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이도2지구 개발지…졸속 조사에 '주먹구구' 우려
12일 현장보고, 문화유적 지도위원 4명 중 단 1명만 참석

▲ 제주시 이도2지구 제2공구 시굴조사 현장. 감독인력없이 인부 4명이 트레칭 작업을 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실시되는 개발사업부지내에 문화유적 시굴조사가 조사 면적에 비해 조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졸속 추진이 우려된다.

더욱이 시굴조사 자문을 맡은 문화유적 자문위원 대부분이 현장보고회에도 참석하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방대한 사업지내에 문화유적 추정지에 대한 관리. 감독 소홀도 제기되고 있다.

지표조사에서는 백자편 및 분청사기편 등 확인...시굴조사에서는 '유물, 유적이 전혀 없어'

제주시는 이도2지구도시개발사업지구내 유적 발굴조사와 관련, 지난 6월 문화재청으로부터 발굴조사기관을 (재)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재)호남문화재연구원으로 변경 승인을 받아 발굴조사를 발주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01년 5월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가 이도2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따른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 선사 및 역사시대 유물이 매장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보고 결과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

당시 지표조사 결과 밭이나 과수원으로 이용되던 지역에서 백자편, 분청사기편, 기와편 등과 함께 5기의 추정지석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추정 지석묘 2, 3 일대에는 적갈색토기편이 확인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에따라 (재)호남문화재연구원은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19일까지 해당 개발사업구간내에서 문화유적 시굴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 12일 열린 문화유적 지도위원 현장 보고회의에서는 문화유적 관련 전문가보다 관계공무원과 공사사업자가 더 많았다.

"현장 조사인력 1명 당 6000여평 면적 맡는 꼴?"

그런데 조사단 인력이 (재)호남문화재연구원장을 포함해 단 5명. 현장조사 인력은 불과 4명에 그치고 있다.

해당 사업지역이 총 28만평(제1지구 10만 8000평, 제2지구 17만 7000평)으로 방대한데다 문화지역 조사지역만 하더라도 2만2000여평에 달해  단 4명 인력이 담당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12일 현장에서 열린 문화유적 전문위원들로 구성된 지도위원  보고회의에서 조차 4명의 위원 가운데 단 1명만이 참가하는 등 졸속 보고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예정된 지도위원 가운데 참석하지 않은 문화유적 지도위원은 이청규, 최병현(현 한국고고학회장) 중앙문화재 위원과 윤덕향 호남문화재연구원 원장이다. 참석한 지도위원으로는 구일회 국립제주박물관장이 유일했으며, 장제근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사가 참관을 위해 함께 현장을 찾았다.

문화유적 시굴조사 지도위원은 조사기관에서 판단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 전문가적 식견으로 자문역할을 하고 문화재청에 정확하게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을 맡고 있다.

▲ 1공구 구역에서 발견된 추정지석묘. 이날 현장에서는 관련 전문가들이 부족한 때문인지 선사유적에 대해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조사기관 "추정지석묘 3기만 확인...그 밖에 유구 및 유물 확인되지 않아"

현재 호남문화재연구원은 1공구에 대한 조사를 거의 마치고 2공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제1공구에서는 지석묘로 추정되는 유물 3기를 확인했을 뿐 그 밖의 유구나 유물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날 현장 지도위원 회의에서는 자문인력이 1공구 제3구역에 있는 추정지석묘에 대해서는 섣불리 선사시대 유물에 대한 판정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내 문화재 전문가는 "아무리 발굴조사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몇 명이 수만 평에 이른 면적을 조사하는 것은 무리"라며 "지도위원은 해당 시대의 유적을 확인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는데 참석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공사현장사무소에서 열린 문화유적 시굴조사 지도위원 회의.

구일회 지도위원 "시굴조사..좀 더 보강하라"...당초 지표조사보고서와도 '간극' 커

특히 당초 지표조사보고서에서는 유물 출토 가능성이 높게 제시됐는데도 이번 시굴조사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아 좀 더 심도높은 시굴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구일회 지도위원은 '시굴을 위한 트렌치의 확대' 등 몇가지 보완책을 지시하고, 추정 지석묘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호남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지도위원이라는게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며 "문화재 관련 인사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외 제주국립박물관 관계자 2명이 현장에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문화유적 지도위원 회의가 단 한 번에 그칠 예정이서 이도2지구 사업지내에 문화재 관련 조사는 아무런 소득없이 마무리될 공산이 큰 실정이다.

조사기관 관계자는 "지표조사상에는 유물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지만 정작 시굴 결과에서는 매장 문화재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는 시굴조사 결과에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호암문화재연구원 "시굴조사 인력은 문화재청에서 허가를 득한 상황"

(재)호암문화재연구원 이영덕 조사과장(책임조사원)은 "앞으로 중요한 문화재가 나오면 모르겠지만 지도위원 회의를 조사일정을 감안할 때 이번으로 끝낼 생각"이라며 "문화유적 시굴조사 인력은 문화재청에 허가를 득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제주시 문화예술과는 "시굴조사에서 별다른 문화재가 나왔다면 많은 지도위원들이 필요하지만 특별하게 나온 게 없는 상황이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 12일 열린 문화유적 지도위원 회의에는 예정된 4명 문화재 전문가 가운데 단 1명만이 참석했다..

▲ 제1공구에서 발견된 추정 지석묘. 문화유적 가능성이 낮아보이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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