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집단 ‘예담길’은 예술을 이야기하며 길을 걷는 문학인들의 모임입니다. 김광렬(시인), 김대용(번역가), 김병택(시인·비평가), 김석희(소설가·번역가), 김희숙(무용가), 나기철(시인), 문무병(시인·민속학자), 양원홍(시인), 장일홍(극작가·소설가)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예담길이 찾아가는 ‘제주도내 맛집’을 월 1~2회 연재합니다. 이 맛집 기행은 한 사람이 맛집을 소개하던 종래의 방식에서 벗어나, 예담길 멤버들이 함께 참여하되 1인이 집필하는 ‘다자참여-대표집필’의 형식으로 쓰여집니다. 이러한 방식은 한 개인의 기호나 취향 등 주관적 판단에 맡기지 않고 여러 사람이 평가에 참여하므로 보다 객관적이고 타당성·공정성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맛집의 주 메뉴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며, 평가 기준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예담길 멤버들이 각자의 별점(★)을 부여함으로써 ‘제주의 미슐랭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작가집단 예담길의 맛집기행] (1) 제주시 외도동 횟집 ‘사방팔방’

‘예담길의 맛집기행’을 시작하면서 첫 번째 맛집으로 택한 곳은 제주시 외도동에 있는 ‘사방팔방’이다. 내가 이 횟집을 처음 만난 것은 꽤 오래전, 이곳이 연동 어느 뒷골목에 있을 때였다. 맛도 일종의 기억이라서, 좋은 맛이든 나쁜 맛이든 한번 각인되면 좀처럼 잊기 어렵다. 그래서 좋은 맛에 걸리면 단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도 단골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두어 달에 한번은 들르곤 했다. 그러다가 식당이 없어져 아쉬웠는데, 외도동으로 이사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참 반가웠다. 내가 만나는 모임도 종종 이곳에서 회식을 가졌고, 육지에서 친지가 찾아오면 이곳으로 데려가 맛을 대접하기도 한다.

이 집의 메뉴는 단순하다. 삼치회·고등어회·모둠회까지 달랑 이 세 가지뿐이다(각기 대·중·소로 나뉘어 있다). 모둠회에는 광어·황돔·방어 따위가 철에 따라 추가된다. 삼치회든 고등어회든, 먹는 방식은 다른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른 김에 깨소금 밥을 약간 깔고 그 위에 양념장 적신 회를 한두 점 올리고, 잘 익은 파김치를 얹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함께 나온 깻잎지에 싸서 먹기도 한다. 이 집에서는 회가 차가운 옥돌판 위에 나오기 때문에 마지막 한 점까지 그 싱싱함이 그대로 유지된다. 쓰끼다시(곁들이 안주)도 구성이 알차고 푸짐해, 그 하나하나가 입맛을 자극하면서 달래준다. 곁들이 안주 때문에 이 집에 간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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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외도동 횟집 '사방팔방'의 모둠회. 사진=예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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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외도동 횟집 '사방팔방'의 모둠회. 사진=예담길.

제주시내에 고등어횟집은 널려 있다. 삼치횟집도 여러 곳이다. 그래도 내가 이 집을 즐겨 찾는 이유는, 그 싱싱한 맛은 기본이고, 이른바 ‘가성비’가 높기 때문이다. 가격에 비해 맛이 좋다는 얘기인데, 비싸서 고급이거나 싸서 비지떡인 거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니 따로 내세울 것도 없다. 그러나 ‘이 가격에 이 맛이라니!’ 감탄을 자아내는 맛은 감동마저 준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이 집에는 충성파 고객이 많다. 연동에 있을 때 찾던 손님들이 외도까지 수고를 마다않고 찾아간다. 그 감동을 즐기고 싶어서 찾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신제주에서 20년 영업했고, 2015년 봄에 외도로 옮겼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머니와 아들의 콤비플레이가 이 맛집의 비결이다. 아들은 주방에서 회를 뜨고 어머니는 홀에서 상을 차린다. 그렇게 빚어낸 맛에서 ‘사방팔방’의 매력이 나오는 것이다.

제주은행 외도지점 옆 골목에 있다. 오후 4시 30분에 문을 열고, 둘째 넷째 일요일에 쉰다. 가격은 중(中) 메뉴가 고등어회 6만원, 모둠회 7만원. 미리 예약하고 가는 게 좋다(전화: 064-743-4080). <대표집필: 김석희>

※ 예담길 멤버들의 촌평과 별점

•고소하고 짭조름한 바다냄새가 혀끝에 스며 번지는 감미로운 시간/ ★★★☆(김광렬)
•살아 숨쉬는 청정 제주 바다의 숨결을 맛보다/ ★★★(김대용)
•입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다양한 빛깔의 모둠회 맛/ ★★★★(김병택)
•돌 위에 놓여진, 쫄깃쫄깃 입안을 녹이는 모둠회의 맛/ ★★★☆(나기철)
•사방팔방으로 멜 들어오난 맛도 좋아라/ ★★★★(문무병)
•싱싱한 고등어 한 점에 잘 익은 파김치가 곁들여진 오래된 맛/ ★★★(양원홍)
•각종 해산물을 오밀조밀 차려놓은 맛의 백화점/ ★★★(장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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