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립박물관 유물정리를 위해 파견된 최미연·조현숙·김화미 연구원
▲ 제주민속사박물관(관장 민성기)에서 유물 보존을 위한 처리를 하는 조현숙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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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라고 안내된 곳은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에 오래 전 상가에서 썼음직한 진열장이 놓여져 있었다. 그나마 진열장 속의 유물들은 가지런히 정리가 된 것이 사람 손이 정성스레 닿은 흔적은 역력했다. 그러나 진열장 속에 들여 놓을 수 없는 병풍 등은 한쪽 구석 좁은 틈새에 힘겹게 자리잡고 있었다.
▲ 민성기 관장(오른쪽)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민속유물 수호천사들. 왼쪽부터 조현숙, 김화미, 최미연 연구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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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속사박물관은 1인 박물관이다. 관장 혼자 유물 수집 부터 전시까지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제주민속사박물관 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립박물관들이 처해있는 형편이다. 제주민속사박물관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파견된 유물정리 전문가 최미연·조현숙·김화미·양웅렬 연구원이 찾은 것은 지난 5월 초. 이들이 제주자연사박물관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것은 바퀴벌레 등 해충들을 잡는 것이었다고 한다.
직접 낳은 자식보다 아끼긴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유물관리를 다 할 수도 없거니와 노인에게는 너무도 벅차기만 한 일이다. 사무실 등으로 사용할 곳에는 선풍기조차 없었다. 이미 작년 온양민속박물관, 밀양미리벌, 광명 충현박물관 등을 경험한 4인방이지만 제주의 상황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보통 2개월에서 3개월 가량 사립박물관에 상주하면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발한 유물관리 시스템에 준해 유물을 정리하게 되는 이들은 우선 유물들을 심각한 오염이나 훼손 위험을 피하도록 정돈을 한다. 그 과정에서 목재나 금속 유물들은 단순한 방법으로 외부의 오염을 제거하지만, 그 외 의류 등의 유물은 특수한 청소기로 조심스럽게 세정작업을 한다.
▲ 기본 처리를 마친 유물은 직접 촬영을 해 다음 단계인 유물 코드화 작업으로 넘어간다. 사진촬영 중인 최미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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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마다 짐을 꾸려야 하는 이들의 삶은 대단히 고단하다. 짐도 만만치 않다. 공식업무를 위한 사무집기 일체를 모두 들고 다녀야 하는데다가 개인 짐까지 일년에 서너 번 꾸리기에는 만만치 않은 짐들이다. 그나마 내륙에서 근무할 때에는 마음 편히 집을 찾을 수 있지만, 제주도의 경우에는 겨우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족들을 만나는 등 그야말로 게릴라의 삶을 살고 있다.
"오래 전부터 유물 만지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매일 매일 유물을 만지고 사니까 정말 행복해요"라고 고생스럽지 않냐는 말에 최미연 연구원은 대답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민속박물관에 근무하고 싶었어요" 이 팀의 막내 김화미 연구원의 대답이고, "내 몸보다 유물이 훨씬 더 중요해요. 세상이 매기는 유물의 가치가 어떻든 상관없이 유물은 그 자체로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하죠" 조현숙 연구원의 말이다.
팀의 청일점 양웅렬 연구원은 마침 첫 아이 출산으로 서울로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말이 연구원이지 이들이 하는 일은 박물관의 모든 허드렛일을 모두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 박물관 사정을 알고, 또 유물과 박물관에 대한 애정 때문에 스스로 하는 일들이다.
▲ 대문도 없는 제주민속사박물관에서 퇴근하는 국립민속박물관 유물정리연구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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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들 연구원은 업무가 없는 주말에는 해당 지역 유적을 찾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유물정리 연구원들이 말하는 어려움은 오히려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박물관의 딱한 사정들이다. 또한,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전반적인 유물들의 보존처리까지 지원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정리는 되도 열악한 사립박물관 형편에 지금까지도 계속 훼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인 박물관의 관장이 외출이라도 하게 되면 졸지에 박물관 입장 관리까지도 자연스럽게 이들 몫이 되고는 한다. 제주민속사박물관에서의 3개월이 지나면 제주의 또 다른 사립박물관인 평화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될 이들의 방문은 사립박물관 입장에서는 천사나 다름없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벌레들과 싸우는 민속사 유물 수호천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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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기사제휴 협약에 의해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