄럽다"고 말할 정도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돼도 잘못된 일이다.

이미 도지사와 서귀포 시장을 질타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도백의 '정치력'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이미 건너 간 '문화관광스포츠국'...다시 돌아오긴 힘들어

사실 문화관광스포츠국 자체가 제주시로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서귀포시민을 비롯한 산남지역민들의 민심도 말이 아니다.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차라리 사무실을 이전하기 전에 그러한 요구가 나왔으면 모를까 조직개편이 다 끝난마당에 부서를 이전까지 하는 것은 결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차라리 도지사와 종교계가 사전에 절충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흘만에 이전한 것은 어쨌든 큰 흠결로 남을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한 도민은 "도민의 공감에 의해 결정된 사안도 결국은 이해단체가 압박하면 순식간에 아무런 해명도 없이 바꿀수 있다는 것 아니냐"며 "도민의 입장과 산남 주민의 염원은 온게간데 없이 지역의 문화발전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사안을 일부의 독단에 결정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지난 5일 특별자치도 출범 후 첫 직원 종례조회에서 "당혹스럽다"는 표현을 쓰며 공무원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 양김진웅 기자

이날 도백은, 공자가 말한 국가를 통치하는 3가지 요소인 신뢰, 병력, 재정을 거론하며 "도민들로부터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도민들에 대한 신뢰 쌓기를 역설했다.

문화예술과가 되돌아온지 채 1주일이 돼지 않은 날이었다.

만약 액면대로라면 도지사는 이미 도민과의  '신뢰'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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