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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20일 람정엔터테인먼트(주)가 신청한 '랜딩카지노 영업장 소재지 및 면적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초점] 제주도, 의회․시민사회 우려 깡그리 무시…“부대조건 이행 안해도 제재수단 없어”

‘청정의 섬’ 제주가 ‘도박 공화국’으로 전락할 거라는 도민사회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제주도가 기존 외국인 전용카지노 영업권을 인수한 뒤 영업장 면적을 7배 정도 늘리려는 랜딩카지노 영업장 면적변경(확대)을 허가해주면서다.

도내에서 영업 중인 나머지 7개 외국인카지노가 비슷한 방법으로 대형화를 추진할 경우 현재로서는 막을 방도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제주도의 결정은 ‘제주=도박 공화국’으로 가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결국 제주도가 시민사회․도의회의 제도개선 주문까지 깡그리 무시하며 100억원에 제주신화역사공원 심장부에 대형카지노를 내준 셈이 됐다.

제주도는 20일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가 제출한 ‘랜딩카지노 영업장 소재지 및 면적변경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제주도의회가 제35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랜딩카지노업 영업장소의 면적 변경허가 신청에 다른 의견 제시의 건’을 의결한 지 일주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결정이다.

변경허가 내역은 현재 서귀포시 하얏트리젠시제주에서 운영 중인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제주신화월드 호텔&리조트로 이전하고, 영업장 면적을 기존 803.3㎡에서 5581.27㎡로 7배 가량 확대하는 내용이다.

랜딩카지노는 이와 함께 테이블을 기존 5종 29대에서 5종 155대로, 전자게임과 전자테이블게임(ETG) 등 2종 239대를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는 도내 8개 외국인카지노 중 가장 큰 규모이자, 전국적으로는 인천파라다이스 카지노(8726㎡)에 이은 두번째 규모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커다란 날개까지 달아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양기철 제주도 관광국장은 “제출된 사업계획서에 대해서는 신규허가에 준해 적정성 검토를 했다”며 “카지노업감독위원회 의견수렴, 사행산업 영향평가 의뢰, 도의회 의견청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변경허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변경허가 처분을 내리면서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가(주)가 제출한 카지노사업계획서 및 제주도의회가 제시한 의견에 대한 추진계획의 성실한 이행을 부대조건으로 제시했다. 카지노사업계획에는 가칭 제주발전기금 100억원 출연 등 지역사회 공헌 계획이 포함됐다.

그렇다고 이 같은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제재수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자의 제안을 ‘믿고’, 카지노 면적을 종전보다 7배 늘리는 확대․이전 계획을 덜컥 승인해 준 것이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제주도는 △카지노 사업자에 대한 5년 단위 적격성 심사제 또는 갱신허가제 도입 △카지노업 양도․양수 / 분할 및 합병 / 최대주주 사전 허가제 △카지노업 변경허가 제한 규정 마련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지만,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실제 관련법 개정 및 제도개선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양기철 관광국장은 “현재로서는 사업계획을 불이행하더라도 취소 권한은 없다. 관련 규정을 담은 법률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라며 “(문재인) 정부도 제도개선에 적극적인 만큼 국회통과 가능성은 예전에 비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도정비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경허가를 내주면서 유사한 방식으로 카지노 대형화를 추진할 경우 현재로서는 막을 도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은 카지노 허가와 관련해 지금까지 “세계적인 수준의 관리감독 체계가 구축되기 전까지 신규 허가는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때문에 도내에 진출한 외국자본, 특히 중국계 자본들은 기존 카지노를 인수한 뒤 이전(변경허가)을 통해 대형화하는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이번 랜딩카지노의 제주신화월드로의 이전이 1호인 셈. 드림타워와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오라관광단지 등도 카지노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 같은 도민사회의 우려에 대해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기철 관광국장은 “투자자(람정개발)가 2조원 가까이 투자했고, 현행법상 요건을 갖춰 신청한 사항이다. 관련법령이 미비하다고 (변경허가를) 반려하면 쟁송시 대응할 수 없다”며 “그래서 건전하고 투명한 카지노 운영을 위한 제도정비 및 관리시스템 구축을 병행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변경허가 들어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거부할 수 없다. 제도개선을 최대한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신규허가가 아닌 기존 카지노 인후 후 면적확대라는 우회로를 택할 경우 막을 방도가 없다고 실토한 것이나 다름 없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제주의 신화와 역사를 콘텐츠로 제주의 고유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겠다던 제주신화역사공원이 JDC의 땅장사로 정체불명의 신화월드가 됐고, 거기에 대규모 카지노까지 자리잡게 됐다”며 “제주를 도박의섬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원희룡 도정에 대해서는 도민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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