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학살 참상 통해 평화·공존 제주에 비쳐줄 거장의 숨결
전쟁·학살 참상 통해 평화·공존 제주에 비쳐줄 거장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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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이 올해로 70주년을 맞는다. 70이란 숫자에는 생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흡사 마지노선의 감정이 스며있다. 사람은 언젠가 모두 떠나가지만 예술은 세대가 이어지는 한 영원하다. 제노사이드의 역사였던 4.3에 대한 진상규명과 기억의 복원에 집중된 ‘기억투쟁’에 있어서 예술이 중요한 이유다. <제주의소리>는 창간 14주년과 4.3 70주년을 맞아 주목할 만 한 4.3 미술행사를 <4.3과 미술>로 엮어 소개한다. [편집자 글]

[4.3 70 특집-4.3과 미술] (4) 우웨이산 조소 작품 <가파인망>

제1·2차 세계대전, 냉전 등을 겪으면서 인류는 전쟁과 학살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오늘 날 이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시리아·팔레스타인,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평화, 평화헌법 개정 같은 일본 우경화 반대, 그리고 제주4.3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화해·상생 등 언뜻 보면 각기 다른 사안이지만, 모든 비민주적 국가폭력에 반대하는 측면에서 일맥상통한다.

온 제주섬을 핏빛으로 물들인지 70년이 되는 올해, 4.3의 메시지를 강렬하면서 무게감 있게 투영해줄 작품이 제주에 생긴다. 중국 조소계가 배출한 세계적 거장, 우웨이산(吳爲山, 57) 국립 중국미술관장의 <가파인망(家破人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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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웨이산의 작품 <가파인망>.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제주도립미술관이 주도해 제주에 들여올 <가파인망>은 중국 난징대학살의 참상을 표현한 조소 작품이다. 작품 이름은 ‘가정은 파괴되고 사람은 죽어간다’는 뜻이다. 높이 11.5m, 브론즈 재질로 현재 난징대학살기념관 앞에 설치돼 있다. 제주에는 작가가 동일한 작품을 새로 제작해 들여올 예정이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난징을 점령하면서 일으킨 사건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일본군 위안부(성노예)와 731부대 생체실험, 보스니아 내전 등과 함께 유래 없는 대학살에 속한다. 난징 사건 당시 일본군은 중국인 30만명 가량을 무참히 도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벌어졌던 참상은 말과 글로 차마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갓난아기를 공중으로 던져 찔러 죽이기, 100명의 목을 누가 더 빨리 베는지 시합하기 같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강간, 약탈도 엄청난 규모로 자행됐다.

<가파인망>은 인류 역사에 남을 이러한 전쟁 범죄와 무수한 희생자들의 원혼을 고스란히 담아 완성됐다. 작품은 죽은 자식을 안고 통곡하는 어머니의 형상으로 묘사한다. 11m가 넘는 높이, 작품이 담고 있는 역사적 의미까지 더해져 관객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는다. 우웨이산의 대표작으로 <가파인망>이 손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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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웨이산의 작품 <가파인망>.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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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웨이산의 작품 <가파인망>이 난징대학살기념관에 세워진 모습. 11m가 넘는 작품 높이를 실감케 한다. 사진=박경훈.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작품 모습은 1947년 제주 3.1절 기념대회에서 경찰이 쏜 총에 쓰러진 박재옥 씨를 그린 강요배의 <피살>, 1949년 1월 북촌국립학교에서 군인들의 총에 숨진 어머니와 그 어머니에 붙어있는 아이를 그린 강요배의 <젖먹이>를 떠올리게 한다. 두 살 어린 아이를 품고 있는 4.3평화공원의 <모녀상>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가파인망>이 제주에 오기까지는 제주도립미술관의 각별한 노력이 뒤따랐다. 앞서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지난해 제주에 소개할 예정이었지만 사드 사태로 인해 늦춰졌다. 그 뒤에도 꾸준히 작가와 접촉을 이어가면서 결국 전시를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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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요배의 작품 피살, 56.0×76.0cm, 종이·콩테, 1991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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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요배의 작품 <젖먹이>, 캔버스에 아크릴릭, 160x130cm, 2007. 사진=제주4.3미술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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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평화공원에 세워진 작품 <모녀상>. 사진=오마이뉴스.

무엇보다 잠시 선보이는 임대 형태가 아닌, 작가가 새로 만든 동일한 작품을 영구적으로 설치한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 하다. 작품 금액은 본래 70억원에 달하지만 제주와 난징이 공유하는 수난의 역사, 앞으로 지켜내야 할 평화의 가치 등을 미술관이 꾸준히 강조한 끝에, 10분의 1 수준 금액으로 작품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기 도립미술관장은 "금액도 파격적이지만 <가파인망>처럼 난징대학살기념관에 세워진 <피난> 작품 2점도 함께 제주도에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며 "작가는 난징 폭격에 투입된 전투기가 오르내린 제주 알뜨르비행장 역사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향후 이곳을 평화적으로 사용하자는 뜻에서 작품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웨이산의 <피난> 역시 난징대학살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작품에 어른과 아이를 함께 등장시켜 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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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웨이산의 작품 <피난>.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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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웨이산의 작품 <피난>.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가파인망>의 작가 우웨이산은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손꼽는데 무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는 작가다. 국립 중국미술관 관장, 중국예술원 부주석, 중국조소원 원장, 중국예술연구원 미술연구소 소장, 난징대학교 교수 같은 굵직한 자리를 맡고 있다. 특히 한국 장관에 해당하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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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웨이산 작가.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동양인 최초로 영국왕실조소가협회(FRBS) 회원에 가입했고, 2012년 프랑스 루브르국제미술전 금상을 수상하는 등 서구권에서도 우웨이산의 명성은 널리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2009년 인제대학교가 우웨이산 조소공원을 만들었고,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동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2014년 포항시립미술관은 우웨이산 특별전을 개최한 바 있다.

<가파인망>은 3월 31일부터 시작하는 도립미술관의 4.3 70주년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에서 처음 선보인다. 전시 기간 동안 미술관에서 설치하고, 이후로는 알뜨르비행장에 세워질 것이 유력해 보인다. 

2014년 포항시립미술관 근무 당시 우웨이산 특별전을 열었던 장정열 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은 "우웨이산 작품은 인물의 겉모습 보다 정신, 본질에 주목해 표현한다. 4.3이 벌어진 제주에 난징대학살을 그린 <가파인망>이 오는 건 두 역사가 하나의 흐름으로서 이어진다는 중요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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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3
그래서 얼마 준거야 2018-03-09 14:02:17
10분의 1. 70억. 그럼 7 억. 아무리 위대한 작가라도 제주에 맞는 걸 들여와야지 제주작가는 그런 돈 언제 받아보나 에라이
1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