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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가 31일 오후 제주시청 정문 앞 도로에서 열렸다. 이날은 백비 퍼포먼스 등으로 제주4.3이 민중항쟁임을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4.3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특별법 개정, 미국 책임 규명 해결해야”

이름 없이 침묵하는 제주4.3 백비가 일어섰다. 국민 힘으로 세운 4.3 백비에 새겨진 이름은 ‘민중항쟁’이다.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기념사업위원회와 민주노총은 31일 오후 3시부터 제주시청 정문 앞에서 ‘4.3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70주년을 맞은 4.3민중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4.3의 명확한 진상규명과 미국 책임 규명, 4.3특별법 개정 등 4.3의 당면 과제를 정부·정치권에 요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범국민대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민주노총은 ‘4.3 70주년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동시에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신산공원에서 ‘4.3 70주년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합류했다.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농민 단체, 4.3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한 도민들까지 더해 시청 앞 도로에는 4000여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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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국내외에서 모인 4000여명이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 송인섭 전국농민회 제주도연맹 의장,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전국연합 회장, 강순희 전국여성농민회 제주도연합회장, 강남규 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장,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 대표, 김효철 사회적협동조합 이어도지역자활센터 이사장, 박찬식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김희정 제주통일청년회장, 박경호 제주청년협동조합 이사장,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이사장, 조동현 일본 도쿄 4.3을 생각하는 모임 대표, 이종형 제주작가회의 대표, 강원보 제2공항 반대 성산읍대책위 집행위원장, 고 이민호군 부모, 강동균 강정마을회 전 회장,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 민중당 김창한 상임공동대표 등 도내외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대회 순서는 4.3희생자유족회원들로 구성된 4.3평화합창단과 함께하는 <잠들지 않는 남도> 제창, 양윤경 회장(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상임대표) 대회사, 4.3 노래를 맛깔나게 불러준 산오락회 공연,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결의발언, 서한문 발표, 백비 세우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행진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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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희생자유족회원들로 구성된 4.3평화합창단이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르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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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오락회의 공연. ⓒ제주의소리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연설, 노래, 그리고 백비 퍼포먼스를 통해 ‘4.3은 민중항쟁’이라고 선언했다.

앞서 열린 4.3 70주년 전국노동자 대회에서도 4.3은 항쟁임을 힘주어 강조했다.

김주업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역사는 계절이 바뀌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하지 않는다. ‘탄압이면 항쟁’이라는 4.3 당시 제주도민들이 보여줬던 저항 정신이야 말로 역사를 발전시키는 정신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 같은 4.3민중항쟁의 정신을 이어받아 적폐 청산과 노동자 투쟁에서 이겨야 한다”며 “70년 전 친일 부역 세력은 이 나라의 독립 세력들을 빨갱이로 몰아서 학살하고 지금까지 지배 세력으로 군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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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70주년 전국노동자 대회에서 내걸린 현수막. ⓒ제주의소리

양윤경 회장은 대회사에서 “70년 전 제주도민들의 외침은 미군정과 이승만의 탄압을 몸으로 막아내는 항쟁이자 하나 된 나라를 만들기 위한 통일 운동이었다. 그런데 국가는 도민들을 상대로 초토화 작전을 벌였다. 30만명 밖에 안되는 인구 가운데 3만명이 무참히 쓸려갔다. 그리고 70년 동안 한을 드러내지 못하고 지금도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4.3의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했다.

양 회장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4.3 문제를 위해 반드시 국회에서 4.3특별법이 개정돼야 한다. 희생자 배보상 문제, 불법 군사재판으로 행방불명된 2500여명 등의 문제를 풀려면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부와 정치권을 움직이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4.3의 모든 일은 미군정을 통해 이뤄졌다. 미국이 사과할 뿐만 아니라 응분의 책임까지 받도록 해야 한다”고 미군의 책임을 정면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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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사를 말하고 있는 양윤경 회장. ⓒ제주의소리

양성주 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 한경례 전국여성농민회 제주도연합 4.3통일위원장은 미국 정부에 대한 공개 서한문을 낭독했다. 4.3학살에 대해 사과하고 진실 규명에 나서라는 내용이다.

서한문에는 “4.3 대학살에 대한 실질적 책임은 미국에 있다. 미군정은 해방 직후 한반도 38선 이남에 존재한 실질적 통치기구였다. 미군정은 제주도를 ‘사상이 불순한 빨갱이 섬’으로 매도해 제주 사람들을 탄압했다”며 4.3 직후 제주지구 미군사령관으로 파견된 브라운 대령과 미군 보고서를 근거로 들었다.

당시 브라운 대령은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미군 보고서에도 1948년 11월부터 제주섬에 대한 국방경비대 9연대의 초토화 작전을 ‘성공적인 작전’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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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부에게 전하는 공개 서한문 낭독.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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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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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문에는 “미군정은 초토화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정찰기를 동원 했을 뿐만 아니라 토벌대의 무기와 장비도 적극 지원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제주 민중을 대량 학살한 책임은 이승만 정부와 미국에게 있다”며 “미국 정부는 4.3 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 4.3 당시 미군정과 미국 군사고문단의 역할에 대한 진상조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2005년 UN 총회에서 채택한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행위와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 행위의 피해자의 구제와 배상에 대한 권리에 관한 기본원칙과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들며 학살 조사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대회의 화룡점정은 백비 세우기 퍼포먼스였다. 무대에 눕혀진 백비 모형 위에 오석훈 전 제주민예총 지회장이 붓을 잡고 올라섰다. 오 전 지회장의 힘 있는 필체가 백비 위에 새겨지는 모습을 참가자들은 숨죽이며 지켜봤다. 

‘4.3 민중항쟁’

국민들이 4.3 백비에 선사한 이름은 민중항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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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비 모형에 올라선 오석훈 전 제주민예총 지회장이 '4.3 민중항쟁'을 쓰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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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럭 위에 세워지는 4.3 백비 모형.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공원에 누워있는 실제 백비를 일으켜 세워 이름 새기고, 책임 규명이 이뤄지는 게 모든 이들의 염원이다. 2m 높이에 흰색으로 칠해진 나무 백비 모형은 4.3이 당당히 이름 찾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다.

참가자들은 4.3 백비 모형과 함께 제주시청에서 관덕정까지 행진하고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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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백비 모형이 인파를 가로지르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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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 행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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