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59) 오징어와 기억력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력이 점점 떨어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신문에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뇌훈련’ 관련 기사가 실리곤 한다. 물론 뇌훈련도 좋지만, 매일 식사에서도 뇌를 훈련할 수 있다. 그 방법은 간단한데, 바로 ‘잘 씹어먹는 것’이다. 잘 씹는 것만으로 기억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식사할 때 지켜야 할 것은 한입 한입을 후딱 넘기지 말고, 천천히 잘 씹어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술 입에 넣고 30번, 1초에 한번 씹는 게 이상적이다.

전에 국어학자 이희승 선생이 그의 수필 <벙어리 냉가슴>에 쓰신 글이 생각난다. 해방 전 한글학회 사건으로 투옥됐을 때 밥은 강냉이밥이어서 한 술에 50번씩 씹어서 먹었다고 한다. 부실한 식사였지만 잘 씹어서 먹은 덕분에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간식이나 술안주는 씹히는 감이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이런 식감이 있는 음식으로 마른 오징어를 권하고 싶다. 마른 오징어는 잘 씹지 않으면 목구멍으로 넘길 수 없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좋아진다.

그리고 오징어에는 식품첨가물이나 당질 등 몸에 부담을 주는 것이 함유돼 있지 않고, 알기닌(arginine, 아미노산), 타우린(taurine, 세포를 정상상태로 유지시키는 작용), 베타인(betaine, 아미노산)등 강장(强壯) 효과가 있는 영양소가 풍부히 들어있다. 오징어가 성욕을 증진시키는 식품이라고 강조하는 학자도 있다.

외국방송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소개된 적이 있다고 한다. 치매로 잘 걷지도 못하는 환자에게 의치(義齒)를 만들어 주고 오랫동안 잘 씹어서 먹게 했더니 걸을 수 있는 정도가 됐고, 누워서 살던 노인을 잘 씹어서 먹게 하니까 밭농사를 짓게 되었다고 한다.

턱을 움직여 씹는 것이 치매증 개선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잘 씹어서 먹으면 입이나 턱에서 생기는 자극이 대뇌(大腦)에 전달된다. 그러면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海馬)나 정동(靜動)을 지배하는 ‘편도체(扁挑體)’라는 대뇌의 일부를 활성화한다. 이런 작용은 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진 것이다. 잘 씹는 동작이 치매 예방과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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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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