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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 제주 정착한 재일제주인 2세 김창생 에세이 《제주도의 흙이 된다는 것》

재일제주인 2세 김창생(68) 작가의 신간 에세이집 《제주도의 흙이 된다는 것》(전망) 제목은 본인의 솔직한 심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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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생 작가. 제공=전망. ⓒ제주의소리
일본 오사카에서 나고 자랐지만 2010년 60세가 되자 부모님 고향 제주에 정착하기 시작해 지금껏 ‘도민’으로 살고 있다. 나아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도민으로 남아있을 작가는 제주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이번 책 속에 담았다. 부모님 고향에 살고있는 재일(在日)이라는 독특함은 일상마저 흥미롭겠지만, 작가는 일상에 머무르지 않고 제주의 역사와 인물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녹여냈다.

긴 세월이 지난 후 조상의 묘소에 가 참배하는 마음, 제주의 바람이 된 사진작가 김영갑, 제주4.3에 관한 현기영의 소설들, 연극 공연을 위해 조상의 고향인 제주에 방문하려 했지만 임시 패스포트 발급이 무산돼 오지 못한 김철의 씨의 이야기, 주강현의 《제주도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제주인 억압의 역사, 제2의 하와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렬하게 저항하다 분신한 양용찬 열사 이야기, 제주 해녀에 관한 영화 <물숨>, 그리고 강정 이야기까지...그녀의 머리, 마음을 거쳐 활자로 정리된 내용들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여기에 영화 작품과 함께 살펴본 노근리·일본군 위안부·소녀상 이야기, 민족을 달리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부분까지 고민하고 윤리적인 책임까지도 짊어질 수 있는지를 삶과 글로서 실천한 고바야시 마사루의 에세이에 관한 논평도 함께 실었다.

출판사는 “많은 테마를 다루고 있지만, 특히 이 책의 가장 심층에는 4.3에 관한 사유가 주조저음(主調低音)으로 깔려있다”고 소개한다. 저자 역시 “제주 곳곳에서 배어 나오는 4.3에 대해, 재일(在日)인 내가 알 수 있었던 것, 배운 것, 느낀 것을 독자인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바람이 일었다”고 강조한다.

김창생의 이 책은 낯선 곳에 좌충우돌하며 적응하는 정착기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의미를 생산하는, 여전히 진행 중인 여행기로 읽힌다. 
- 이재봉(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부모님의 고향땅, 일본으로 건너간 뒤 죽을 때까지 돌아올 수 없었던 고향. 이는 평생의 그리움을 가슴에 묻어둔 채로 일본 땅에서 살아간 재일 1세들의 통한의 삶으로 번진다. 그것은 2세, 3세…에게로 전해진다. 저자에게로 스며들어온 그 흔적은 다시 제주로, 한국전쟁으로, 4.3으로, 강정으로 번져간다. 따라서 제주도를 살아가는 일은 지금 여기에 발을 디딘 채로 끊임없이 과거와 마주해야하는 고통을 동반한다.
- 역자 양순주(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

자연 풍광·여행에 초점을 맞춘 흔한 제주 예찬기와 달리, 한 개인과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또 다른 제주 사랑을 느끼게 해줄 책이다. 원저 《제주도에 살면(濟州道で暮らせば)》(신칸샤, 2017)은 지난해 3월 일본에서 발매됐다. 한국에서는 4.3 70주년에 맞춰 4월 3일 나온다.

저자는 1951년 오사카의 이카이노(猪飼野)에서 열한 번째 막내 딸로 태어났다. 일 년의 여공생활 후에 오사카 조선고교에 편입했다. 본명을 되찾고 처음으로 조국의 언어와 역사를 배워가며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아갔다. 쓴 책으로 《나의 이카이노》, 《붉은 열매-김창생 작품집》, 《이카이노발 코리안 가루타》, 《재일문학전집 10권》(수록) 등이 있다. 옮긴 책은 《제주도 4.3사건 제6권》 등이 있다. 

264쪽, 1만4000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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