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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철의 작품 <토우>. 제공=백운철. ⓒ제주의소리

백운철 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장, 세 번째 사진집 《토우》 발간

눈을 감고 있어도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듯 오묘한 미소. 보이지 않는 깨우침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한 정좌, 내 몸을 내어줄 듯 사랑 가득히 서로를 품은 포옹. 비록 작은 흙 인형이지만 보는 이의 가슴 깊은 감정을 흔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런 토우(土偶)를 한 평생 빚어온 백운철 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장(전 탐라목석원장)이 세 번째 토우 사진집 《토우-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오백나한)을 중심으로》(도서출판 디자인이야기)를 펴냈다.

세 번째 사진집이 1989년 1집, 2000년 2집에 이어 실로 오랜만에 등장한 건 백 단장의 행보와 맞물린다. 그는 돌문화공원의 시작을 알린 고 신철주 북제주군수와의 협약(1999년)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오로지 돌문화공원 완성에 매달렸다. 38년동안 운영해온 탐라목석원도 2009년에 문을 닫았다. 덕분에 흙을 직접 만져본지도 꽤나 오래됐다.

이번 사진집은 본인이 모든 출판 작업을 담당했던 1·2집과 달리 전문 사진작가 오권준 씨가 촬영을 맡았다. 지금은 사라진 탐라목석원 운포헌 토우 야외전시장 일대에 가득했던 토우를 오 씨가 촬영했고, 시간이 흘러 기회가 닿아 빛을 보게 됐다.

18년 만에 나온 토우 사진집은 특별히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이란 주제를 품고 있다. 백 단장은 소개 글에서 “설문대할망은 가뭄으로 굶어 죽어가는 자식들(섬주민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져 구휼식이 되신 분”이라며 “설문대할망 신화는 단군신화보다 더 오랜 신화로 불린다. 건국의 바탕이 되는 이념은 무엇일까. 인류애다. 필자가 구상 중인 설문대할망 상징탑을 ‘인류평화의 탑’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필자는 도록에 수록된 토우들의 얼굴에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고 자문하는, 사유하는 존재의 표정을 읽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이제와보니 토우를 구웠던 탐라목석원 가마 이름이 '설문대'였다는 것도 무척 인상적이다.

백 단장의 손에 의해 형체를 부여받은 설문대할망과 자녀 오백장군은 제각각 다른 모양이지만, 주로 정좌하거나 껴안거나 홀로 있는 모양이다. 인자한 눈매, 아무 감정 없는 듯 무심하지만 인자함이 느껴지는 입모양은 토우만의 매력이다. 이에 대해 백 단장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토우 모양은 결국 사랑을 나누고 생명을 출산하고 다시 혼자가 되는 ‘생로병사’ 인생 여정을 그린다”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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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철의 작품 <토우>. 제공=백운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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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철의 작품 <토우>. 제공=백운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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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철의 작품 <토우>. 제공=백운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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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철의 작품 <토우>. 제공=백운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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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철의 작품 <토우>. 제공=백운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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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철의 작품 <토우>. 제공=백운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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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철의 작품 <토우>. 제공=백운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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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철의 작품 <토우>, 사진=백운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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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철의 작품 <토우>. 제공=백운철. ⓒ제주의소리

백 단장은 “돌문화공원 조성 협약 기간이 2년 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동안 혼신을 다해 사업을 마무리 짓고, 남은 생애는 토우를 빚으며 살아가겠다”고 토우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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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철 단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백 단장은 1944년 제주에서 태어나 1969년 서울예술대학 연극연출과를 졸업하고 1971년 탐라목석원을 열었다. 목석원 안에 토우가마 ‘설문대’를 설치한 건 1982년이다.

1994년 제1회 서울예술대학 ‘삶의 빛’상, 2011년 프랑스 초형이상학회 ‘그랑지두이’ 최고상을 수상했다. 그가 제주자연석, 민속자료 등 1만4000여점을 모아 운영해온 탐라목석원은 2001년 프랑스 문화부 문화재관리국에서 발행한 《기념비적인 것(monumental)-테마 정원》에서 1385년부터 2001년까지 조성한 세계 12대 정원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현재는 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168쪽, 5만원. 도서출판 디자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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